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조카사위 박영우 씨가 오너인 대유에이텍이 위니아만도를 인수했다. 대유에이텍 성남사옥.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선거철만 되면 정치 테마주는 어김없이 기승을 부린다. 특히 대선이 실시되는 해는 5년마다 찾아오는 ‘대목’이다. 2007년 이명박 전 대통령이 핵심 공약으로 내건 대운하 테마주 이화공영은 3000%에 가까운 상승을 기록해 주식시장을 놀라게 했다. 2012년 대선 때도 당선이 유력했던 박근혜 대통령 관련 테마주는 작전세력과 개미들의 집중 타깃이 됐다. 그 중에서도 박 대통령 친인척 소유로 알려졌던 대유에이텍과 계열사 대유신소재는 ‘박근혜 테마 대장주’로 꼽혔다. 두 회사 주가는 박 대통령 지지율과 연동해 움직였고, 금융당국이 여러 차례 주의를 당부했지만 엄청난 액수의 자금이 몰렸다.
대유그룹 오너 박영우 회장은 박근혜 대통령 조카사위다. 박 회장 부인 한유진 씨는 박 대통령 이복 언니 박재옥 씨의 장녀다. 박 대통령 조카인 셈이다. 박재옥 씨는 박정희 전 대통령 첫 번째 부인 김호남 씨 사이에서 난 딸이다. 박영우-한유진 씨 부부는 박 대통령의 국회의원 시절 매년 후원금을 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만큼 박 대통령과 각별한 사이임을 추측할 수 있다. 지난 대선 당시 공개된 박 대통령 고액 후원금 기부 내역에 따르면 한 씨 부부는 지난 2004년부터 2007년까지 박근혜 후보에게 총 6600만 원을 후원한 것으로 드러났다.
세간에 잘 알려져 있지 않던 박 회장이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된 것은 지난 2012년 민주당이 집중 포화를 쏟아 부으면서부터다. 당시 민주당은 주가조작 의혹 등 불법행위를 추궁하기 위해 박 회장을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했다. 그러나 박 회장은 해외 출장을 이유로 불참했고 결국 고발까지 당했다. 당시 야당 의원들은 금융당국을 상대로 유력 대선주자였던 박 대통령 눈치를 보느라 박 회장 조사를 하지 않느냐고 질타했다. 반면 친박계 의원들은 “정치 공세일 뿐”이라며 박 회장을 엄호했다.
그러나 박 회장은 2013년 1월 미공개 정보 이용에 의한 시세 차익으로 인해 결국 고발 조치됐다. 같은 해 10월 검찰은 자사 주가가 하락할 것을 미리 알고 주식을 처분해 손실을 피한 혐의로 박 회장을 재판에 넘겼다. 그리고 지난 8월 29일 박 회장은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주식 매매로 일반 투자자에게 예상치 못한 피해를 입혔으니 엄히 처벌해야 한다”면서도 “대선 테마주로 분류돼 외부 환경이 영향을 미쳐 정확한 회피 손실액을 산정하기 어렵다”고 집행유예 선고 이유를 밝혔다.
법조계에선 재판부가 이례적으로 너그러운 판결을 내렸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한 변호사는 “내부 정보를 이용한 시세 차익 행위는 갈수록 형량이 세지는 추세다. 다른 판결과 비교해봤을 때 형평성에 있어서 문제가 있다”면서 “재판부 스스로도 엄히 처벌해야 한다고 해놓고 집행유예를 선고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야권 일각에선 현 정부가 박 회장에게 ‘면죄부’를 주기 위한 시나리오를 가동시킨 것 아니냐는 주장을 하기도 한다. 새정치민주연합의 한 중진 의원은 “2012년 국정감사에선 별 문제가 없다고 했던 금융당국이 대선이 끝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박 회장을 고발했다. 그리고 검찰 수사부터 법원 판결까지 마치 짜인 각본처럼 진행됐다. 현 정부가 박 대통령 임기 내에 박 회장 의혹을 정리하려 했던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회장 집행유예 논란이 채 가시기도 전에 또 다른 이슈가 재계와 정치권을 놀라게 했다. 박 회장이 김치냉장고 ‘딤채’로 유명한 위니아만도를 품에 안은 것이다. 대유에이텍은 위니아만도 지분 70%를 805억 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나머지 지분 30%도 2~3년 내에 분할 매입하게 된다. 이를 합한 총 매입가는 1150억 원이다. 대유에이텍은 인수를 위한 특수목적회사(SPC) 위니아대유를 세우고 여기에 박 회장과 계열사 등이 자금을 출자할 예정이다. 또 4년 안에 위니아만도를 상장시키겠다는 내용도 계약서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8월 대유에이텍은 현대백화점그룹 계열사 현대그린푸드에 밀리면서 위니아만도를 놓칠 뻔했다. 그런데 현대백화점이 인수 의사를 철회하면서 이번에 극적으로 위니아만도를 인수하게 됐다. 재계에서는 대유에이텍이 현금성 자산을 넉넉하게 보유하고 있어 계약이 무난히 성사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대유에이텍 측 역시 “위니아만도 인수가 재무건전성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이란 입장이다. 다만, 그동안 인수 과정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던 위니아만도 노동조합이 어떠한 반응을 내놓을지가 변수다. 노조 관계자는 “지금 계약 내용을 꼼꼼히 살펴보고 있다. 그 후에 대처 방안을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야권은 대유에이텍의 위니아만도 인수를 곱지 않은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대유에이텍이 현 정부 들어 급성장하고 있는 것의 연장선상이라는 판단에서다. 대유에이텍 매출액은 박 대통령이 유력 대선주자로 거론되던 2012년 최초 5000억 원을 돌파한 데 이어 지난해엔 5500억 원을 기록했다. 올해는 상반기만 무려 3300억 원의 매출을 올려 6000억 돌파가 확실시되고 있다. 당기순이익 역시 2012년 40억 원에서 지난해 87억, 그리고 올해 상반기는 110억 원이었다. 2009년 매출액이 932억 원이었다는 감안하면 5년여 만에 빠른 속도로 사세가 확장됐음을 알 수 있다.
특히 현재 진행 중인 국회 국정감사를 앞두고 일부 야권 의원들은 위니아만도 인수 관련 제보들을 여러 건 접수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해당 자료는 위니아만도 인수에 관여했던 금융권 인사 등으로부터 나왔다고 한다. 새정치연합의 한 초선 의원은 “대유에이텍의 위니아만도 인수를 여권 특정 세력이 밀어주고 있다는 게 골자였다. 국감에서 폭로하기 위해 여러 채널을 가동해 사실 확인에 나섰지만 시간이 촉박해 잘 안 됐다. 또 구체적인 내용이 없는 의혹 제기 수준이어서 힘든 부분도 있었다”며 “절차상 별다른 문제가 없다 하더라도 이런 말이 나오는 것 자체가 박 대통령에겐 타격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