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계가 권력핵심에서 밀려나는 모습을 보이는 가운데 친박좌장 서청원 의원이 비장의 카드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그 중심엔 서 의원의 사조직인 청산회가 자리하고 있다. 구윤성 기자 kysplanet@ilyo.co.kr
당권을 가진 비박계에 의해 자연스레 친박계가 핵심 권력에서 점차 밀려나는 모습을 보이면서 서청원 의원 측에서도 조용히 비장의 카드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친박계 측의 정중동 행보에 최근 미묘한 변화의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으며, 그 중심에 서 의원의 사조직인 청산회가 자리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최근 정치권 관계자들과 사정기관 정보 관계자들에 따르면 서청원 의원이 최근 자신의 전국 단위 사조직인 청산회에 여러 군소조직들을 통합해 대단위 조직으로 ‘포럼 내일’이라는 명칭의 통일 관련 포럼을 만들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포럼 내일’에는 정치인뿐만 아니라 서울 소재 대학 교수들이 속속 참여하면서 외연이 확대되고 있다는 전언이다.
사정기관 한 정보관계자는 “몇 주 전에 서청원 의원이 통일 관련 포럼인 ‘포럼 내일’을 만들었다. 이와 관련해 통일 관련 학문 교수들을 이 모임에 포섭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특이할 만한 점은 이 조직이 반기문 국제연합(UN) 사무총장을 차기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한 전위조직이라는 소문이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2006년 만들어진 청산회는 서 의원의 ‘청’과 서 의원이 참여했던 과거 YS(김영삼 전 대통령) 주도의 민주산악회의 ‘산’이 합해져 만들어진 이름으로 알려져 있다.
수십 명 단위의 친목모임으로 시작됐던 이 모임은 전국에 10만 명가량의 회원을 거느린 대규모 조직으로 발전했다. 이 같은 큰 규모를 자랑하는 전국 조직인 까닭에 청산회는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에도 적극 나섰던 조직이었다. 박 대통령의 비선 외곽조직으로 통하기도 했다. 올 초 해체 논의를 두고 비박계와 친박계의 의견이 팽팽히 맞서기도 했지만 지난 7월 전당대회에서도 서 의원 측의 든든한 외곽조직으로 활동했을 만큼 조직화가 잘 돼 있는 집단이다. 이후 별다른 활동 없이 잠잠하던 이 청산회가 이제는 차기 유력 대권 후보로 거론되는 ‘반기문 대통령 만들기’를 위해 세를 확대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서 의원실 관계자는 “‘포럼 내일’이라는 조직에 대해서 알지 못한다”며 “또 반 총장 영입을 위해 우리가 그 쪽과 꾸준히 접촉하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그 쪽에서 우리 쪽으로 찾아온 적도 없고, 서 의원께서 반 총장과 전화 통화하는 것도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김무성 대표는 이보다 앞서 지난 2월 새누리당 내 최대 규모 모임인 ‘통일경제교실’을 만든 바 있다. 김 대표 측은 ‘순수한 공부’ 차원의 모임이라며 이 모임의 성격을 규정했지만, 당 안팎에선 여권 내 대권주자로 거론되는 김 대표가 향후 대권 행보를 위한 세 불리기가 아니겠냐는 해석이 난무했다.
이와 비슷한 취지로 서 의원 측이 ‘포럼 내일’이라는 대규모 통일 관련 포럼을 통해 세 결집에 나서며 비박계에 대항하는 동시에 차후 다시 한 번 킹메이커 역할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한 정치 평론가는 “최근 김무성 대표의 ‘개헌’ 발언은 어떻게 보면 실수라기보다는 고도의 계산된 전략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유기준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이 국정감사에서 ‘몸을 정치반, 외교반 걸치는 것은 잘못’이라는 반 총장의 발언을 전달함으로써 반 총장을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대선 후보로 공론화한 것도 같은 의미라고 볼 수 있다. 비박은 친박, 친박은 비박을 서로 견제하기 위한 의도된 플레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평론가는 “보통 정치인이 주도하는 포럼 등의 스터디 그룹은 해당 정치인의 세를 결집하고 과시하는 모임으로 활용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서 의원 측은 새 조직을 통해 새롭게 세를 결집함으로써 비박계의 공세에 대응하고 차기 대권을 준비해 나갈 것으로 관측된다”고 말했다.
또한 이 모임은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서청원 의원 총리설과 맞물려 향후 어디까지 파워를 발휘할 수 있을지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최근 청와대 안팎에서는 청와대가 정홍원 총리 교체 방침을 결정했으며 차기 총리 후보자 인선 작업에 돌입했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차기 총리 후보자로 거론되는 인물은 6선 의원 출신의 홍사덕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상임의장, 3선 의원으로 충청남도지사를 역임한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 등이다. 하지만 여권 일각에서는 서 의원의 총리 입각 가능성도 조심스레 흘러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지난해 10월 보궐 선거로 국회에 재입성한 서 의원이 실제 총리로 입각할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다. 야권의 한 인사는 “서 의원이 총리가 될 수 있다는 얘기도 있는데 가능성을 봤을 때는 크지 않다고 본다”며 “친박의 세가 축소되고 있는 상태에서 서 의원은 국회에 남아서 중심을 잡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 의원실 관계자도 “서 의원께서 총리로 입각하실 일은 없을 것 같다. 서 의원께서는 의회에서 박 대통령을 도와 드리는 게 더 맞다고 생각하고 계신다”고 말했다.
이연호 기자 dew901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