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 진실을 갈망했다. 국가는 그것을 처참히 덮었다. 아니, 덮은 것을 넘어 한 사람의 인생을 완벽히 무너뜨렸다. ‘한국판 드뤠퓌스 사건’으로 불리는 1991년 유서대필사건의 피해자 강기훈 씨를 두고 하는 말이다. ‘유서대필사건’이란 1991년 군부 정권에 항거하다 시위 도중 숨진 명지대생 강경대 씨의 희생에 항의하기 위해 분신한 김기설 씨의 유서를 당시 전민련 간부였던 강 씨가 대신 써줬다는 국가의 의도적 조작 사건을 말한다. 지난 2012년 법원은 진실이 덮인지 18년 만에 재심 결정을 내렸고, 지난 2월 서울고등법원은 강 씨에 무죄를 선고했다. 이제 그는 최종심을 앞두고 있다.
신작소설 <화월>은 투사 강기훈의 진실에 대한 외로운 투쟁과 분노의 살아있는 기록이다. 소설이지만, 이 이야기는 진실이자 기록인 셈이다. 서울대 조국 교수는 서평을 통해 “사건의 시작부터 역사를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는 이 책을 읽으면서 강기훈 씨야말로 진정한 승리자임을 새삼 느낀다”고 평했다.
<화월>을 집필한 이는 CBS 소속 박기묵 기자다. 박 기자는 신입 시절인 2011년 강 씨와 인터뷰를 진행하며 연을 맺었다. 그는 이번 집필에 대해 “무언가 이끌려 이글을 쓸 수밖에 없었다”고 고백했다. 아마도 갓 서른을 넘긴 젊은 기자에 23년 전 강 씨가 겪은 분노와 그 무언가가 깊은 울림으로 다가웠던 터.
이 책을 집필한 박 기자는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책 판매에 따른 인세는 모두 강기훈 씨에 기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