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마에 다가서는 2가지 자세

manhorse 2015-01-17 조회수 2628


당신이 만약 '경마'라는 단어를 보자마자 뭔가 어두운 그림자를 떠올렸다면 당신은 매우 상식적인

사람이다. 나쁜 뜻의 상식적이라는 의미가 아니다. 매우 평균적이고 일반적인 마인드를 갖췄다는

뜻이기에 긴장할 필요는 없다.


한국사회에서 경마라는 단어가 주는 첫 번째 이미지는 당신이 생각하는 그 어두움이다.

그야말로 올 블랙(ALL BLACK)이다.

 
우리가 겨자맛 아이스크림을 굳이 먹어보지 않고도 먹지 않는 것은 그 아이스크림을 상상만 해도

맛을 짐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잊을 만하면 보도되는 도박문제, 장외발매소 문제, 사설경마,

경마비리 등 경마의 이미지는 겨자맛 아이스크림과 흡사하다. 그래서 ‘경마 아이스크림’은 애초에

구매를 하지 않거나, 맛을 잠시 보고 금방 쓰레기통에 버리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매주 한국에서 그 겨자맛 경마 아이스크림을 알고도 먹는 사람이 20만 명이다.

2만 명이 아닌 20만 명이다. 더 놀라운 데이터 한 가지 더. 한해 마권을 구입하는 사람은

2,000만 명에 가깝다. 2,000만 명이면 수나라의 백만대군을 물리쳤다는 을지문덕 장군이 20번

살수대첩을 해야 가능한 숫자다. 프로스포츠 가운데 가장 인기가 좋다는 프로야구가 목표로 하는

연인원 관중수가 700만 명, 지난해 3분기 서울시 인구가 1,038만 명이었다.

 
그럼에도 한국에서는 경마 하는 이 많은 사람들을 아직도 무슨 뒷골목 범죄자 취급한다.

그래서 경마 하는 사람들 스스로도 ‘자기검열’에 빠진다. “내 취미는 경마다”라고 자신 있게

말 못한다. 아내에게는 등산간다고 하고 (이럴 이유가 전혀 없음에도!) 등산복 차림으로 경마공원에

와서 “(문)세영아 때려라”를 외치는 아빠들이 매년 수천 명이다.



세계적으로는 경마 시행국가가 100개국이 넘는다. 인류는 ‘기원전’부터 경마를 시작했다.

AD가 아닌 BC다. 경마의 역사만 3,000년에 육박한다. 영국과 중세 유럽의 경마는 왕족과 귀족들이

즐기는 스포츠, 스포츠의 왕인 ‘King of Sports’로 호칭됐다.

 
여기서 뭔가 혼란에 빠진다. 그럼 우리나라만의 문제인가. 그렇지는 않다.

미국이나 유럽도 한국에서의 비슷한 문제로 어려움에 빠진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그렇다면 결론이 다시 명확해진다.

 
인류는 경마라는 겨자맛 아이스크림을 알고도 수천 년 전부터 먹어왔다!


이쯤 되면...알고도 먹을 그 아이스크림이라면, 경마를 대하는 자세를 정립해야 한다.

이글을 혹시나 경마 초심자거나 입문한지 3년 미만인 사람에게는 특히 도움이 될 수 있겠다.

그 이상의 마력(馬歷)자들에게는 자신의 습관을 한 번 쯤 돌아보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최소한 아래의 2가지를 실천할 수 있다면, 필자는 당신이 경마의 어두운 그림자에서 벗어나

오랫동안 경마가 주는 진정한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첫 번째 자세는 ‘경마는 이길 수 없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잊어서는 안 된다. 다시 한 번 강조한다. 경.마.는. 이.길. 수. 없.다.



물론, 특정 경마일 적중을 잘해 대승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경주를 이긴 것이지

경마를 이긴 것이 아니다. 환급률을 떠나 경마는 구조적으로, 또 장기적으로 패할 수밖에 없다.

역사적으로도 아직까지 아무리 뛰어난 두뇌의 소유자라도 경마를 정복한 사람은 없었다.

   
경마는 왜 이길 수 없을까. 야구를 예로 들어보자. 경마의 적중도 야구의 타율과 비슷하다.

어떤 보통의 프로야구 타자가 한 시즌에 500타석에 나와 안타를 한 개도 못 칠 수 있을까.

그렇게 되면 그 선수는 퇴출이다. 당신이 만약 500번 베팅해서 500번을 모두 졌다?

그럼 경마 접어야 한다. 그러나 바보가 아닌 이상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타자가 2할만 기록한다 해도 1년에 최소 100안타는 친다. 경마베터들도 마찬가지다.

매번 패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아무리 잘 쳐도 타자가 4할을 기록할 수 없듯이 경마베터들도

특정 적중 경주 이상을 이기기는 어렵다. 물론, 어떤 날은 4타수 4안타 3홈런을 쳐서 기쁜 날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시즌 종료 후 그 타자의 타율이 10할은 아닐 것이며, 홈런이 360개가 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당신이 어떤 날 12개 경주를 모두 적중했다고 해도 그랑프리가 끝나고

그해의 적중경주 경주수가 1,232개가 되는 것은 아니다.

 
또한, 4타수 4안타 3홈런을 쳐도 팀은 패할 수 있다. 경마도 유사하다.

6경주 백 원짜리로 999를 맞췄는데 11경주 만 원짜리 승부에서 원더볼트가 늦발을 하거나

천하의 문세영이 낙마를 한다. 설사 어떤 경주를 당신이 적중한다 해도 완벽하게 그 경주를

매번 승부경주로 적중할 수는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맹점이다.


 
그럼 이길 수 없는 게임을 왜 할까.

수많은 경마팬들에게 경마를 주관하는 신으로 알려진 마신(馬神)이 경마를 일시적으로

이길 수 있는 것처럼 보이게 만드는 착시현상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연구에 따르면 자신이 고른 말이

결승선에 들어올 때의 뇌파와 남자가 사정을 할 때의 뇌파가 비슷하다고 한다.

거부할 수 없는 그 짜릿함이 있기 때문에 착시현상이라도 착시를 느끼고 싶은 것이다.

이것이 바로 겨자맛 경마 아이스크림을 먹게 만드는 이유이며 동시에 경마의 묘미이기도 하다.

 

경마를 이길 수 없는 게임이라고 인식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경마와 연관되어 있는 베팅을 겸손하게 만들어 준다는 것에 있다.


경마를 이길 수 있는 게임으로 알고 달려드는 순간 거기서부터 고통이 시작된다. 그 지점부터

경마가 도박이 된다. 그러나 이길 수 없는 게임이라면 경마를 보는 마음의 창, 프레임이 달라진다.

 
경마를 이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있다. 말과 대화를 할 수 있으면 가능하다. 말의 속마음을 알아도

이길 수 있다. ‘너 갈 거냐. 안 갈 거냐’, ‘오늘 상태 좋냐 안 좋냐’ 그러나 말은 말을 못하는 동물이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당신은 말이 아닌 인간이다. 20년 넘게 말을 만져온 기수나 조교사들도

100% 정확하게 알 수없는 것이 말 상태다.

 
그렇다면 두 번째 자세는 자연스럽게 도출된다. 무조건 소액베팅이다.

경마가 이길 수 없는 게임이라면 고액베팅을 할 이유가 없다.

소액이냐 고액이냐의 기준은 당신에게 달렸다.

보통은 그날 와서 모두 잃어도 전혀 심리적, 물질적으로 지장이 없는 금액이라고 보면 정확하다.

 
그 액수만 가지고 와서 베팅한다. 차등배분을 하고 승부경주를 정한다. 그리고 다 잃으면 깨끗하게

털고 일어난다. 절대로 계획금액 이외의 생돈을 끌어와선 안된다. 경마 오늘만 하는 것 아니다.

다음 주에도 하고 내년에도 후년에도 이어진다. 박태종 같은 문세영이 탄생하고,

새강자 같은 지금이순간이 잉태된다. 패배에 분이 받혀 베팅액수를 증액하기 위해 ATM기계

앞으로 가는 길이 지옥문으로 가는 지름길이 된다.

 
고액베팅을 하게 되면 반드시 고액을 계속해서 베팅할 수밖에 없다.

경제학에서 말하는 매몰비용에서 성인군자가 아닌 이상 심리적으로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고액베팅으로 얻고 잃게 된 금액의 단위를 맛본 사람은 절대로 소액으로 돌아가지

못하게 되어있는 것이 경마의 함정이다. 주변이나 언론에서 이야기하는 그 유명한 경마파탄자가

여기서 탄생한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이 2가지를 지키고 있을 것이다. 통계상 하루 10만 원 이상 의 베터가

약 3%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머지 97%도 이 3%의 이미지로 뒤범벅되어있다는 것이 한국경마의

안타까운 자화상이다. 이같은 현실에서 중요한 것은 자신이 경마를 받아들이는 마음가짐이다.
 

 
벌이 물을 먹으면 꿀이 되고 뱀이 물을 마시면 독이 된다.

 
사물과 현상을 어떻게 바라보느냐는 인생의 주인인 자신에게 책임이 있다.

독이 아닌 꿀을 만들면 되는 것이다.

 
필자는 경마에서 이 두 가지만 지켜도 경마가 당신에게 훌륭한 도구가 될 수 있음을 확신한다.

그냥 도구가 아닌 창조적 도구가 될 수 있다. 

 
그리고 경마를 하는 당신이라면 자기검열을 하지 말고 조금은 더 과감하고 떳떳해져라.

칙칙한 사람들만 경마 하는 것 아니다. 초고수 시삽님과 나의 경마 파트너이자 S대 법대를 나와

변호사로 활동중인 선행마를 좋아하는 똑똑한 내 친구는 물론, 김구와 어니스트 헤밍웨이,

윈스턴 처칠도 경마를 즐겼다.

경마는 인간의 본성을 끊임없이 건드리는 매력적인 게임이기 때문이다.

 
겨자맛 아이스크림도 기본은 아이스크림이다.

 
 

sns 연동하기

댓글 2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 또는 비하하는 댓글 작성시, 삭제 될 수 있습니다.
  • 2015-01-31 09:55:40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예전 슈퍼 팡파레같이 가끔 본장에서 번개팅했으면 좋겠네요! 다음에 또 한번 찾아뵙겠습니다.^^
  • 까오슈2015-01-19 16:49:38
    좋은 글입니다. 울 회원님들 모두 일독 했으면 좋겠네요. 담엔 사전에 연락해서 함 봅시다. 경마 끝나고 마음이 통하는 친구들과 쇠주 한 잔 하는 것도 또다른 낙이지요.

지면 보기

제1663호

발행일 : 2024년 4월 3일

제1662호

발행일 : 2024년 3월 27일

제1661호

발행일 : 2024년 3월 20일

제1660호

발행일 : 2024년 3월 13일

제1659호

발행일 : 2024년 3월 6일

제1658호

발행일 : 2024년 2월 28일

제1657호

발행일 : 2024년 2월 21일

제1656호

발행일 : 2024년 2월 14일

제1655호

발행일 : 2024년 2월 7일

제1654호

발행일 : 2024년 1월 3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