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서청원 의원실과 무선 통신 장비 업체 KMW 등에 따르면, 서 의원의 장남 동익(37) 씨는 오는 18일 국회의사당 내 의원동산 사랑재에서 KMW 김덕용 회장의 딸 김은애(29) 씨와 결혼식을 올린다. 동익 씨는 지난해 국무총리실 낙하산 특채 논란을 불러 일으켰던 인물로, 국무총리실 시민사회비서관실 민관협력 담당 서기관으로 근무 중이다.
이런 가운데 서 의원 장남의 결혼식은 몇 가지 면에서 주목할 만한 부분이 있다는 지적이다. 서 의원과 사돈의 연을 맺게 되는 사람은 연 매출 3000억 원의 중견기업 KMW를 이끌고 있는 김덕용 회장이다. 서 의원은 이에 앞서 딸을 삼화제분 박원석 회장에게 시집보낸 바 있다. 연이어 자녀를 기업인 집안과 혼인 시키며 사돈의 연을 맺었다는 점이 특이할 만한 점이다.
더욱이 김덕용 회장은 박근혜 대통령의 서강대 전자공학과 후배로 지난해부터 서강대 총동문회 회장을 맡고 있다. 또한 김 회장은 서강대 재학 시절 ‘육영수 장학금’을 받기도 했다. KMW의 본사 역시 경기도 화성 동탄면에 위치해 있다. 잘 알려졌듯 서 의원은 박 대통령의 최측근 중 한 사람으로 지역구가 경기 화성이다. 물론 엄밀히 말해서 서 의원의 지역구는 화성시에서 봉담읍 등 농촌지역을 주로 포함하는 화성갑으로, KMW가 위치한 동탄면 등 신도시 지역 위주의 화성을은 아니다. 이에 대해 KMW 유대익 사장은 “서 의원의 아들과 김 회장의 딸이 미국 유학 중에 자연스레 만나게 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서 의원 장남의 결혼식에서 주목할 부분은 또 있다. 서 의원과 김 회장 측은 자녀들의 결혼식에 양가 지인 100명씩만 초대하고 축의금 및 화환도 거절하기로 합의했다. 서 의원은 새누리당 의원들에게 청첩장을 돌리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결혼식 며칠 전까지 비서진들에게도 이 같은 사실을 공지하지 않았다.
서청원 의원실 관계자는 지난 15일 “서 의원님 장남의 결혼 얘기는 우리도 밖에서 들었다. 의원님이 비공개로 조촐히 결혼식을 치르려고 하는 것 같아 먼저 여쭙지 못하고 있다. 그래도 결혼식을 하게 된다면 의원님께서 당일이나 임박해서 얘기해 주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자는 지난 16일에도 서 의원실에 연락을 수차례 취하고 만남을 시도했으나 ‘국감중이라 바쁘다’는 이유로 접촉이 이뤄지지 않았다.
지난 7월 새누리당 전당대회를 준비하던 서 의원 캠프에서 조직본부장을 맡았던 김본수 전 경기 용인을 당협위원장은 “동익이는 어렸을 때부터 잘 안다. 하지만 서 의원님께 결혼 얘기를 직접 듣지는 못했다. 최근 신일고등학교 동창회에 나가서 서동구라는 후배에게 동익이가 결혼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동구는 동익이의 사촌 형이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서 의원 장남의 결혼 소식을 기자에게 처음 들었다. 당에서 그런 얘기 못 들었고, 당 의원들에게 청첩장 돌렸는지도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물론 정치권 인사들의 비공개 혼사 자체가 이례적인 일은 아니다. 홍준표 경상남도지사도 지난 1월 정치권에 청첩장을 돌리지 않은 채 장남 정석 씨의 결혼식을 치른바 있다. 황우여 당시 대표, 강창희 당시 국회의장, 서 의원 등 새누리당 전ㆍ현직 의원 60여명이 뒤늦게 소식을 듣고 식장을 찾았다. 하지만 홍 지사의 장남은 서울 삼성동의 한 예식장에서 결혼식을 올렸고, 서 의원의 장남은 국회에서 결혼식을 치른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국정감사 시즌이라 괜한 오해를 방지하기 위해서 비공개로 추진했을 수도 있겠지만, 서 의원 입장에서는 여러 점에서 집안 행사를 드러내 놓고 떠들썩하게 추진할 만한 상황이 아니었을 것이다”고 말했다. KMW 유 사장은 “다른 뜻이 있는 것은 아니고 조촐하게 치르자는 뜻에서 양가 100명씩만 초대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연호 기자 dew901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