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기만 해도 가슴이 뭉클해지는 고향의 풍경들이다. 지금은 서서히 사라져 가는 것들이기에 더더욱 고향을 떠나온 중년의 도시민들에게는 정다운 것들이다.
일간지 기자이자 사진작가인 이호준이 글도 쓰고 사진도 찍어 만든 <사라져 가는 것들, 잊혀져 가는 것들-그때가 더 행복했네>(다````````미디어)는 현대화에 밀려 사라져 가는 우리 고향의 옛 모습들을 차분히 기록하고 있다.
“원두막이 참외나 수박을 지키기 위해 만들어졌다고는 하지만 각박함을 상징하는 것만은 아니었다. 밭주인은 동네 아이들이 참외 몇 개쯤 따가는 건 못 본 척 눈감아 주기도 했다. 애들 역시 재미로 서리를 할 뿐 참외나 수박 농사를 망칠 만큼 따 가는 경우는 없었다.”(원두막)
“비 오는 날 지걱거리며 다닐 때의 그 묘한 울림과 가락, 송사리나 붕어를 잡는다고 작은 냇물을 막고 고무신으로 물을 퍼낼 때의 그 신나던 손놀림이야 어찌 잊을 수 있을까.”(고무신)
“과도함은 부족함만 못하다는 걸 몸으로 말해 줬다. 어쩌면 그 정도의 빛이 삶을 영위하는 데 적절한 것인지도 몰랐다. 인간이 인위적으로 만들어내는 빛은 등잔불 만큼이어야 밤하늘의 별도 제대로 반짝이고, 반딧불도 소중해 지는 것이었을 게다.”(등잔)
“그러면서 손에 든 무언가를 조심스레 내밀었다. 아이들의 시선이 모두 그 손으로 쏠렸다. 허름한 보자기에 산 달걀꾸러미였다. ‘보답을 혀야 쓰겄는디, 집에 이것밖에```````````어서….’ 선생님은 머리에 화로라도 뒤집어 쓴듯 펄펄 뛰며 손사래를 쳤지만 그녀는 달걀꾸러미를 교탁 위에 놓고 도망치듯 교실을 나갔다. 아! 달걀 한 꾸러미. 생각해보면 그건 그냥 달걀꾸러미가 아니었다.”(달걀꾸러미)
단편 소설과 같은 글과 사진이 정겨움을 더하는 책에는 ‘청보리 일렁이던 고향 풍경’ ‘연탄 등잔 그 따뜻한 기억’ 등 4부로 나뉘어 40가지의 잊혀져가는 것들이 한가위에 찾은 고향처럼 조용히 담겨져 있다.
‘고향에 갈 때마다 다시는 볼 수 없는 것들이 하나씩 늘어가는 걸 확인하며 마음이 편치 않았다’는 저자는 들어가는 글에서 “야금야금 맛보는 느림의 미학은 달콤했습니다. 마차의 삐걱거리는 소리, 쇠똥 냄새와 함께 할 수 있다는 건 혼자만 누리는 행복”이었다고 고백하고 있다.
이규용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