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이 코너는 영화를 즐기고픈 이들을 위한 정보 제공을 위해 존재한다. 철저하게 대중성을 위주로 영화에 대한 얘기를 하고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그 목표로 한다. 예술성에 중점을 둔 영화평을 기대하는 이들이라면 다른 우수한 영화 전문 사이트를 추천한다.
그런 측면에서 영화 <미드나잇 애프터>는 이 코너와 잘 어울리지 않는다고 할 수도 있다. 포털 사이트에서의 네티즌 평점도 매우 낮은 편이다. 대중의 시선에서 볼 때 결말이 결정적인 약점이다. 영화가 상영하는 내내 미스터리한 상황을 보여주다가 결말에선 뭔가 해답을 기대했던 관객들에게 결말은 더 큰 미스터리, 아니 허망함을 선사한다. 영화를 본 이들 대다수가 허탈해했을 것이며 심지어 분노한 이들도 있을 터이다.
그렇지만 영화계에선 나름 작품성에서 좋은 점수를 받고 있다. 영화를 연출한 프루트 챈 감독이 홍콩 영화계를 대표하는 인물로 그가 오랜만에 내놓은 장편 영화다. 그의 영화를 기다린 이들이 많았고 그런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이번 영화에 만족감을 드러내 놓고 있다.
작품성이나 예술성보다는 대중성에 초점을 맞춘 기자 역시 <미드나잇 애프터>를 사실을 좋게 봤다. 물론 결말에서의 허탈감은 매한가지였을 테지만 영화가 주는 독특한 분위기에 심취했던 터라 좋게 봤다는 표현을 쓴 것이다.
영화 <미드나잇 애프터>는 2014년 18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장편부문 심사위원 특별상을 수상했다.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는 해당 장르 영화의 마니아들이 즐기는 영화제다. 요즘 충무로에서 잘 나가는 감독들 가운데에도 부천국제영화제 기간이면 부천에서 먹고 자며 출품작들을 관람했던 마니아 출신이 여럿이다. 요즘에는 많이 달라졌다는 평을 듣기도 하지만 출품작 가운데에는 꽤 좋은 영화가 많다. <미드나잇 애프터> 역시 그 영화제에서 좋은 평을 받은 영화다. 원제는 <那夜淩晨,我坐上了旺角開往大埔的紅Van>이며 영어 제목은 <The Midnight After>이다. 러닝타임 124분.
기본적으로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은 독특한 분위기다. 영화란 감독이 만드는 새로운 세상이다. 물론 현실 투영에 큰 의미를 두는 감독들도 많지만 영화가 갖고 있는 매력 가운데에는 현실과는 동떨어진 영화만의 새로운 세상에 있다. 프루트 챈 감독은 이 영화에서 심야 미니버스에 탄 16명이 터널을 통과하자 아무도 살지 않는 홍콩에 도착해서 벌어지는 상황을 연출해 냈다. 아무도 없는 도시, 이것이 프루트 챈 감독이 만든 새로운 세상이다.
누구나 한 번 쯤은 해봤을 듯한 상상이다. 만약 내가 살고 있는 도시에, 아니 지구에 나를 제외하곤 아무도 없다면 어떨까 하는 상상 말이다. 할리우드 영화 <나는 전설이다>가 이미 한 번 이런 상상을 보여준 적 있다. 그렇지만 엄밀히 말하면 주인공 혼자는 아니었다. 낮에는 그 혼자 도시에 살지만 밤이면 좀비가 도시의 주인이 되기 때문이다.
반면 <미드나잇 애프터>는 영화 제목처럼 그날 새벽 이후 낮이건 밤이건 도시에는 그들만이 있다. 방독면을 쓴 제3자들이 몇몇 짧게 포착되곤 하지만 마치 유령 같은 존재로만 그려질 뿐이다.
프루트 챈 감독은 16명의 버스 탑승객을 제외하곤 아무도 없는 텅 빈 홍콩이라는 도시를 만들어 냈다. <나는 전설이다>의 세련된 뉴욕이 아닌 홍콩이다. 홍콩이라는 도시의 고유한 분위기는 번화함을 드러내고 아무도 없는 텅 빈 도시가 돼 색다른 매력을 선사한다. 이렇게 프루트 챈 감독이 만들어낸 상상 속의 새로운 세상은 독특한 매력을 만들어내 관객들에게 전달한다.
당연히 이런 상황에서 중요한 부분은 16명 생존자들의 관계다. 생면부지인 이들이 서로를 불신하면서도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만들어 가는 서로의 관계들은 텅 빈 홍콩이라는 분위기에 스토리를 더한다. 또한 다른 이들은 모두 어디에 간 것일까라는 근본적인 질문이 음산한 텅 빈 홍콩이라는 도시를 배경으로 독특한 미스터리를 완성한다. 또한 이유를 알 수 없는 방식으로 등장인물들이 하나 둘 사망하면서 공포감 역시 극대화된다.
물론 이 영화의 가장 큰 한계는 거듭된 의혹에 대한 설명이 전혀 없다는 불친절함이다. 중간 중간 힌트는 등장한다. 이들이 현실의 홍콩이 아닌 또 다른 세계에 와있다는 설정인데, 그들은 고작 하루를 보냈지만 실제 현실에선 몇 년의 세월이 흘렀다는 설정 등이 살짝 등장한다. 이 역시 확인된 사실은 아니고 등장인물들이 그런 의혹을 가질 만한 설정만 등장한다. 동일본 대지진이 뭔가 이들에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볼 만한 설정이 엿보이기도 하지만 이것 역시 짐작의 수준에 그친다.
정체불명의 바이러스 등에 감염돼 등장인물들이 하나 둘 사망하는 데 그 까닭 역시 전혀 설명이 되지 않는다. 또한 등장인물들의 기억이 서로 일치하지 않는다는 부분도 영화의 큰 미스터리다. 과연 등장인물 가운데 누구의 기억과 누구의 얘기가 사실이고 또 허상인지 감독은 아무런 설명도 하지 않는다. 또한 이들에게 동시에 걸려오는 소음뿐인 전화의 실체도 명확하게 보여주지 않는다.
결정적으로 이들이 왜 아무도 없는 텅 빈 도시에 있는 것인지에 대해 감독은 아무런 설명도 하지 않은 채 영화를 끝내 버린다. 프루트 챈 감독은 <미드나잇 애프터>의 속편을 만들 계획을 밝혔다. 이번 영화에선 온통 의혹만 던진 그가 속편에선 이제 불친절함이라는 전편의 콘셉트를 극복하고 친절하게 모든 사건의 전말을 밝힐 계획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미드나잇 애프터>의 진정한 평가는 속편까지 본 뒤에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감독이 상상력을 기반으로 만든 새로운 세상의 독특한 분위기는 매우 좋았지만 스토리에서 드러난 불친절함이 치명적인 단점인 <미드나잇 애프터>, 과연 속편에서 각종 의혹을 명쾌하게 풀어낼 수 있을지 이젠 속편을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다만 홍콩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온라인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인만큼 속편에선 보다 탄탄한 스토리 전개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 줄거리
늦은 밤 기사와 16명의 승객들을 태운 심야 미니버스가 ‘구파’를 향해 출발한다. 아내의 출산으로 운전을 못하게 된 원래 기사를 대신해 운전대를 잡은 기사부터 각각의 사연을 갖고 버스에 오른 16명. 그들이 구파로 가는 도중 버스가 한 터널을 통과하자 완전히 다른 세상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다. 오직 버스에 탔던 그들을 제외하고 지구상의 모든 사람들이 사라진 것.
아무도 없는 텅 빈 도시에 남겨진 이들은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까? 생존자들이 한 명 씩 정체불명의 이유로 잔혹하게 죽어가면서 남겨진 이들의 공포심은 더욱 커진다. 사랑하는 가족과 연인을 그리워하며 당황스런 상황을 벗어나려 하지만 이들에게는 아무런 해법도 보이지 않는다.
과연 이들은 평범한 일상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을까?
@ 배틀M이 추천 ‘초이스 기준’ : 상상력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세상의 독특한 분위기가 돋보이는 영화를 원한다면 클릭
영화 <미드나잇 애프터>의 강점은 아무도 없는 텅 빈 홍콩이라는 설정이다. 감독이 상상력을 기반으로 만들어낸 이 새로운 세상은 독특한 분위기와 매력으로 관객들에게 다가선다. 속편이 개봉하지 않은 터라 <미드나잇 애프터>는 그런 분위기와 미스터리만 공급해 영화가 끝난 뒤 다소 큰 허탈감을 선사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이런 독특한 분위기에 빠져 속편 개봉을 기다릴 수 있다면 관람을 추천한다.
@ 배틀M 추천 ‘다운로드 가격’ : 500 원
아무래도 너무 불친절한 영화다. 속편이 개봉돼 그런 불친절함이 대부분 해소된다면 다운로드 가격 역시 급상승할 수 있겠지만 전편만 놓고 볼 때 아무런 설명도 없이 미스터리만 던져 놓고 끝나버린 <미드나잇 애프터>에 높은 다운로드 가격을 책정하긴 어렵다. 따라서 진정한 이 영화의 다운로드 가격은 속편까지 개봉된 뒤 다시 생각해 봐야 할 것 같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