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2일 스페인 마드리드 인근 공군기지에서 보호복을 입은 의사들과 구조대원들이 시에라리온의 한 병원에서 일하다 에볼라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이송된 스페인 선교사 마누엘 가르시아 비에호를 구급차로 옮기고 있다. AP/연합뉴스
아직 이렇다 할 백신조차 개발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얼마 전에는 세계보건기구(WHO)의 충격적인 보고까지 나왔다. “제대로 된 조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서아프리카의 에볼라 바이러스 환자가 2개월 내에 매주 1만 명씩 늘어날 수 있다”는 내용이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는 이보다 더 암울한 추측을 내놓았다. “1월까지 최대 140만 명이 감염될 수 있다”는 보고였다. 치사율에 대해서도 WHO는 “잘못된 조사일 수 있다”면서 “실제로는 70%에 가까울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
실제 서아프리카의 많은 에볼라 바이러스 감염 환자들은 형편상 병원에서 치료를 받지 못하거나 또는 이웃 주민들의 집단 따돌림으로 집에서 숨어 지내다가 목숨을 잃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얼마 전부터는 급기야 미국, 유럽 등지에서도 에볼라 환자가 하나둘 발생하면서 공포감은 더욱 확산되고 있다. 전 세계를 공포와 두려움으로 몰아넣고 있는 에볼라 바이러스에 대처하기 위해서 반드시 알아두어야 할 내용들을 면밀히 짚어봤다.
에볼라 바이러스의 자연 숙주는 과일박쥐(큰박쥐)인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고릴라, 침팬지, 영양 등에게 전염된 후 다시 인간에게 전염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보통 8~10일(혹은 짧게는 2일에서 길게는 21일까지) 간의 잠복기를 거친 후부터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하는데 이때 나타나는 증상들로는 갑작스런 발열, 두통, 근육통, 관절통, 인후염, 쇠약감 등이 있다. 처음에는 식은땀을 흘리면서 몸살 기운이 있기 때문에 독감 증상과 비슷하다고 착각하기 쉽다.
에볼라 바이러스 숙주 ‘과일박쥐’
그 다음 단계로 접어들면 구토, 설사가 시작되고, 더 심한 경우에는 내부 장기에서도 출혈이 발생하면서 눈, 코, 귀에서 출혈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사망까지 이르는 시간은 불과 며칠에서 2주 정도로 꽤 빠른 편이다.
지난 1976년 자이르에서 처음 발생했던 에볼라 바이러스 감염 증상은 그 후 1년 동안 이웃나라인 수단, 우간다까지 퍼져 나갔다. 당시 자이르에서만 318명이 감염되고, 280명이 사망하면서 88%의 높은 치사율을 나타냈으며, 수단에서는 감염 환자 284명 가운데 151명이 사망하기도 했다.
그러던 중 이상한 일이 발생했다. 1년 동안 창궐했던 에볼라가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 것이다. 더 이상 감염자는 나타나지 않았으며, 그렇게 에볼라 바이러스는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히는 듯했다.
그렇다고 해서 완전히 사라진 것은 물론 아니었다. 가끔씩 이곳저곳을 옮겨 가면서 적게는 수십 명에서는 많게는 수백 명의 환자가 발생했지만 집단적으로 확산되지는 않았다. 지난해까지 에볼라 바이러스 감염 발생 건수는 2357건, 사망자는 1548명이었으며, 모두 아프리카의 오지에서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발생한 에볼라 바이러스 사태가 보다 심각하게 여겨지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에볼라 환자가 나타나지 않았던 서아프리카 기니에서 처음 환자가 나왔다는 점도 이례적이었지만, 무엇보다도 사망 환자 수가 이미 4000명을 넘어섰다는 점은 사람들의 공포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기니에서 첫 번째 환자가 발생한 후 시에라리온, 라이베리아 등 인근 국가로 확산됐던 에볼라 공포는 곧 아프리카 전체로 번져 나갔다. 지난 7월에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라이베리아계 미국인이 비행기를 타고 아프리카 인구 최대국인 나이지리아로 날아가 사태를 더욱 악화시켰다. 현재 나이지리아 감염 환자 수는 20명이며, 이 가운데 8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곧 이어 세네갈에서도 감염환자가 발생했으며, 급기야 지난 9월 말에는 미국 내에서도 첫 번째 감염환자가 발생했는가 하면, 스페인에서는 에볼라 환자를 돌보던 간호사 한 명이 감염되기도 했다.
에볼라 바이러스
그렇다면 에볼라 바이러스는 어떤 경로로 전염되는 걸까. 그나마 다행인 것은 에볼라 바이러스가 공기 중으로는 전염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앞으로도 그럴 위험은 없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바이러스의 변형이 일어날 확률이 지극히 적기 때문이다. 지난 수십 년간 돌연변이는 나타나지 않았으며, 또한 홍역이나 스페인 독감 등 다른 바이러스에 비하면 확산 속도도 느린 편이다.
에볼라 바이러스의 감염 경로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우선 감염된 동물(침팬지, 과일박쥐, 영양 등)을 직접 만질 경우 전염될 확률이 높다. 서아프리카 주민들의 경우 이런 동물들의 고기를 즐겨 먹기 때문에 고기를 손질하거나 도축하는 과정에서 쉽게 감염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른 하나는 감염 환자와의 신체적 접촉에 의한 전염이다. 이를테면 감염 환자의 체액(정액, 땀 등)이나 분비물, 혈액, 토사물 등을 만질 경우 감염될 수 있다. 때문에 혹시 접촉을 했을 경우에는 즉시 깨끗한 물과 비누로 손을 씻어야 한다. 하지만 손에 상처가 있는 경우, 손을 씻기 전에 입이나 눈, 코를 만질 경우에는 감염될 확률이 매우 높으므로 유의해야 한다.
그렇다면 장례식에서 죽은 환자의 시체를 만지는 건 어떨까. 이 역시 매우 위험한 행동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대부분 사망하기 직전에 출혈 증상을 보이는 경우가 많은데, 감염 환자의 몸 밖으로 나온 혈액에 있는 바이러스는 만일 시체가 시원하고 습한 곳에 있을 경우, 최대 며칠간 생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감염 환자가 사용한 화장실 변기에 앉는 건 어떨까. 그저 변기에 앉는 것만으로도 감염이 될까. 그럴 수 있다. 특히 에볼라 환자의 대변은 매우 위험하며, 소변에서도 바이러스가 검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만일 변기에 에볼라 환자의 대변이나 소변이 묻었을 경우에는 감염될 위험이 있다.
에볼라 환자를 태운 택시는 안전할까. 장담할 수 없다. 만일 환자가 좌석에 피를 흘렸거나 구토를 했을 경우 위험할 수 있다. 이 분비물을 상처가 있는 손으로 만질 경우, 혹은 분비물을 만진 손으로 얼굴을 만질 경우 충분히 감염될 수 있다.
그럼 감염 환자가 만진 문고리는 어떨까. 이 역시 위험하다. 만일 문고리에 피나 토사물, 혹은 인분이 묻어 있을 경우에는 감염될 수 있다. 단, 피부에 상처가 없거나 문고리를 만진 후 눈, 코, 입을 만지지 않을 경우, 그리고 자주 손을 씻을 경우에는 감염 위험이 현저히 낮아진다.
1976년 처음 에볼라 환자가 발생한 ‘에볼라강’
음식은 안전할까. 만일 익혀서 먹는다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에볼라 바이러스는 햇빛과 열에 약하기 때문에 요리를 하는 과정에서 모두 죽게 된다. 때문에 야생동물의 고기를 날것으로 먹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혹시 에볼라 감염 환자가 얼굴에 대고 기침이나 재채기를 한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 할까. 사실 에볼라 바이러스는 공기를 통해 전염되지는 않는다. 또한 에볼라 환자가 기침이나 재채기를 하는 경우도 극히 드물긴 하다. 그럼에도 혹시 그런 일이 발생한다면 마스크를 쓰고 있지 않은 이상 감염될 확률이 높다.
성관계로도 전염이 될까. 물론 될 수 있다. 감염된 환자의 정액과 질 분비물은 매우 위험하기 때문에 콘돔을 착용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 만일 완전히 회복됐다고 하더라도 당분간은 성관계를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왜냐하면 정자 속의 에볼라 바이러스는 최장 90일까지 생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에볼라 바이러스에 감염됐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다른 사람과의 접촉을 피하는 것이다. 스스로를 격리시킨 채 전문가의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
에볼라 바이러스에 대한 백신은 아직 없지만 현재 신약들이 개발 단계에 있으며, 시약 가운데 하나인 지맵(ZMapp)은 지금까지 여러 감염 환자들에게 투약되어 일부 성과를 거둔 바 있다. 또한 에볼라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탈수 증상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전해질 용액을 마시거나 정맥 주사를 맞는 것이 좋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에볼라 예방 수칙 5가지 피부 접촉으로 쉽게 전염… 뽀뽀는 물론 터치도 금물 2. 감염 환자를 만지지 않는다=에볼라 감염 환자를 껴안거나 만지는 것은 금물이다. 심지어 악수도 해서는 안 된다. 무엇보다 위험한 것은 체액(토사물, 소변, 혈액, 타액, 눈물, 정액, 콧물)이다. 아무 것도 만지지 말라. 공중화장실에서는 수건이나 휴지 등도 만져선 안 된다. 환자가 덮은 이불이나 매트리스는 불에 태우는 것이 좋으며, 감염된 체액이 피부에 묻었을 경우에는 즉시 비눗물로 씻어낸다. 하지만 눈은 조금 다르다. 만일 재채기 등을 통해 오염된 체액이 눈으로 들어갔을 경우에는 안타깝지만 감염될 확률이 매우 높다. 구강점막과 콧구멍도 마찬가지며, 피부에 생긴 작은 상처도 치명적이 될 수 있다. 3. 시체를 만지지 않는다=에볼라 감염으로 사망한 사람의 장례식에서 작별인사로 시체를 만졌다간 화를 당할 수 있다. 죽은 사람의 몸에서 나온 체액에는 아주 많은 양의 바이러스가 있다. 4. 감염된 고기를 날 것으로 먹지 않는다=야생동물의 고기는 절대 날 것으로 먹지 않는다. 특히 기니 사람들이 즐겨 먹는 과일박쥐 고기는 매우 위험하다. 반드시 음식은 불에 익혀서 먹는다. 5. 콘돔을 사용한다=감염된 남성의 정액 속의 에볼라 바이러스 수치는 매우 높으므로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늘 콘돔을 착용한다. 혹 완치됐다고 하더라도 90일 동안은 콘돔을 사용하거나 성관계를 피하는 것이 좋다. [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