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V(Crossover Utility Vehicle)는 SUV와 세단의 경계를 넘나드는 크로스오버 차량을 말한다. 세단의 안락한 승차감은 유지하면서 SUV의 주행성이나 공간 활용도는 그대로 가져가는 것이 CUV다. 즉 세단같이 편안한 SUV라고 보면 된다. CUV라는 말은 2000년 볼보가 ‘XC70’이라는 차량을 출시하면서 처음 사용했으며 국내에서는 르노삼성의 QM5가 CUV의 명칭을 가지고 등장했다.
최근 CUV의 특징은 폴크스바겐의 티구안을 통해 알 수 있다. 티구안은 올해 9월까지 수입차 시장에서 6255대가 팔려 1위를 차지했다. 몇 년간 수입차 판매 1위 자리를 유지하던 BMW 520d를 물리친 것이다. 티구안은 또 수입차 중 잔존 가치가 가장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19일 SK엔카에 따르면 출고 3년 후 수입중고차의 감가율을 조사한 결과, 폴크스바겐 티구안 2.0 TDI(2011년식)의 감가율이 37.64%로 가장 낮았다. 2011년식 티구안 2.0 TDI의 경우 구입 당시 4330만 원이었고, 현재 2700만 원 정도에 되팔 수 있다.
티구안이 이처럼 국내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끄는 이유는 몇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구매한 사람들이 뽑은 티구안의 장점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디자인, 안전성이다. 디자인이야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니 딱히 인기 비결로 꼽기는 어려워 보이나 질리지 않는 수수함 정도로 해석하는 것이 옳을 듯하다. 안전성 역시 다양한 기준과 기관의 평가 방식이 달라 홍보 문구가 아니라면 한마디로 이 차가 제일이라고 말하기에는 어려움이 따른다. 그렇다면 결국 가격 대비 성능이 이 차의 성공 요인일 것이다.
티구안의 가격은 3830만 원부터 시작한다(가장 비싼 모델은 4830만 원). 가격은 일단 수입차라는 부담감을 덜어준다. 오죽했으면 현대·기아자동차가 내년 신형 투싼과 스포티지R을 출시하면서 티구안을 경쟁 상대로 삼았을까 싶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최근 국내 시장에서 수입차 열풍과 아웃도어 열풍 등이 겹치면서 티구안 판매가 늘어난 것”이라며 “신형 투싼과 스포티지R은 티구안보다 진동 및 소음, 주행감각 등에서 훨씬 우수하게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소비자들은 ‘SUV이지만 세단처럼 편안한 CUV, 여기에 연비까지 좋은’ 차를 구매하고 싶은 것이다. 이를 반영하듯 올해 말과 내년 초에는 소형 SUV들의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배기량 2000㏄ 미만인 실속형 SUV가 쏟아져 나올 예정이다.
르노삼성자동차의 QM3가 대표적이다. 디젤연료를 쓰는 데다 배기량 1600㏄의 작은 엔진을 쓰는 탓에 연비가 높은 것이 강점으로 부각되면서 올 초부터 인기를 끌어왔다. 유럽에서 팔리는 ‘캡처’를 그대로 들여와 이름을 QM3로 바꿔 출시했다는 점도 국내 소비자에게 ‘수입차 같은 국산차’라는 인식을 붙여주기도 했다. 올 들어 9월까지 이미 9923대가 팔려나가면서 10월에는 누적 1만 대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한국지엠도 1600㏄ 소형 SUV인 쉐보레 트랙스를 내놓으며 국내 완성차업체 중 가장 먼저 소형 SUV시장을 개척한 바 있다. 트랙스는 지난달 873대가 판매됐다.
11월에는 닛산의 소형 SUV ‘캐시카이’가 출시될 예정이어서 소비자의 이목을 끌고 있다. 1600㏄의 배기량으로 연비가 유럽시장 기준 약 20㎞/ℓ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캐시카이는 전 세계에서 200만 대 이상 팔린 인기 차량이다. 국내 출시 가격대는 3200만~3900만 원이다.
렉서스 역시 신차 NX300h를 선보였다. 렉서스 최초의 CUV 모델이다. 하이브리드 차량에 가변식 4륜구동 시스템까지 갖췄다(가격은 수프림 기준 5680만 원).
푸조 2008도 10월 말 출시된다. 연비는 유럽에서 출시된 1.6ℓ 디젤 차량의 경우 25~26.3㎞/ℓ 수준이다. 1.5ℓ 디젤 엔진을 장착한 QM3 유럽 모델의 유럽 연비가 27.8㎞/ℓ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두 차량의 국내 연비(푸조 2008은 미정·QM3 공인 연비 18.5㎞/ℓ)는 큰 차이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정수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