[일요신문]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 실세’, ‘삼성동 비서실장’ 등으로 불리는 정윤회 씨는 그야말로 온통 미스터리로 꽉 찬 인물이다. 지난 1998년부터 10여 년간 여의도 정가에서 정치인 박근혜를 최측근에서 보좌했지만 그의 신상에 대해 알려진 것은 거의 전무한 상태다. 부모가 누군지, 학교는 어디를 나왔는지, 고향은 어디인지 등 그의 신상정보는 철저하게 베일 속에 가려져 있다. 정 씨는 지난해 한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박 대통령의 ‘비선 실세’설을 전면 부인한 것은 물론 연락도 끊어진 지 오래라고 반박한 바 있다.
하지만 정 씨가 여전히 현 정권의 배후에서 막강한 힘을 발휘하고 있다는 것은 여의도 정가에서는 거의 정설처럼 자리 잡혀 있다. 경찰 한 관계자는 “청와대에 한 고급 세단 자동차가 비표도 없이 드나든다는 소문이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이 지난 1998년 보궐선거를 통해 국회에 첫 입성했을 때 정 씨가 꾸린 공식 참모진들인 당시 이재만 보좌관, 정호승ㆍ안봉근 비서관이 현재 모두 청와대의 핵심 실세로 활동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정 씨가 이들을 컨트롤함으로써 여전히 실력을 행사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있다.
또 한편에서는 정 씨가 최순실 씨와 이혼을 하면서 최태민-최순실 부녀를 통한 박 대통령과의 끈이 완전히 끊어진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이에 대해 16대 국회의원을 지내며 당시 여권 실세로 활동한 전직 의원 A 씨는 “소위 ‘문고리 권력’으로 불리는 박 대통령의 가신그룹 3인방은 모두 정윤회 씨의 휘하에 있는 사람들이다. 정 씨가 이들을 통해 박 대통령을 보필하고 감시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는 지난 7월 8일 청와대 비선조직 의혹을 제기하며 이재만 청와대 총무비서관에게 답변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번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마장마술 단체전 금메달을 획득한 정윤회 씨 딸 유연 씨. 임준선 기자
기자는 정 씨의 근황을 파악하기 위해 여·야당은 물론 검ㆍ경, 타 매체 국회ㆍ청와대 출입 기자 등 다각도로 접촉을 시도했지만 대부분 ‘모르겠다’, ‘들은 게 전혀 없다’라는 답변만 돌아왔다. 한 국회 출입 기자는 “(정윤회 씨가) 과거 최순실 씨와 함께 살던 집이 있던 서울 신사동과 부동산이 있는 강원도 평창을 오가며 지낸다는 얘기를 얼핏 들었다. 그리고 정 씨의 딸 정유연 선수가 이번 아시안게임에 출전해 금메달을 땄는데 경기 관람을 위해 정 씨가 인천에도 잠깐 들르지 않았겠느냐는 얘기 정도가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정 씨의 딸인 정유연 선수는 최근 열린 인천 아시안게임 승마 마장마술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다.
한편 정 씨의 신상에 대해 앞서의 전직 국회의원 A 씨는 “정 씨는 강원도 산골 출신으로 농업고등학교를 졸업한 것으로 알고 있다. 박 대통령이 어려울 때 그에게서 큰 도움을 받은 이후로 계속 그를 중용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과거 박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하던 그를 직접 만난 적이 있다. 호남형 외모에다 머리가 비상하고 사교적이며 호방한 성격이었다”고 말했다.
이연호 기자 dew901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