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좌관 때문에 국회의원이 곤욕을 치르는 일은 꾸준히 있어왔다. 새정치민주연합의 강 아무개 보좌관은 지난 6월 말께 S 의원실을 그만두고 지난 7월 말 80년대 운동권 출신으로 친분이 있는 임수경 의원실에 취업했다. 하지만 7월 초 대낮에 만취상태로 뺑소니를 친 혐의를 숨겼던 것이 지난 8월 뒤늦게 밝혀져 면직 처분됐다. 이에 임수경 의원은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채용 전 있었던 일로 법적 처벌이 안 된 상태였기에 알 수 없었다. 이건 보좌관 개인 비리의 문제다. 오히려 국감 앞두고 이런 일이 생겨 내가 피해를 봤다”고 토로했다. 박지원 의원 보좌관도 2013년에 음주운전을 하다 적발됐지만 사건 처리가 늦어져 봐주기 수사가 아니냐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보좌관들의 막장 행태는 불법 행위보다 ‘청탁’ 비리에서 더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2013년 7월 대법원은 저축은행 등으로부터 청탁과 함께 거액의 금품을 받아 챙긴 혐의로 기소된 이상득 전 국회의원 보좌관이었던 박 아무개 씨(48)에게 징역 3년 6월을 선고했다. 박 씨는 유동천 제일저축은행 회장에게서 금융당국의 검사강도 완화 청탁과 함께 1억 5000만 원을 받고 조경업자로부터 관급공사 수주 청탁과 함께 1억 8600만 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또한 서병수 부산시장의 국회의원 시절 보좌관이었던 박 아무개 씨(60)가 한국수력원자력 고리원자력본부장을 한수원 본사 전무로 승진시켜달라는 청탁과 함께 1800만 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돼 유죄를 선고 받았다.
보좌관들이 잘못을 저질러 놓고 정부 기관에 뻔뻔한 태도를 보이거나 청탁 비리 등에 연루되는 이유는 법안을 만들고 피감기관을 감시하는 실무를 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정부나 기업 관계자들과의 스킨십이 필수다. 새누리당의 한 초선 의원은 이렇게 지적했다.
“지역구를 관리하는 보좌관보다 국회에서 일하는 정책 보좌관들이 갑질을 할 가능성이 높다. 항상 정부 기관이나 기업 관계자들이 방을 드나들지 않나. 그래서 나는 긴장감을 위해 책상 서랍에 보좌진들의 사표를 받아두고 법인카드를 각자 나눠줘서 절대 얻어먹지 못하게 한다. 얻어먹고 하다보면 그런 (비리) 유혹에 걸려들게 되는 것이다. 결국 내 얼굴에 먹칠하는 셈 아닌가.”
국회의 피감기관인 기업이나 정부 부처는 국감 기간이나 예민한 정책 사항이 있을 때 활발하게 관련 의원실을 드나든다. 자신이 소속된 업체의 일에 대해 해명하고 소통하기 위해서다. 의원실 측에서도 지역의 사소한 민원 처리나 정보 요구 등을 보다 수월하게 하는 등 도움을 받기도 한다. 안행위 소속의 한 새정치연합 의원실 관계자는 이렇게 설명했다.
“정부기관이나 기업 관계자들이 보좌진들과 친하면 정책 진행사항이나 국감 때 질의서 등을 먼저 받아볼 수 있다. (국감 수위를) 좀 살살해달라거나 덮어달라고 사정하러 오는 경우도 있다. 보좌관이 직접 질의서를 만드니 친하다면 봐주기도 있을 수 있지 않겠나. 반대로 보좌관들이 정부 부처에 자기 지역구 사람을 잘 봐달라거나 하는 민원을 하기도 한다.”
이 관계자는 “기업 대관업무 담당자들이 간식이나 야식을 의원실에 사다주는 것도 일상적”이라며 “안전행정위원회 같은 경우 정부부처라 예산이 부족해 야식을 많이 받지 못하는 편이다. 기업 출입이 많은 산업통상자원위원회나 정무위원회의 경우 어마어마하게 들어온다. 치킨 피자같이 평범한 것은 입에 대지 않고 다른 방으로 보낸다. 어떤 의원실 보좌관은 줄 서서 기다려야 하는 맛집에 가서 사다달라고 주문한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고 덧붙였다.
의원실 관계자들은 일부 보좌관들의 구태가 다수의 보좌관들에게 해당하는 것은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또 다른 새정치연합 의원실 관계자는 “보좌진들은 음주운전으로 걸리면 대부분 공무원증이 아닌 운전면허증을 제시해 신분을 숨기고 조용히 벌금을 문다. 본인의 신분을 밝히면 의원에게 피해가 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보좌관 출신인 한 정치평론가는 “산업위에서 오래 활동한 보좌관이 있었는데 매일 밤마다 기업 관계자들과 술을 마시고, 불러내서 술값을 계산하게 하고 하는 경우가 있었다. 일부 몰지각한 보좌관들이 물을 흐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보좌관들이 정부 부처에 지역 민원을 처리하는 일은 있지만 설 의원 보좌관의 경우처럼 수사 기관에까지 영향력을 행사하기는 힘들어졌다는 것이 경찰 측의 설명이다. 국회에 출입하는 한 경찰 정보관은 “예전에는 봐주는 것이 가능했지만 지금은 음주운전 속도위반 등이 모두 전산화처리 돼 빼주고 싶어도 빼줄 수가 없다. 차라리 우리 돈으로 벌금을 내주는 것이 낫다”며 “주로 보좌진들이 하는 민원은 소송과 관련해 어떻게 진행되는지 좀 알아봐 달라거나 사고를 쳤는데 조사를 살살해 달라 같은 민원들”이라고 밝혔다.
앞서의 정치 평론가는 “결국은 보좌진의 자질 문제다. 설 의원 보좌관 사건의 경우 지역에서 선거를 도운 사람을 검증 없이 의원이 뽑아서 기용한 경우다. 가장 큰 문제는 보좌관 채용 시스템이 체계적이지 않다는 것에 있다”며 “청탁 등 일부 보좌관들이 유혹에 휘둘리는 것도 불안정한 고용 때문이다. 의원 손 하나에 목숨이 달려있다. 그래서 보좌관의 권위가 있는 동안 뒷돈을 다 받고 나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부류들도 있다”고 지적했다.
김다영 기자 lata133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