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 실제 자금이 드나드는 상황은 손익계산서가 아니라 ‘현금흐름표’를 봐야 한다. 2008년 이후 지난해까지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의 합이 398억 원이다. 주목할 부분은 2011년 코스닥 상장사인 유통회사 잘만테크를 약 22억 7000만 원에 인수하면서 해외매출이 급증하는데, 이후 영업손익과 영업활동 현금흐름의 괴리는 더욱 커진다. 그리고 잘만테크는 올 들어 경영실적이 급속히 악화돼 대규모 적자가 나고 자본잠식이 시작된다.
영업손익과 현금흐름의 괴리가 큰 사례는 셀트리온과 관련한 논란이 유명하다. 셀트리온 역시 영업이익은 났는데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이에 크게 못 미치거나 아예 마이너스인 해가 많았다. 판매자회사인 셀트리온헬스케어에 물건을 팔았지만, 최종 판매가 이뤄지지 않아 현금 대신 매출채권을 받다보니 돈이 돌지 않은 것이다. 다만 셀트리온의 경우 지난해 셀트리온헬스케어가 양호한 판매실적을 거두면서 영업이익과 영업활동 현금흐름의 괴리가 줄었다.
모뉴엘과 셀트리온의 큰 차이는 손익계산서와 현금흐름표의 괴리가 대차대조표에 ‘그림자’를 남겼는지 여부다. 셀트리온처럼 실제 매출이 지연되는 경우라면 매출채권을 유동화해서 자금을 마련, 빚을 늘리지 않고 운영자금을 만들 수 있다. 매출채권이 현금으로 돌아오면 빚을 갚으면 된다.
하지만 모뉴엘의 경우 존재하지 않는 가공매출이므로 물건 값을 받을 가능성이 애초에 없다. 관세청은 모뉴엘이 2009년 1월부터 올해 7월까지 홈씨어터 PC 120만 대를 3조 2000억 원 규모의 정상 제품인 것처럼 허위 수출하고 은행으로부터 3조 2000억 원의 대출을 받았다고 밝혔다. 8000원짜리 폐품을 250만 원에 판매하는가 하면 판매한 적이 없는 물건을 허위로 꾸민 경우도 허다했다.
결국 빚만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다. 2008년 263억 원이던 부채는 2012년 1394억 원, 2013년 2057억 원으로 불어났다. 영업에서 돈은 안 들어오고 제주도 신사옥 건설과 자회사 지분확보 등에는 돈이 필요하자 빚을 낸 것이다. 그리고 빚을 빚으로 갚는 돌려막기로 부채는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지난해 말 2000억 원을 조금 넘었던 빚이 올 들어 배 이상 급증한 까닭이다.
한편 박 대표는 이렇게 사기 친 돈으로 해외도박 등을 즐긴 것으로 관세청 조사결과 드러났다. 그런데 이 역시 재무제표를 읽어보면 일찌감치 꼬리를 잡을 수 있었다. 2008년 4억 원 수준이던 외화예금은 2009년 118억 원, 2011년 351억 원, 2013년에는 479억 원으로 늘어난다. 지난해 말 현금 및 현금성자산의 93%가 외화다. 허위로 매출을 일으킨 회사가 사업상 외화가 필요할 리 없다. 게다가 회사 재무상황이 나빠지는 데 해외계좌에 잔고가 급증하는 것도 상식 밖이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