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간 세계 자동차 시장의 최대 쟁점은 연비다. 지난 19일 폐막한 2014 파리모터쇼는 이 연비를 쟁점에서 전쟁으로 바꿔났다. 30여 대 이상의 고효율 연비를 장착한 신차가 대거 등장했다. 이 고효율 연비 차량의 방식은 ‘PHEV’(plug-in hybrid electric vehicle). ‘플러그인하이브리드’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당면한 연비 규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을 PHEV에서 찾은 것이다.
2014 파리모터쇼에서 선보인 르노 ‘이오랩’ 콘셉트카. 1리터의 연료로 100km의 거리를 주행할 수 있어 ‘1리터차’라는 별명이 붙었다. 오른쪽은 BMW X5 E드라이브 콘셉트카의 충전 방식.
PHEV는 ‘내연기관+전기’ 동력이 겸용된 하이브리드에 외부에서 전기를 충전하는 시스템이 더해진 차종을 말한다. 케이블 없는 하이브리드와 플러그를 꽂아야 하는 전기차의 중간 형태인 셈이다. 기존 전기차처럼 충전한 뒤 구동하다 전력이 소진되면 엔진을 발전기로 가용해 주행거리를 늘린다. 따라서 도심과 장거리 모두에 이용할 수 있어 대안으로 꼽힌다.
이 같은 PHEV 열풍의 이유는 주요 국가들의 연비규제 강화 때문이다. 유럽연합(EU)의 경우 지난 2월 자동차 이산화탄소 배출량 규제를 2015년 1㎞당 130g에서 2021년까지 95g으로 27% 감축하도록 강제하는 법안을 통과시켰으며, 미국은 유해물질인 탄화수소와 질소산화물을 합한 배기가스 배출량을 2025년까지 81% 감축하고, 미세먼지 배출량도 2017년까지 70% 수준으로 감축하도록 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대기오염 문제가 가장 심각한 중국은 지난 1월 하순 모든 승용차 평균 연비를 2015년까지 ℓ당 14.5㎞, 2020년까지 20㎞로 28% 높이는 정책을 발표했다. 우리 정부 역시 최근 2020년까지 자동차 온실가스 기준을 97g/㎞, 연비 기준을 ℓ당 24.3㎞로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차기(2016년~2020년) 자동차 평균 온실가스·연비 기준(안)’을 행정예고했다. 신차 개발 기간이 통상 2~3년가량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완성차 업체들의 시간 여유는 별로 없다. 이 같은 추세에 최근 밝힌 프랑스 정부의 친환경차 정책이 주효했다. 2022년 출시 차종부터 ℓ당 50㎞ 이상의 효율을 내야 한다.
이번 모터쇼에서 가장 많은 PHEV 모델을 선보인 완성차 업체는 폴크스바겐그룹이다. 폴크스바겐 골프·파사트 GTE, 아우디 TT 로드스터, 포르셰 뉴 카이엔 S E-하이브리드 등 보급형 양산차에서 슈퍼카까지 다양한 모델군을 공개했다. 2ℓ에 100㎞를 달리는 콘셉트카 ‘XL스포트’의 경우 시속 100㎞를 5.7초에 주파한다. 골프와 파사트 GTE도 ℓ당 50~60㎞의 고연비를 자랑한다. 포르셰 뉴 카이엔 S E-하이브리드의 경우 스포츠실용차(SUV)임에도 ℓ당 연비 29.4㎞를 달성했다.
르노의 경우 ‘1ℓ차’라는 별명의 PHEV 콘셉트카인 ‘이오랩’을 공개했다. 1ℓ의 연료로 100㎞를 주행할 수 있는 이 차는 르노의 소형차 ‘클리오’보다 무게를 400㎏가량 줄여 연비 효율성을 한층 더 강화했다. 푸조는 기존 하이브리드가 전기모터를 쓰는 것과 달리 공기 압축을 통해 추가 동력을 얻는 콘셉트카 ‘208 하이브리드 에어 2L’를 전시했다. 시트로엥 역시 같은 파워트레인의 준중형 콘셉트카 ‘C4 칵투스 에어플로우 2L’를 선보였다.
이외에도 메르세데스 벤츠도 S클래스의 플러그인 모델을 선보였으며, BMW 역시 우리나라에도 출시할 예정인 플러그인하이브리드 스포츠카 ‘i8’을 비롯해 플러그인하이브리드 ‘X5 e드라이브 콘셉트카’ 등을 전시했다.
국내 업체로는 현대차가 내년 중에 쏘나타 PHEV를, 기아차는 2016년에 K5 PHEV모델을 내놓는다.
환경부는 전기차, 하이브리드차뿐만 아니라 PHEV에도 국내 제작사들의 출시 시기에 맞춰 보조금을 지급할 방침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PHEV에도 보조금을 준다는 게 기본 방침”이라면서 “다만, PHEV에도 여러 종류가 있는 만큼 국내 제작사들이 생산하는 PHEV에 대한 정확한 제원 등을 검토해 지원 대상과 금액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PHEV를 전기차 범주에 넣어 순수전기차와 보조금을 차등지급할지, 아니면 하이브리드 범주에 넣어 지원할지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환경부는 일단 내년에는 시범적으로 보조금을 지원하되, 본격적인 지원은 2016년부터 할 방침이다.
이정수 프리랜서
‘플러그인하이브리드’란? ‘내연기관+전기’ 동력의 ‘하이브리드’에 플러그 꽂아 충전하는 ‘전기차’ 방식이 더해진 차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