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영화계의 가장 큰 위기는 기술의 발전을 따라가지 못하는 상상력이다. 이젠 더 이상 영화가 만들어내지 못할 장면은 없다. 3D로 외계인들이 사는 외계 행성을 완벽하게 만들어 내기도 하고(아바타) 자동차가 로봇으로 변신하기도 하며(트랜스포머) 엘프, 드워프, 호빗, 오크, 트롤 등 다양한 생김새의 종족이 살아가는 상상 속의 세상인 중간계를 완벽하게 만들기도 한다(반지의 제왕).
반면에 화면은 화려하지만 내용이 빈약한 영화들이 늘고 있다. 기술의 발전을 따라가지 못하는 상상력이 영화 산업의 발목을 붙잡고 있는 셈인데, 이 때문에 최근에는 과거 인기를 모은 판타지 소설을 활용해 영화로 만드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최근 영화계가 주목하는 새로운 상상력의 세계는 바로 ‘발전된 인류’다. 지금의 인류와는 다른, 보다 발전한 인류가 살아가는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한국 배우 최민식의 할리우드 진출작으로 유명한 <루시>에선 마약업자들이 유통하는 약물을 대량 복용한 루시라는 여성이 자신의 뇌를 100% 활용할 수 있게 돼 펼쳐지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인간의 평균 뇌 사용량은 10%. 이 영화는 평범한 인류와는 비교할 수 없게 뇌를 100% 사용하는 진보된 인류의 탄생이 인간 세계에 미치는 영향을 다루고 있는데, 영화에선 루시가 마치 슈퍼히어로처럼 그려지면서 다소 아쉬움을 남겼다.
반면 영화 <트랜센더스>는 엄청난 지적 능력을 갖춘 인간의 탄생이 인류에 미치는 영향을 직접적으로 그리고 있다. 인류가 수억 년에 걸쳐 이룬 지적능력을 초월하고 자각능력까지 가진 슈퍼컴 ‘트랜센던스’의 완성을 목전에 둔 천재 과학자 ‘윌’(조니 뎁 분)은 이런 기술의 발전이 결국 인류의 멸망을 야기할 것이라고 주장하는 테러단체 ‘RIFT’의 공격을 당해 목숨을 잃는다. 그렇지만 그의 연인 ‘에블린’(레베카 홀 분)은 사망 직전 윌의 뇌를 슈퍼컴퓨터에 업로드시켜 그가 죽더라도 그의 뇌는 살려내려고 한다. 그렇게 윌의 뇌만은 슈퍼컴에 연결돼 살아남는다.
비록 육체는 사망했지만 뇌는 엄청난 지적 능력과 자각 능력까지 갖춘 슈퍼컴을 통해 살아남은 윌, 과연 그는 사람일까 아니면 컴퓨터에 불과할까. 테러단체 ‘RIFT’의 주장대로라면 그는 인류를 멸망에 이르게 할 무시무시한 존재다. 윌을 평화를 위협하는 존재로 받아들인 것은 이들뿐이 아니다. 그와 함께 관련 연구를 진행해온 동료 맥스 워터스(폴 베타니 분)는 물론이고 이들의 스승인 조셉 태커(모건 프리먼 분), 그리고 미국 정부 역시 윌을 평화를 위협하는 대상으로 판단한다.
엄청난 지적 능력을 바탕으로 윌은 지금껏 인류가 풀어내지 못한 다양한 학문적인 문제를 척척 풀어나간다. 나노 테크놀로지를 활용해 인류의 각종 질병을 해결하고 지금보다 훨씬 진보한 인간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하지만 윌을 살려낸 연인 에블린은 조금씩 그의 존재의 이유에 대해 의문점을 품게 된다. 그의 뛰어난 지적능력이 인류에게 더 좋은 세상을 만들어줄 것인지, 아니면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존재가 될지 에블린 역시 혼란에 빠지고 만 것.
영화는 첫 장면에서 전력이 끊기고 모든 네트워크가 끊겨 인터넷은 물론이고 통신까지 두절된 미래 사회를 보여준다. 더욱이 생필품 공급까지 순탄하지 않은 평화스럽지 못한 미래다. 이것이 윌의 폭주 때문인지, 아니면 오히려 오늘날의 인류가 진보된 인류인 윌을 막아내려 하기 때문인지가 바로 이 영화의 주된 내용이다. 결말은 영화를 통해 확인하기 바란다.
오늘날의 인류는 보다 진보된 세계를 꿈꾸며 인류도 더욱 진화하길 꿈꾸고 있다. 그래서 엄청난 기술 혁신과 과학의 발전을 이뤄내려 하고 있다. 반면 과학과 기술의 진보, 이를 통한 인류의 진화가 오히려 지구의 평화를 위협한다고 주장하는 목소리도 높다. <루시>와 <트랜센더스> 같은 영화들이 바로 이런 질문에 대한 영화적인 상상력을 보여주고 있다.
영문 제목은<Transcendence>, 러닝 타임은 119분이다.
한편 이 영화를 통해 인류의 진화와 지구 평화의 상관관계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이들이라면 일본 소설가 다카노 가즈아키의 소설 <제노사이드>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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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오락용 SF 영화는 아니다. 킬링타임용 영화라 생각하고 관람을 시작할 경우 다소 지루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다. 그보다는 뭔가를 생각하게 만드는 SF 영화다. 인류의 미래가 어떻게 진행될 지, 지금보다 더 진화한 인류가 나타날 경우 지구가 어떻게 변해갈지, 컴퓨터 등 인류의 과학 기술 발전이 인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등을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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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장르의 영화는 호불호가 분명하게 갈릴 수밖에 없다. 조니 뎁, 모건 프리먼 등이 출연하는 SF 영화니 만큼 볼거리가 풍성한 오락 영화를 떠올리기 쉽지만 이 영화는 볼거리보다는 생각할거리에 집중하고 있다. 탄탄한 시나리오와 분명한 메시지를 담은 결말은 영화가 끝나도 많은 생각을 하게 해준다. 반면 재미와 오락을 위해 이 영화를 선택한 관객이라면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대중적인 지지를 받기 힘들지만 분명 나름의 장점을 가진 좋은 영화로 분류할 수 있다. 추천 가격 역시 이런 한계와 장점을 모두 감안해 책정했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