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기로 본 관심마] 페이스 안배 아쉬움…‘최강게임’ 1군 향한 질주

이병주 경마전문가 2022-02-22 조회수 428

[일요신문] 경마장에서 만난 한 신사는 하루에 일곱 경주를 맞히고도 돈을 잃었다고 하소연했다. 옆에서 지켜보니 그럴 만했다. 매 경주 같은 금액으로 평균 열 구멍 정도 베팅을 하는데, 축마도 없이 인기마 위주의 중구난방이었다. 그러니 맞혀도 환수가 안 되고 터지는 경주는 휴지조각이 됐다. 경마장을 나오며 조언했다. “선생님은 경마하지 마세요. 재능이 없어요. 다른 취미를 찾아보세요”라고.

 

 

분석의 재미, 게이트가 열리는 순간 느껴지는 긴장감, 박진감 넘치는 레이스, 예상대로 결과가 나오고 돈을 따는 짜릿함. 이러한 경마의 묘미를 즐기려면 반드시 재능이 필요하다. 당구나 골프, 바둑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연습해도 실력이 안 늘면 재능이 없는 것이다.

 

특히 경마장은 돈으로 시작해서 돈으로 끝나는 무서운 곳이다. 본인이 재능이 없다고 판단되면 빨리 다른 취미를 찾는 게 맞다. 그래도 경마를 꼭 하고 싶다면 베팅 금액을 최대한 낮추고, 남들보다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해서 공부하고, 자신 없는 경주는 과감하게 포기할 줄도 알아야 한다.

 

이번 회에서는 지난 2월 18일부터 20일까지 치러진 경마 중에서 복기 내용이 좋았던 관심마 5두를 소개한다.

 

#최강게임(국3·수)

 

‘최강게임’은 서울 25조 전승규 마방의 국내산 4세 수말이다. 2월 20일 경주에서 단승식 1.4배의 압도적 인기를 모으고 5위에 그치며 실망을 안겼지만, 제대로 된 경주가 아니라고 확신하기에 다음 경주에서는 선전이 기대된다.

 

1800m 2번 게이트에서 빠른 출발을 했고, 강하게 추진하며 선행을 시도했다. 그런데 안쪽 1번 게이트의 큐피드베이브도 빠른 출발로 강하게 밀고 나왔다. 두 마필은 치열한 선행 경합을 벌이며 1코너를 돌았다. 이후에도 선행 경합은 계속되었다. 3·4코너를 돌아 직선주로에 들어설 때까지 아무도 양보하지 않았다. 

 

결국 두 마필 모두 막판에 무너지며 뒷말들에게 역전을 허용했다. 안쪽 선입으로 최적 전개를 펼친 ‘마이티후’가 우승, 맨 뒤에서 막판 추입력 발휘한 ‘센스쟁이’가 2위로 골인하며 복승식 235.2배, 삼복승 863.3배, 삼쌍승 5874.3로 초고배당이 터졌다. 

 

최강게임의 장추열 기수는 처절한 반성이 필요하다. 큐피드베이브가 강하게 밀고 나왔을 때 싸우지 말고 선입으로 작전을 변경했어야 했다. 페이스 안배만 했더라도 최소한 2위는 가능했다. 고배당 적중한 일부 팬은 환호했겠지만, 정상적으로 분석한 대부분의 팬들은 최강게임을 강축으로 베팅했다는 점에서 최소한 2위 안에는 들어왔어야 했다. 이전에 우승할 때는 출발부터 결승선 들어설 때까지 단 한 번도 추진하지 않고 힘을 안배했는데, 이번에는 정반대의 말몰이를 했다는 점에서 제대로 된 경주로 봐줄 수가 없다.

 

혈통적 기대치도 상당히 높은 편이고, 500kg대의 좋은 체구를 지닌 수말이란 점에서 최강게임은 현재 3군에 속해있지만, 앞으로 1군까지 충분히 올라갈 것으로 기대된다.

 

#큐피드세이프(국6·암)

 

‘큐피드세이프’는 2021년 다승 2위를 기록한 서울 50조 박재우 마방의 국내산 3세 암말이다. 2월 19일 4개월 만에 출전한 두 번째 경주에서 단승식 107.4배로 아무런 존재감이 없었지만, 깜짝 3위를 기록하며 뚜렷한 변화를 보였기에 다음 경주부터는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1300m 6번 게이트에서 약간 주춤거리며 늦게 게이트에서 나와 후미에서 레이스를 시작했다. 이후 중속을 발휘하며 중위권 안쪽에 자리 잡았고, 다섯 번째로 직선주로에 들어선 후 막판 추입력을 발휘하며 올라왔다. 결국 3위에 그쳤지만, 기대를 뛰어넘는 상당한 선전이었다. 2위와의 차이도 불과 반 마신이었고, 결승선 통과 시에는 이기는 걸음이라 아쉬움이 남았다.

 

데뷔전에서는 시종일관 후미에서 고전을 면치 못한 채 7위로 경주를 마쳤다. 순발력은 물론 중속이나 끝 걸음 모든 면에서 별 게 없었지만, 이번에는 완전히 달라졌다. 출발은 여전히 느렸지만, 중속과 끝 걸음이 몰라보게 좋아진 것이다.

 

혈통을 분석해본 결과 기대치가 높은 편은 아니었다. 체구도 440kg대로 매우 작은 편이고, 암말이란 점에서 앞으로 발전 가능성은 솔직히 높지 않다. 그러나 두 번째 경주 만에 뚜렷한 변화를 보였다. 명장 박재우 소속이란 점에서 6군은 무난히 벗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보람이(국5·암)

 

‘보람이’는 부산 24조 김길중 마방의 국내산 3세 암말이다. 2월 18일 5군 승군전에서 5위에 그쳤으나, 경주 내용이 상당히 좋았기에 차기 경주에서는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1200m 14번 게이트에서 가장 빠른 출발을 하며 선행을 시도했지만, 외곽의 불리함 때문에 선행에는 실패했다. 안쪽의 4번 라온더플래시와 5번 서귀플러스가 강하게 밀고 나오며 세 마필이 선두 경합을 벌였다. 3·4코너를 돌아 결승선에 들어설 때까지 경합은 계속되었다. 결국 막판에 모두 무너지고 바로 뒤에서 선입으로 따라오던 ‘로드투브이’가 우승했고 후미에서 추입으로 올라온 ‘에이원플러스’가 2위로 골인했다.

 

보람이는 비록 5위에 그쳤지만, 2위마와 2.5마신의 근소한 차이였고, 시종일관 외곽에서 무리한 선행 경합을 벌인 결과라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을 만했다. 만약 안쪽 게이트를 배정 받고, 페이스 안배를 했더라면 2위는 충분했을 것으로 본다.

 

혈통을 분석해본 결과 썩 좋은 편은 아니었다. 그러나 5군 첫 도전에서 좋은 내용을 보였고, 체중도 10kg 늘었다(472kg)는 점에서 5군에서는 언제든지 입상할 것으로 기대된다.

 

#아트켈리(국6·암)

 

‘아트켈리’는 최근 뚜렷한 상승세를 타고 있는 부산 15조 안우성 마방의 국내산 3세 암말이다. 2월 18일 두 번째 경주에서 급격한 전력 향상을 보이며 2위를 기록해 다음 경주부터는 반드시 관심권에 넣어야 할 마필이다.

 

1200m 13번 게이트에서 빠른 출발을 하며 선두권에서 레이스를 시작했다. 이후에는 추진을 멈추고 중위권에서 힘을 안배하며 따라갔다. 다섯 번째로 직선주로에 들어선 후, 막판 탄력 넘치는 추입력을 발휘하며 무섭게 치고 올라왔다. 아쉽게도 단승식 1.4배의 압도적 인기마 ‘하늘강자’에게 목 차이로 우승을 내주긴 했지만, 예상을 완전히 뛰어넘는 엄청난 선전이었다.

 

단승식 16.9배가 말해주듯 그저 복병 정도로만 평가됐었다. 데뷔전에서 출발이 상당히 늦었고, 막판 끝 걸음(LF 13.7)도 밋밋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경주에서는 완전히 다른 말이 돼서 나타난 것이다. 지난주 서울과 부산 통틀어 가장 큰 전력 변화를 보인 마필로 평가된다.

 

혈통적 기대치도 높은 편이다. 모계 형제마인 케이엔로드와 무적베테랑이 3군까지 진출했다는 점에서 아트켈리도 최종 목적지는 3군 이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라인브레이커(국6·거)

 

‘라인브레이커’는 부산 8조 토마스 마방의 국내산 3세 거세마다. 2월 20일 실전 네 번째 경주에서 최선을 다하고 4위에 그쳤지만, 데뷔 이후 가장 좋은 내용을 보였기에 다음 경주부터는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1400m 1번 게이트에서 빠른 출발을 하며 선두권에서 레이스를 시작했다. 이후에는 14번 영광의라이더, 12번 챔프고와 함께 세 마필이 나란히 선두 경합을 벌였다. 4코너를 돌아 직선주로에 들어설 때까지 선행 경합은 계속되었다. 결국 세 마필 모두 입상에 실패했고, 중위권에서 힘을 안배한 ‘투데이스타’가 우승, ‘서귀포인트’가 2위로 골인했다. 라인브레이커에게는 너무나 아쉬운 한판이었다. 무리한 선두 경합을 벌였음에도 우승마와 차이가 불과 반 마신이었기 때문이다. 만약 페이스 안배를 했다면 우승도 가능했다고 본다.

 

혈통을 분석해본 결과 기대치는 썩 높지 않은 것으로 나왔다. 하지만, 데뷔 후 처음으로 선두권에서 레이스를 펼치며 스피드가 보강되었고, 전체적인 경주력도 뚜렷한 발전을 보였다는 점에서 6군은 쉽게 벗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이병주 경마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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