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정보
“대통령 각하, 전쟁의 현 주소는 역사적으로 위대한 작품들이 위협받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스톡스 교수, 우린 전쟁 중이란 점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사람들이 목숨을 잃는단 말이오. 그와 동시에 간혹 작품들도 파괴되는 거죠.”
“다른 경우도 있습니다. 겐트 제단화입니다. 가톨릭을 대변하는 유물이죠. 그런데 나치가 훔쳐갔다고 합니다. 우리가 이 전쟁을 이기는 과정에서 현 사회의 뿌리가 흔들릴 수 있는 대가를 치르고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됩니다. 전쟁이 끝나면 다비드 상은 누가 서 있을 수 있게 하나요? 모나리자의 미소는 누가 지키나요?”
미술 역사학자 프랭크 스톡스와 프랭클린 루즈벨트 미국 대통령의 대화다. 당시는 2차 세계대전으로 유럽을 비롯한 전세계가 시름하던 때다. 프랭크(조지 클루니 분)는 루즈벨트 대통령을 설득해 예술품 전담부대 ‘모뉴먼츠 맨’을 만들었다. 전쟁과 어울리지 않는 나이 든 예술가들이 특공대원이 된다. 미술관 관장, 건축가, 조각가, 미술품 거래상, 예술품 감정가 등으로 중년은 기본 노년에 접어든 이들도 있다. 그들이 참전하는 까닭은 하나다. 500만 점의 예술품을 나치로부터 지키는 것. 영화 <모뉴먼츠 맨 : 세기의 작전>(The Monuments Men)은 바로 이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러닝타임 118분.
전쟁터와는 어울리지 않는 나이의 특공대, 당연히 전쟁에선 방해물 같은 존재다. 예술품 보호를 위해 적진에 대한 폭격을 저지하는 등 독일을 향한 연합군의 진격에 거듭 브레이크를 건다. 그러다 보니 한창 전쟁을 수행 중인 부대로부터 제대로 된 지원을 받는 것도 힘들다. 그렇다고 군복만 입었을 뿐인 예술가들이 개별 작전을 수행하는 데에도 한계가 분명하다.
패망을 앞둔 히틀러가 모든 것을 파괴하라는 지침을 내려 이들이 지켜야 할 예술품들이 더욱 위태로워진 상황에서 이들은 목숨 걸고 히틀러의 독일이 훔친 예술품 은닉처를 찾아 나선다. 그 과중에 프랑스인 장 클로드 클레몽(장 뒤자르댕 분)과 영국인 도날드 제프리스(휴 보네빌 분) 등은 전사한다. 그렇게 그들은 500만 점의 도난 예술품을 찾아 제자리로 돌려보내는 일을 묵묵히 해낸다. 게다가 히틀러의 패망이 확정된 뒤에는 러시아가 점령하기 전에 도난 예술품을 확보해서 해당 지역을 빠져나와야만 했다.
전쟁이 끝나고 군에 작전 성과 브리핑을 마친 뒤 프랭크는 군인들로부터 본질적인 질문을 받는다. “30년 뒤 이 작품을 위해 누군가 죽었다는 사실을 사람들이 기억할까요?” 영화는 프랭크의 즉각적인 대답 대신 30년 뒤인 1977년의 한 장면으로 이를 대신한다.
한 노년의 신사가 벨기에 브뤼헤에서 미켈란젤로의 작품 ‘브뤼헤의 성모자상’ 앞에 서 있다. 그리고 그가 대신 “네”라고 대답하는 장면이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다. 아마 이 노년의 신사가 그 본질적인 질문을 받은 프랭크의 30여 년 뒤 모습일 것이다. 그리고 이 영화 한 편으로 인해 이젠 프랭크와 같은 예술품 전담부대 ‘모뉴먼츠 맨’ 부대원뿐 아니라 우리도 그들을 기억한다. 이것이 진정한 영화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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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전투나 잔인한 살상이 아닌 힘겹게 예술 작품 하나하나를 되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영화다. 기존 전쟁 영화에 비해 다소 지루할 수 있지만 전쟁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된다는 점에서 분명한 소득이 있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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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라는 측면에선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요즘 할리우드에는 재능 넘치는 배우 출신 감독들이 많다. 조지 클루니 역시 여기에 속한다. 이 영화는 아카데미 작품상에 빛나는 벤 애플렉의 <아르고>까진 아닐지라도 나름의 영화적인 성과를 거뒀다. 어느 정도의 재미를 놓친 면이 있지만 그렇다고 지루하지는 않다. 기본적으로 필자는 재밌게 봤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