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스별 실전 협상 매뉴얼
# CASE 1 마트에서 장난감을 사달라고 할 때
KID: (쏜살같이 달려가 상자를 꺼내 안고) 엄마, 나 이거 살래.
MOM: 아니야. 안 돼. 내려놔.
KID: 아, 싫어. 살래. 왜 내 거만 안 사?
MOM: 뭘 안 사? 여기 먹을 거 다 네 건데.
KID: 나 그거 안 먹어.
MOM: 먹지 마. 그리고 그 장난감 집에 있는 거랑 똑같잖아.
KID: (발 구르며) 아, 싫어. 내놔!
Coach
엄마와 아이가 쓴 협상 기술을 보자. 아이는 주장(살래), 요구(사줘), 거절(싫어)을, 엄마는 거절(안 돼), 명령(내려놔, 먹지 마) 등 기술을 쓰고 있다. 두 사람의 기술 모두 만 5세 수준의 전략이다. 오히려 아이가 먼저 자기 나름의 타당한 의문을 제시하면서 토론을 유도하는 높은 수준의 전략을 시도했다. 오히려 엄마는 아이가 장난감을 사겠다고 했을 때 “아니야, 안 돼, 내려놔” 등 모두 부정적인 지시와 명령어를 사용했다. 아이에게 무조건 부정적인 의사표시를 하기보다는 “잠깐(환기시키기), 오늘은 장난감을 사지 않기로 했어(제한 전달하기)”라고 말하는 게 현명하다. 아이가 왜 자기 것만 안 사느냐고 물었을 때 엄마가 발끈하면 서로 말꼬리만 잡고 늘어지게 된다. 오히려 “여기 네 것도 많이 샀어. 그리고 올 때마다 장난감을 살 수는 없어”라고 말하는 편이 낫다. 그래도 아이가 장난감을 놓지 않으면 제 자리에 놓겠다고 미리 말한 뒤 상자를 제 자리에 갖다 두거나 근처에 직원이 있다면 직접 건네 아이를 단념시키는 게 현명하다.
TIP 진짜 협상은 마트 가기 전에!
협상은 마트 가기 전에 미리 해두어야 한다. 오늘 장난감을 살 수 있는지 없는지, 만일 살 수 있다면 한 가지만 고르기로 약속을 하는 것. 특히 마트에 들어가기 직전에 다시 오늘 살 물건에 대해 이야기하고, 약속을 지키면 받는 보상, 어기면 받는 벌에 대해서도 미리 일러두자.
# CASE 2 약속된 시간이 지났는데도 스마트폰을 계속 볼 때
MOM: 이제 그만, 약속 시간 지났어.
KID: (계속 보면서) 알았어. 조금만 더….
MOM: 안 돼, 지금도 많이 봤어. 약속 안 지키면 다시는 스마트폰 안 보여줘.
KID: 아, 아, 한 번만, 잠깐만~.
MOM: (스마트폰을 빼앗으며) 내놔. 왜 맨날 약속을 안 지켜. 그러다가 중독돼.
KID: (울음 터트림) 으앙~.
금지보다 주의를 환기시키고(이제 그만), 사실을 전달(약속 시간 지났어)하는 등 아이에게 상황을 알려주는 것은 좋다. 그러나 엄마 스스로 지키기 어려운 일(다시는 스마트폰 안 보여줘)이나, 아이가 이해하기 어려운 말(중독)로 위협하는 것은 별 효과가 없다. 현실적으로 스마트폰을 사용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하므로 어차피 지키지 못할 일로 위협해봤자 엄마의 권위만 떨어진다. 아이 손에 들린 스마트폰을 도로 가져갈 때는 “이제 끌 거야”, “이제 가져갈 거야”라고 미리 알린다. 아이가 가장 분노를 일으키는 상황은 갑자기 전원을 꺼버리는 것. 이렇게 되면 반성보다 엄마에 대한 원망과 분노만 남는다. 그동안 잘 기다려줬다면 마지막에 절충하기(그럼 한 번만 더 보고 그때는 네가 엄마한테 갖다 줘.) 등 고도의 협상 기술로 마무리하는 것도 요령.
# CASE 3 어린이집에 안 가겠다고 버틸 때
KID: (곧 어린이집 버스가 올 시간) 나 어린이집 싫어. 안 갈래.
MOM: 아이고, 왜 그래. 가야지.
KID: 싫어, 엄마랑 같이 있을래.
MOM: 엄마랑 있고 싶어? 그래도 가야지.
KID: 아, 싫어. 안 가고 싶어.
MOM: 안 가고 싶어? 왜 그래? 무슨 일 있었어?
KID: 몰라.
MOM: 아이고, 어쩌나. 어떻게 하면 좋겠어?
Coach
참을성 있게 아이의 말을 들어주는 것은 좋다. 그러나 어린이집 버스가 올 시간이고, 만일 엄마도 출근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하염없이 아이의 얘기를 들어줄 수만은 없다. 게다가 아이는 지금 가기 싫다는 주장만 하고, 엄마는 아이의 말을 반복하는 정도의 공감(엄마랑 있고 싶어?, 안 가고 싶어?)만 하고 있다. “어떻게 하면 좋겠어?”라는 질문도 “안가”라는 답만 돌아올 게 뻔하다. 이래서는 어떤 결론도 내기 어렵다. 만일 아이를 기다려줄 수 있고 하루쯤 어린이집을 쉬어도 괜찮다 싶을 때, 아이가 분리불안을 보일 때는 좀 더 아이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대화하는 협상 과정도 좋다. 그러나 어린이집에 보내야 할 때는 가능한 대안이 있다면 제안하기나 절충하기를 시도하자. “그래, 가기 싫은 날도 있어. 그런데 어린이집에 안 가도 엄마가 너랑 있을 수 없어. 대신 점심 먹은 후에 엄마가 일찍 데리러 갈게”라고 말한 뒤 잠시 아이에게 선택 기회를 준다. 만일 대안이 없다면 안타깝더라도 좀 더 단호하게 버스에 태워 보내고, 하원한 후에 어린이집에 가기 싫은 마음, 속상함을 들어주며 마음을 풀어주자.
# CASE 4 상황에 맞지 않는 옷을 고집할 때
KID: (우비를 꺼내 들며) 나 이거 입을래.
MOM: 에이 무슨, 그건 비올 때만 입는 거야. 봐, 지금 비가 와 안 와?
KID: 싫어, 이거 입고 갈 거야. 이게 좋아.
MOM: 자, 빨리 이거 입자. 봐, 다른 애들은 다 예쁜 옷 입고 오는데 너만 이거 입고 가면 되겠어?
KID: 그거 미워. 안 입을 거야.
MOM: 너 왜 이래. 그거 입고 나가면 얼마나 창피한 줄 알아? 사람들이 다 너 놀려.
KID: (소리 지르며) 아니야. 엄마 미워. 나 안 가!
MOM: 시끄러워. 어디서 소리를 질러!
Coach
아이가 소리를 지르며 거부가 심해진 것은 “얼마나 창피한 줄 알아? 사람들이 다 너 놀려” 같은 엄마의 비난 때문이다. 협상에서 비난은 가장 나쁜 결과를 초래한다. 다른 아이들과의 비교, 창피하다는 말 때문에 수치심을 느끼면서 옷이 아닌 “엄마 미워”로 불똥이 튀었다. 지금은 아이가 우비의 매력에 빠져 있는 상태. 이럴 때는 엄마가 오히려 관심을 보이면서 “그래, 그 우비가 예쁘긴 해” 하며 아이의 마음을 다독여줄 것. 그런 다음 “오늘 비가 왔으면 얼마나 좋아. 그 옷은 비를 좋아하고 해님은 싫어하거든. ‘아 뜨거워’ 하면서 옷이 힘들어해”라고 주의를 전환하는 게 요령이다. 이런 동화적인 이야기나 유머는 아이의 고집을 살짝 풀어주는 김빼기 효과가 있다. 그래도 아이가 고집을 피우면 “그럼 옷이 망가지지 않게 예쁜 쇼핑백에 담아 가자”라는 식으로 제안이나 절충을 시도해보는 게 현명하다.
TIP 아이의 취향을 따라주는 게 좋은 순간
아이들은 간혹 강박적인 성향이나 예민한 촉각 때문에 특정 옷을 고집하기도 한다. 만일 특별한 문제 때문에 한두 가지 옷을 계속 고집할 때는 억지로 고집을 꺾거나 협상하기보다 일단 아이 뜻을 따라주자. 이후 서서히 비슷한 디자인이나 촉감의 옷을 입도록 시도하는 게 낫다.
# CASE 5 계속 엄마에게 해달라고 의존할 때
KID: (바지를 내밀며) 이거 해줘.
MOM: 네가 혼자 입어야지. 자꾸 연습을 해봐야 해.
KID: 아, 나 못해. 안 돼.
MOM: 왜 해보지도 않고 못한다고 해. 해보고 말해.
KID: (옷을 그냥 두고) 아~ 못해.
MOM: 나도 몰라. 언제까지 엄마가 해줘야 해?
Coach
아이 스스로 하도록 알려주고 기다려주는 것은 좋다. 그러나 아이가 계속 늑장을 부릴 때 “혼자 입어야지”, “연습해야지”라는 말을 자주 하다 보면 나중에 결국 폭발하는 쪽은 엄마다. 우선 엄마가 “00이는 할 수 있어. 점점 손힘이 세지더라”라고 아이를 격려해준 다음 잠깐 기다려주는 게 좋다. 그래도 입지 않으면 “어디 보자~” 라고 말한 뒤 바지를 반듯하게 펼쳐서 발을 넣기 좋게 아이 앞에 놔두자. 이때 “00 발이 어디로 나오는 걸까?” 식으로 주의를 끌면 더 효과적이다. 그래도 입지 않으면 양쪽 발은 엄마가 넣어주고 끌어올려 입는 것은 아이의 몫으로 남겨둔다. 대개 엄마들은 아이 스스로 하는 연습을 시키려고 굳게 결심했다가도 시간이 없고 늑장부리는 모습이 답답해서 그냥 해줘버리곤 한다. 그러나 이런 식의 행동이 반복되면 아이는 점점 의존적으로 변하고, 마음대로 안 되면 쉽게 짜증을 내기도 한다. 이럴 때는 적당한 융통성을 발휘해 시작은 도와주고 마무리는 아이가 하도록 유도하는 게 방법이다.
TIP 의존적인 아이는 대소 근육 협응 능력을 살펴볼 것
아이가 스스로 하는 것을 유독 어려워한다면 대소 근육의 협응 능력을 점검해보자. 이런 아이는 보통 손끝이 야무지지 못하다는 얘기를 자주 듣고, 행동이 느리거나 자주 넘어지기도 하고, 촉각이 예민한 경우가 많다. 좌절감 때문에 더욱 의존하기 때문에 협상보다 연습을 통해 협응 능력을 기르는 게 우선이다. 밀가루나 점토반죽놀이, 엄지 씨름, 줄다리기, 공놀이, 철봉 매달리기, 손가락 그림자놀이 등을 하면 도움이 된다. 또 좋아하는 물건을 지퍼백에 넣어두고 아이가 직접 여닫게 하는 등 손가락을 많이 쓰도록 유도하는 것도 효과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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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황선영 기자 / 취재 김이경(육아 칼럼니스트) / 도움말 정상미(이음아동심리발달연구소 소장), 박소연(서울주니어상담센터 놀이치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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