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경기도 안성시 유토피아 추모관에서 열린 고 신해철 의료사고 의혹 관련 기자회견에서 유가족의 법률대리인을 맡고 있는 서상수 변호사가 향후 법적 대응 방향에 대해 밝히고 있다.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이후 소속사 김 대표가 지난 10월 17일부터 27일까지의 진행 상황을 설명했으며 서 변호사가 쟁점들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고인 측은 S 병원과 서울 아산병원의 진료기록, 유가족과 매니저의 진술을 토대로 각종 의혹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여기에 아직 1차 소견이지만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 내용도 공개됐다. 이런 자료들을 바탕으로 고 신해철의 사망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 하나하나 짚어보려 한다.
물론 마지막 퍼즐은 S 병원이 들고 있지만 일체의 취재에 응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이 마지막 퍼즐은 결국 경찰 수사를 통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 위밴드 수술과 사망의 연관성
고 신해철은 위밴드 수술을 언제 받았으며 이번 사망과는 어떤 연관이 있는 것일까. 고인 측은 위밴드 수술을 받은 것은 지난 2009년이라고 한다. 수술 집도의는 이번에 장폐색증 수술을 담당한 서울 송파구 S 병원의 K 원장이지만 병원은 다르다. 당시 K 원장이 운영하던 다른 병원에서 수술을 받은 것. 서 변호사는 “지난 2009년 역류성 식도염으로 K 원장의 병원에 입원했으며 당시 K 원장의 권유로 위밴드 수술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위밴드 수술 잔류 장치를 완전히 제거한 것은 언제일까. 이 부분은 유가족조차 자세히 알지 못했다. 심지어 이번에 장폐색증 수술을 하며 위밴드 수술 잔류 장치까지 완전히 제거한 것으로 잘못 알고 있을 정도다. 그렇지만 실제로 위밴드 잔류 장치를 완전 제거한 것은 지난 2012년이라고 한다.
2012년 당시 고인은 위밴드 잔류 장치 제거를 위해 수술을 받았다. 그 이유는 위밴드 수술을 받았지만 다이어트에 별다른 도움은 받지 못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래서 스스로 K 원장을 찾아간 고인은 수술을 위한 진단 과정에서 담석이 발견돼 담낭 제거 수술까지 동시에 받았다고 한다. 또한 수술 과정에서 유착 부위가 발견돼 이를 제거하는 수술도 동시에 진행됐다고 한다.
서 변호사는 “S 병원 측으로부터 전달 받은 진료 기록을 전문의의 자문을 받아 확인해 보니 2012년 수술 이후 CT에선 위밴드 잔류 장치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며 “따라서 2012년 수술 이후 위밴드 잔류 장치는 고인의 몸에 전혀 남아 있지 않았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최근 S 병원에서 받은 장폐색증 수술과 위밴드 수술은 무관한 것으로 보여 고인의 사망과도 연관성을 찾아보기 힘들다.
# 고인 동의 없던 위축소 수술, 정말 시행됐나?
과연 지난 10월 17일 이뤄진 S 병원의 고인에 대한 장협착증 수술에서 위축소술도 이뤄진 것일까. 유가족 측은 당시 위축소술이 이뤄졌다고 주장하며 수술을 앞두고 아무런 관련 설명을 듣지 못했으며 수술동의서를 작성하지도 않았다고 한다.
우선 수술 기록에는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고인 측은 S 병원으로부터 “원래 K 원장이 수술기록을 잘 남기지 않는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밝혔다.
또한 병원에 함께 있던 고인의 매니저는 수술 이후 K 원장이 수술이 잘 됐으며 위도 꿰맸다고 밝혔으며 이제는 뷔페 가서도 두 접시 이상은 못 드실 거라며 자신 있는 어투로 말했다고 밝혔다. 또한 매니저는 20일 오후 15시 6분 병원에 전화해 “고인이 통증이 심한데 위 묶어 놓은 거 풀 수 없냐”고 직접 물어봤다고 한다. 그렇지만 전화를 받은 남자 간호사는 “그것 때문에 그렇게 아프지는 않을 것”이라 답변했다고 한다.
고인 측 서 변호사는 “진료 기록에는 위 용적을 줄이는 축소술을 시행했다고 기재돼 있다”고 밝혔다.
서울 아산병원 측 진료기록에도 관련 기록이 나온다. S 병원에서 심폐소생술을 받은 뒤 고인은 응급차를 타고 서울 아산병원으로 이송됐다. 당시 동행한 K 원장이 서울 아산병원 응급실에 비만수술을 받은 바 있다고 밝힌 부분이 서울 아산병원 진료기록에 남아 있는 것.
또한 국과수 부검 1차 발표에서도 고인이 위 용적을 줄이는 수술을 받은 것이 확인됐다고 나온다.
이런 정황들을 모아 고인 측은 S 병원에서 지난 17일 장폐색증 수술을 받을 당시 고인이 위축소술을 받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반면 S 병원은 위축소술을 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서 변호사는 “동의 없이 위축소술을 시행한 것에 대해 고인이 K 원장에게 항의했다는 얘기를 유가족과 매니저에게 들었다”며 “고인이 위축소술을 동의했는지 여부에 대한 S 병원은 동의는커녕 애초부터 위축소술 자체를 부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가수 신해철 발인식이 10월 31일 오전 서울 송파구 풍납동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서 엄수됐다. 고인의 운구 행렬이 영결식장을 나오는 모습. 오른쪽은 5일 경기도 안성시 유토피아 추모관에 안치된 유골함. 최준필 기자 choijp85@ilyo.co.kr,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 문제의 수술 동영상, 과연 존재하나?
과연 S 병원 진료기록에는 어떤 내용이 기재돼 있는 것일까. 또한 문제의 수술 동영상은 과연 존재하는 것일까.
이에 대해 고인의 소속사 김 대표는 “10월 22일 고인에게 심정지가 발생한 다음 날 바로 S 병원을 찾아 고인 관련 진료 기록 일체 요구했으며 진료 기록과 방사선 사진 담긴 CD를 받았다”며 “다만 당시 S 병원 측에서 수술동의서 등 진료 기록 일부를 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고인이 사망한 다음 날인 28일 다시 소속사 관계자가 S 병원을 방문했다. 당시 고인의 소속사 측은 소송 제기 가능성 밝히며 10월 17일부터 22일까지의 S 병원 CCTV 영상과 수술 동영상을 요청했다고 한다. 고인 측 서 변호사는 “당시 S 병원 측은 공식적인 절차를 밟으면 모두 주겠다고 밝혀 절대 훼손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으며 당시 대화 내용은 소속사 관계자가 모두 녹취해 놓았다”며 “경찰 압수수색 당시에는 수술 동영상을 확보 못했지만 소속사 관계자가 관련 녹취를 확보했다는 사실을 접한 경찰이 S 병원에 다시 요구해 관련 동영상을 확보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수사를 담당하고 있는 서울 송파경찰서는 수술 동영상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서 변호사는 “경찰이 수술동영상 저장 업체 관계자를 불러 해당 영상의 복구를 요구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경찰이 아직 복구 중인지 이미 수술 동영상을 확보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수술동영상을 삭제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경찰이 로그 기록까지 확인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 심낭에서 발견된 천공, 장폐색 수술 때문?
국과수 부검 1차 결과에 따르면 고인의 사망에는 장과 심낭의 천공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과연 언제 어떤 이유로 천공이 생겼느냐가 고인의 죽음을 둘러싼 진실을 밝히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장 천공에 대해 서 변호사는 “S 병원에서 장폐색증 수술을 시행하기 전에 촬영한 CT사진에는 장 천공 없었는데 서울 아산병원에서 응급 수술을 시행할 때에는 소장에서 1㎝가량의 천공이 발견됐다. 고인에게 장 천공 발생할 다른 요인 없음을 감안할 때 당시 수술 때문에 장 천공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주장했다.
국과수 부검 과정에선 심낭에서 두 개의 천공이 발견됐다. 이에 서 변호사는 “심낭에 물과 공기가 차 있다는 얘길 듣고 심낭 아래쪽에 구멍이 있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부검 결과 실제로 심낭에서 천공이 발견됐다”면서 “심낭에서 두 개의 천공이 발견됐는데 한 개는 서울 아산병원에서 수술할 당시 심낭의 배액을 위해 뚫은 천공으로 수술 뒤 막아 놓았다. 반면 나머지 하나는 구멍이 막히지 않은 상태로 천공이 발견됐는데 이 천공 역시 17일 장폐색 수술 당시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국과수 역시 “심낭의 천공은 의인성 손상을 우선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최영식 서울과학수사연구소장은 고인의 부검에 대한 1차 소견 발표에서 “횡경막 천공은 주로 외상, 질병 등이 흔한 원인이지만 이번엔 수술 부위와 인접돼 발생했고 부검 소견 상 심낭 내에 깨와 같은 음식 이물질이 발견되는 등의 이유로 의인성 손상 가능성이 우선 고려돼야 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5일 경기 안성 유토피아 추모관에 걸린 신해철의 영정 사진. 생전의 영상도 상영되고 있었다. 5일 경기 안성 유토피아 추모관에 걸린 신해철의 영정 사진. 생전의 영상도 상영되고 있었다.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 금식 위반, 퇴원 강행 등을 둘러싼 의혹
만약 고인의 병원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음반 작업 등을 이유로 퇴원을 강행했거나 상급 병원으로의 이송을 거부하고 금식을 어기는 등의 행위를 했다면 S 병원의 책임은 상당히 가벼워질 수 있다. 애초 S 병원은 고인이 연예인이라 병원의 주의와 당부에 소홀했을 수 있다고 발언한 바 있다. 이를 두고 입원 치료를 거부하고 퇴원을 강행하는 등의 행위였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고인의 소속사 김 대표는 “병원에 동행한 매니저에 따르면 입원 당시 개복 수술이 아니니 회복이 빠르다. 내일 오후에 몸을 못 가누면 모레 퇴원하라고 했다고 한다”면서 “결국 수술 이틀 뒤인 19일 오후 2시 14분경 퇴원했는데 당시 간호기록에는 별다른 이상이 없어 퇴원한다고 기재돼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병원비를 수납한 뒤 정상적으로 퇴원했으며 약도 10일치를 처방받았다고 한다.
금식에 대해선 관련 주의나 지시를 받은 바 없다는 입장이다. 고인 측 서 변호사는 “퇴원 당시 간호기록에는 ‘SOW’라고 기재돼 있는데 이는 물을 조금씩 먹는다는 의미의 ‘sips of water’의 약자”라며 “퇴원 당시 S 병원에선 고인에게 금식 지시한 바 없으며 미음을 먹어서 이상이 없으면 죽을 먹고 죽도 이상이 없으면 밥을 먹는 순으로 식사를 하라고 설명했다고 한다. 그렇지만 고인은 퇴원 이후 미음을 먹고 심한 복통이 생겨 미음도 제대로 먹지 못했다. 빠른 회복을 위해 하루에 한 번 정도 식사를 시도했지만 반절 정도 먹다가 통증으로 식사를 포기했다”고 주장했다. 만약 병원에서 금식을 지시했다면 간호 기록에도 SOW가 아닌 NPO(nothing by mouth)가 기재돼 있어야 한다.
서 변호사는 “만약 입원 당시에도 금식 상태였다면 수액 처치 등을 했어야 하는데 그런 처치를 한 기록도 없다”면서 “오히려 S 병원은 서서히 음식을 섭취하라고 지시했지만 고인이 심한 통증으로 미음이나 죽, 고기국물 등을 먹으려 시도하다 매번 두세 숟가락을 먹는 데 그쳤을 뿐이었다”고 설명했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
심낭 천공서 깨가 나온 까닭 “빠른 회복 위해서 국물 몇 숟가락 떴는데…” 왜 고인의 심낭 천공 인근에서 깨가 발견된 것일까. 이를 두고 S 병원은 금식 지시를 어기고 음식물을 섭취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데 반해 고인 측은 S 병원이 퇴원 과정에서 금식을 지시하지 않았다고 맞서고 있다. 결국 고인은 금식까진 아니었지만 실제로는 거의 음식물을 섭취하지 못했다는 얘기가 된다. 그렇다면 왜 천공에서 깨와 같은 음식 이물질이 발견된 것일까. 이에 대해 서 변호사는 “장이 멈춰 있는 상황이라 위에 들어간 음식이 더 이상 체내에서 진행되지 못하고 머물러 있다가 천공 부위로 새어나간 것으로 보인다”며 “깨가 나온 까닭은 지난 10월 21일 밤 녹음실에 있을 당시 다른 동료들이 식사를 했고 고인은 아무 것도 먹지 못했다. 당시 몸에 좋은 고깃국을 시킨 동료가 수술 회복에 도움이 될지 모르니 국물이라도 먹으라고 해서 몇 숟가락 먹었는데 그 국물에 있던 깨도 함께 먹은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그렇게 섭취한 깨가 전혀 소화되지 못하고 천공으로 새어나온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