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의 이종사촌 조카인 정원석 씨가 이사로 있는 벤처투자회사 ‘컴퍼니케이파트너스’가 모태펀드 4곳 운용사로 선정되며 특혜 의혹이 일고 있다. 박정희정부 시절에는 정원석 씨의 부친 정영삼 씨가 대표로 있던 세진레이온이 한국민속촌(위 사진)을 운영하면서 특혜 논란이 벌어진 바 있다. 우태윤 기자 wdosa@ilyo.co.kr
의혹은 벤처투자회사인 ‘컴퍼니케이파트너스’로부터 시작된다. 컴퍼니케이파트너스는 올해 들어 정부가 추진하는 4개의 모태펀드에 투자조합운용회사로 선정됐다. 모태펀드란 중소기업 혹은 벤처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정부가 일정 금액을 출원해 민간투자를 끌어들여 조성하는 펀드를 뜻한다. 지난 2005년 중소기업청 산하에 투자관리전문기관인 한국벤처투자가 설립돼 매년 펀드 사업 운용사를 선정하고 있으며, 각 부처에서도 펀드 사업을 벌이고 있다. ‘창조경제’의 일환으로 모태펀드는 박근혜 정부 이후 더욱 활성화되고 있다.
컴퍼니케이파트너스는 지난 5월 농림축산식품부의 ‘애그로시드펀드’(100억 원)의 운용사로 선정됐다. 이윽고 지난 6월에는 미래창조과학부의 ‘디지털콘텐츠 코리아펀드’(150억 원), 중소기업진흥공단 ‘청년창업펀드’(200억 원), 금융위원회 ‘성장사다리펀드’(420억 원) 등 3개의 모태펀드 운용을 단번에 따냈다. 이로써 컴퍼니케이파트너스가 운용하는 모태펀드 규모만 ‘870억 원’. 업계에서는 컴퍼니케이파트너스가 그만큼 상당한 실력을 갖고 있다는 평가가 잇따랐다.
하지만 컴퍼니케이파트너스에 누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지 관심이 집중되면서 의혹이 불거졌다. 현재 컴퍼니케이파트너스의 대주주는 정원석 씨다. 정 씨는 고 육영수 여사 언니 육인순 씨의 딸인 홍지자 씨의 장남이다. 즉 박근혜 대통령에게는 이종사촌 조카인 셈. 친인척인 만큼 ‘특혜’가 아니냐는 의혹이 강력하게 불거진 것이다. 정 씨는 대선이 지난 한 달 뒤인 지난 3월 컴퍼니케이파트너스의 이사로도 취임했는데, 그 직후 정부펀드 사업 공고가 났다는 점도 의혹의 대상이다.
한국민속촌은 박정희 정부 시절인 1974년부터 건립이 추진됐다. 정부가 6억 8000만 원을 내고 민간기업인 기흥관광개발이 7억 3200만 원을 투자하는 방식이었다. 민간 투자 방식인 만큼 운영권은 기흥관광개발에 주기로 합의됐다.
그런데 한국민속촌이 완성되고 문을 연 뒤 1년 만에 기흥관광개발 김정웅 대표가 문화재보호법 위반죄로 구속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한국민속촌 건립에 중추적인 역할을 한 김 대표는 건립 과정에서 자기 재산을 다 투자까지 하면서 정부 계획에 협조한 터라 구속된 배경에 더욱 관심이 집중됐다.
사주가 구속된 기흥관광개발은 결국 자금난에 봉착했고, 1976년 10월 섬유업체인 ‘세진레이온’에 인수된다. 이 당시 세진레이온의 대표가 정영삼 씨였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처 조카사위인 정 씨가 한국민속촌을 운영하게 된 만큼, 일각에서는 김정웅 대표의 구속이 사전에 예정된 박정희 정권의 음모가 아니냐는 설이 나돌았다. 실제로 당시 김정웅 대표는 자신이 구속돼 있는 동안 정영삼 씨가 접근해 “주식 전부를 양도하라. 응하지 않을 경우 재구속시키고 공매처분토록 하겠다”고 협박했다고 주장했다.
세진레이온은 현재 조원관광진흥으로 회사 이름을 바꿔 한국민속촌을 운영 중이다. 한국민속촌은 현재 자본금 519억 원에 연매출이 250억~300억 원에 달하는 중견기업이 됐다. 이와 더불어 정영삼 씨는 20만 평에 달하는 한국민속촌 일부 부지를 골프장으로 조성해 ‘남부컨트리클럽’을 들어서게 한다. 남부컨트리클럽의 운영사는 ‘금보개발’이다. 금보개발의 대표는 최근 정부 모태펀드 특혜 의혹이 불거진 정영삼 씨의 장남 정원석 씨다. 금보개발은 컴퍼니케이파트너스의 최대주주이기도 하다.
이렇듯 한국민속촌을 기반으로 정 씨 일가는 부를 점점 증식해 왔다는 정황을 포착할 수 있다. 한국민속촌 인수 이후 2000년대까지 정 씨 일가는 골프장과 고급 레지던스를 운영하는 ‘금보개발’을 포함해 기계 제조업을 하는 ‘나우테크’, 부동산 임대업을 하는 ‘서우수력’, 농산물 생산 및 가공판매를 하는 ‘동주물산’, 제주도 테마파크 및 골프장 운영을 하는 ‘더 원’ 등의 회사를 잇따라 설립했다. 정의당 박원석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정 씨 일가가 소유한 7개 기업의 총자산은 약 ‘74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민속촌 인수부터 현재 모태펀드 운용까지 정 씨 일가의 특혜 의혹은 마치 데자뷔를 연상케 한다는 시각이 대다수다. 이와 더불어 최근에는 정영삼 씨가 ‘페이퍼 컴퍼니’를 만들어 아들에게 편법, 탈법 증여를 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한국민속촌을 소유한 조원관광진흥의 최대주주회사인 ‘서우수력’의 지분 99.6%를 정영삼 씨의 아들들(장남 정원석, 차남 정우석)이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우수력의 납입자본금은 1억 원, 종업원은 고작 3명이기에 ‘페이퍼 컴퍼니’가 아니냐는 의혹은 더욱 짙어지는 상황이다. 최근 국감에서 모태펀드 특혜 의혹을 제기한 정의당 박원석 의원은 “한국민속촌에 이어 대통령의 친인척이 2대에 걸쳐 국민의 혈세가 들어간 사업을 따낸 데 대해 공정하고 객관적인 절차를 거쳤는지 검증되어야 한다”며 “특히 감사원은 대통령 친인척 기업의 정부주도 펀드 운용사 선정 과정과 절차에 특혜나 불법행위가 없었는지 주목하고 감사에 착수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박정환 기자 kulkin85@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