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초등학교 입학 준비는 엄마에게 어렵고도 힘든 숙제다. 어떤 학교를 보낼지, 어떤 준비를 해야 할지에 대한 정답은 없지만 어쨌든 학교를 선택하고 그에 관련된 준비를 해야 하는 것만은 분명하다. 2010년 이후 초등학교의 트렌드는 완전히 바뀌었다. 사실 그전에는 초등학교 선택이라고 하면 ‘공립’ 또는 ‘사립’ 양갈래의 고민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초등학교의 운영 주체도 다양해지고 각 학교별 특징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같은 공립학교라도 지역별·학교별로 자율성이 커지고 그에 따라 조금씩 다른 커리큘럼이 적용되기도 한다.
모든 학교 선택의 기본 전제는 ‘형편껏’이어야 한다. 그 동네의 경제적 수준이 근처 학교의 수준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따라서 경제적으로 시간적으로 해당 학교에 아이를 보내는 가정과 비슷한 수준의 지원을 해줄 수 있는지 냉정하게 따져봐야 한다. 수업료와 스쿨버스비, 교재비 등을 포함해 월평균 100만원 넘게 들어가는 사립초등학교를 비롯해 국제학교, 대안학교 등을 선택할 때는 더더욱 신중해야 한다. 내년 3월 입학식까지 남은 시간은 5개월, 주위에서 주워듣는 정보가 너무 많아 이제는 무엇이 맞고 틀린지조차 가늠하기 어려울 것이다. 친한 엄마들 분위기에 휩쓸려 사립초등학교 입학설명회를 순례하거나 ‘혁신학교’에 보내기 위해 이사를 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주변의 말에 흔들리고 불안해하지 말자. 아이를 키우면서 생각해온 구체적인 교육 목표와 객관적 상황 인식만 있다면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 또하나 아이를 믿자. 학교에서 크고 작은 문제에 직면하더라도 그것을 스스로 해결해나가며 아이의 몸과 마음이 쑥쑥 성장할 것이다. 아이의 초등 입학, 걱정만 하지 말고 새로운 세상 앞에 선 아이를 축하하고 격려하자! 준비는 지금부터 시작해도 늦지 않다.
초등 입학 전 엄마가 꼭 알아야 할 것들
학교가 다양해졌다
과거에는 아이와 학부모가 일률적으로 운영되는 국가의 초등 의무교육을 무조건 수용하는 입장이었다. 선택의 여지는 국가에서 학비를 전액 지원하는 동네에 있는 공립을 보낼지, 수업료를 부모가 부담하는 사립에 보낼지 정도였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제한적이기는 하지만 교육을 받는 사람이 원하는 교육의 종류를 선택할 수 있게 된 것. 사립초등학교에서 한발 나아가 외국 체류 경험이 없는 내국인도 입학 가능한 국제학교가 문을 열었고 일반 공립학교 외에 혁신학교, 창의경영학교 같은 낯선 이름의 특성화 공립학교들도 등장했다.
방과후학교가 활성화되고 있다
최근 공립학교들의 주목할 만한 변화는 ‘방과후학교’다. 방과후학교는 쉽게 말해 학교 내에 있는 학원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학교에서 외부 사교육기관에 위탁하거나 강사를 초빙해 진행한다. 학교마다 개설된 강좌의 수나 종류, 프로그램 질 등이 다양한데, 대부분 학생과 학부모의 수요 조사를 거친 후 학교 재량에 따라 프로그램을 결정한다. 정규 수업 후 하루 최대 3~4개의 수업을 들을 수 있다. 방과후학교가 모두 끝나면 오후 4시 30분~5시 30분이라 퇴근이 이르거나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엄마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 ‘돌봄교실’도 대부분 운영하는 추세다.
교과서가 어렵다
요즘 초등 교과서를 보면 어렵다는 말이 저절로 나올 것이다. 스토리텔링 수학이니 STEAM이니 하는 뜻 모를 어휘도 등장한다. 하지만 이는 교과서 자체가 어렵다기보다 기성세대가 배우던 것과는 접근 방식이 달라졌기 때문에 느끼는 낯설음이다. 달라진 교과서에 대비하는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초등 입학 전에 읽기 능력을 키워서 이해력을 높이는 것. 단순히 글자를 읽는 게 아니라 단어와 문장을 이해하고 그 속에 담긴 의미를 파악해야 한다. 도돌이표 같은 이야기지만 초등학습의 키 포인트는 독서의 절대량과 이해의 수준이다.
Part 1. 초등학교, 어디를 보낼까?
공교육의 첫 걸음 초등학교, 특별한 일이 없는 이상 6년이라는 긴 시간을 보내야 하기 때문에 우리집과 아이의 상황에 잘 맞는 학교를 선택하는 게 중요하다.
국립초등학교
서울교대 부설초교와 서울사대 부설초교 등 서울의 2개 학교를 포함해 전국에 모두 17개가 있다. 교육대학과 일부 국립대 사범대학의 부설 형태로 운영되는데 공립초교처럼 학비 부담은 없지만 사립초교 못지않은 교육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경쟁률이 매우 치열하다. 새로운 교육과정이나 프로그램을 일선 초등학교에 적용하기 전에 시도해보는 일종의 ‘교육실험실’로 활용되는 측면은 단점이 될 수 있다. 기본적으로 교육과정은 공립처럼 운영되지만 예체능 위주의 특기적성교육은 학교장 재량에 따라 사립 수준으로 이뤄진다.
입학 방식은 사립과 동일한 ‘선지원 후추첨’이며 해당 학교가 위치한 지방자지단체 전 지역이 학군이기 때문에 누구나 지원 가능하다. 서울교대부초나 서울사대부초 모두 100명 이내에서 남녀 동일 비율로 학생을 모집한다. 단, 국립초교는 추첨일이 다르더라도 중복지원이 불가능하다. 국가에서 운영하는 교육기관인 만큼 입학금, 수업료가 일체없으며 셔틀버스도 운행하지 않는다.
서울교육대학교 부설 초등학교 2015학년도 신입생 입학 일정
모집 정원 남·여 각 48명씩 총 96명
원서교부 2014년 10월 31일~11월 20일, 홈페이지에서 (http//ps.snue.ac.kr) 다운받아 사용
원서접수 2014년 11월 18~20일 전형료 3000원
추첨일 2014년 11월 26일, 남자 오전 10시, 여자 오후 2시
공립초등학교
지방자치단체에서 설치, 관리하는 교육기관으로 동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대부분의 초등학교가 공립이다. 국가에서 정한 정규 교육과정을 준수하기 때문에 지역적으로 수업의 질적 차이가 크지 않다. 하지만 최근에는 공립학교로서 기본 틀은 유지하되 저마다 특색 있는 교과 프로그램을 자율적으로 운영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학구제 방식이기 때문에 원하는 공립학교에 입학하려면 그 학교가 속한 학구 내 주소로 주민등록이 돼 있어야 한다. 주민센터에서는 10~12월에 의무취학대상자 명부를 작성해 12월 중에 취학통지서를 발송한다. 입학하는 해의 1월 중에 주민등록 이전이 되어 있으면 추가 취학 명단에 들어갈 수 있으며, 2월 중에 주민등록 이전을 하는 경우에는 임시 취학통지서를 발급받아 학구 내 지정된 학교로 제출하면 입학이 가능하다.
혁신초등학교
공교육의 새바람을 몰고 왔다고 평가받는 ‘혁신학교’는 2009년 경기도에서 처음 시도됐다. 학급 인원 25명 내외, 학년별 5학급 이하인 작은 학교를 지정해 지역 교육청에서 4년 동안 운영비를 지원한다. 사립처럼 추첨을 통해 입학 자격이 주어지는 게 아니라, 일반 공립초등학교 같은 근거리 배정 원칙을 따른다. 주소지가 해당 학구에 속해 있으면 입학이 가능하기 때문에 일부 인기 혁신학교의 경우 위장전입 문제가 심각한 실정. 교사들은 강의식 수업을 지양하고 즐거운 수업, 재미있는 학습을 추구한다. 과목이나 교과 내용 특성상 강의식 수업을 하기도 하지만 대체로 협동학습 등 참여 중심의 학습을 지향한다. 하지만 공교육의 큰 틀에 있으므로 국가 교육과정에 따른 시수를 지키고 일반 교과서로 수업한다.
혁신학교 수업은 대부분 ‘블록타임제’로 운영된다. 수업시간은 60~80분, 쉬는 시간은 20~30분으로 수업 흐름이 끊기지 않도록 연속적으로 진행해 수업의 집중도와 참여도를 높인다. 또한 쉬는 시간에는 체육활동이나 다양한 놀이를 즐기면서 여유롭게 쉴 수 있는 게 장점이다. 저학년의 경우 80분의 수업시간이 힘들고 지루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지만, 듣기만 하는 수업이 아니라 참여형 수업이기 때문에 전혀 문제되지 않는다. 무엇보다 경쟁교육이 아닌 모둠을 이루어 토론하거나 과제물을 제출하는 협동교육으로 진행되어 자연스럽게 협동심과 리더십을 키울 수 있다. 단, 시험이 없기 때문에 엄마 입장에서는 아이의 실력을 객관적으로 평가받을 기회가 없어 불안한 것도 사실. 중학교 진학이 걱정돼 아이가 6학년에 올라가면 학교를 옮기는 엄마들도 있다.
사립초등학교
국가가 아닌 개인이나 재단이 운영하는 사립초교는 기존의 공립과는 차별화된 시설과 교육과정, 특별활동 등으로 학부모들의 비상한 관심을 받아왔다. 값비싼 수업료를 내야 하므로 ‘특별한 학교’라는 이미지를 갖게 되면서 아이를 보내는 것만으로 부러움 섞인 시선을 받기도 했지만 이는 모두 지난 이야기. 일부 사립초교는 지원자 수가 적어 미달 사태를 빚을 정도다. 요즘은 공립학교도 시설이나 방과후교실 프로그램 좋아져 사립보다 낫다는 평가를 받는 곳도 적지 않다. 흔히 엄마가 직장 생활을 하면 아이를 사립에 보내는 편이 낫다고들 하지만 요즘은 꼭 그렇지도 않다. 우선 학교가 멀리 있는 경우 스쿨버스를 타야하기 때문에 아이가 피곤할 수 있다. 또한 아이가 방과후수업을 듣는다면 하교할 때 스쿨버스를 이용할 수 없으므로 아이를 데리러 갈 사람이 꼭 필요하다. 따라서 워킹맘이라면 공립이나 사립을 떠나 방과후 돌봄교실이 잘 운영되고 있는 학교를 택하는 게 현명하다. 사립초교를 선택할 때는 미리 보내본 학부모들의 이야기를 충분히 들어보고, 원서 접수 전 학교에서 여는 설명회에 참석하는 게 좋다.
사립학교는 대부분 9월 말부터 10월 중순까지 신입생 선발을 위한 입학설명회를 갖는다. 학교에 따라 홈페이지나 전화로 사전 예약을 해야만 참석가능한 곳도 있고 설명회를 2~3회씩 하는 학교가 있는 반면 1회로 끝나는 학교도 있으니 반드시 확인할 것. 설명회가 끝난 후 11월에 입학원서 접수와 추첨이 이뤄진다. 사립학교를 보낼 생각이 있다면 점찍어둔 학교의 입학설명회를 절대 놓치지 말 것. 학교에 따라 입학설명회를 1~2교시 참관수업으로 대체하기도 한다.
영어교육 학부모들이 사립에 느끼는 가장 큰 매력은 역시 ‘영어교육’이다. 공립초교는 영어 과목을 3학년부터 정식 교과로 채택하는 반면 사립초교는 작년까지도 1학년부터 영어를 가르쳤을 뿐더러 시수도 상당했다. 그랬던 것이 작년 10월 교육부와 17개 시도교육청이 발표한 ‘사립초 영어교육 정상화 계획’ 발표에 따라 약간의 변화가 생겼다. 현행초중등교육법상에는 초등학교 1~2학년을 대상으로 영어교육을 교육과정에 편성할 수 없고, 3~6학년의 경우에도 영어교과를 제외한 타 교과에서 영어몰입교육을 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사립초교에서 이를 지키지 않았던 것. 또한 검인정 교과서 이외의 교재를 사용하면 불법이지만 미국교과서 등으로 수업해온 것도 공공연한 사실이다. 일부 사립초교들은 이에 반발해 헌법소원과 교육청 행정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상황. 대부분의 사립초교에서 올해부터는 1~2학년의 경우 정규 교육과정 내에는 영어교과를 편성하지 않고 방과 후에 ‘희망자에 한해’ 영어를 수강하는 것으로 바꾸어 운영하고 있다. 방과후수업 형태이기 때문에 영어수업은 일과 이후 시간인 5교시부터 시작한다. 하지만 학생들이 거의 100% 수강하기 때문에 기존에 해왔던 정규 영어수업과 큰 차이는 없다.
교사 사립은 공립에 비해 많은 수의 교사가 좀더 세심히 학생을 보살펴준다는 인식이 있다. 실제 비싼 수업료를 내고 아이를 보내는 만큼 공립보다 학부모의 의견 반영이 잘 되는 편. 교사는 재단에서 면접을 거쳐 선발하며, 남녀 교사의 비율도 거의 비슷하다. 공립은 교사가 3~5년마다 학교를 옮기지만 사립 교사는 퇴직할 때까지 한 학교에 머물다 보니 애착이 큰 편이다. 반면 재직 기간이 긴 만큼 교육카페 등을 통해 교사 평가가 노출돼 있으며, 장기 근무로 인해 자칫 매너리즘에 빠지기 쉽다는 단점이 있다.
학비 입학금은 대부분 100만원. 수업료는 1년에 4번 분기별로 내는데, 학교마다 차이가 큰 편이다. 저렴한 곳은 분기당 100~130만원 선이지만 비싼 곳은 200만원이 넘기도 한다. 여기에 스쿨버스비, 급식비, 교재비, 특기적성비, 교복비 등이 추가로 들기 때문에 부담은 더욱 늘어난다.
입학 모든 사립초의 추첨일이 동일하므로 추첨 당일에는 한 학교밖에 참석할 수 없다. 합격 여부는 보호자 참석하에 공개 추첨으로 결정된다. 예비합격자는 해당 학교의 최근 3년간 1학년 평균 결원의 200% 범위 내에서 공개 추첨으로 정해 학교 홈페이지에 공고한다. 기본적으로 추첨제지만 일부 학교는 간단한 면접을 보거나 관련 종교를 지닌 학생을 우선 뽑기도 한다. 참고로 2015학년도 서울 지역 사립초교의 추첨일은 11월 10일(월)이며 남자는 오전 10시, 여자는 오후 2시에 실시한다.
#서울 시내 주요 사립초교 2015년도 입학설명회 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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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한보미 기자 / 사진 이성우, 서울문화사 자료실 / 모델 김나원(6세) / 스타일리스트 김유미/ 의상협찬 빈폴키즈, 펜디키즈(02-3447-7701), 쁘띠슈(02-511-2483) / 도움말 방민희(서울관악초등학교 교사) 참고도서 첫아이 초등학교 보내기(비비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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