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경주로 본 한 단계 발전한 부경마

김시용 프리랜서 2016-08-17 조회수 1949
[일요신문] 경마장별로 한 주일씩 쉬어가는 휴장기 경마가 막을 내렸다. 적은 자원으로 많은 경주를 채우다 보면 형편없는 경주편성도 생기기 마련인데, 올 해는 다른 해에 비해 경주편성이 알차게 잘 이뤄졌다는 평가가 많았다. 시행체에서 오래전에 일정을 예고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조교사들의 마방 운영이 그만큼 체계적으로 이뤄지고 있음을 알려준다. 이번 주에는 8월 첫째 주 부경에서 뛰었던 경주마들 가운데 한 단계 더 발전된 모습을 보인 마필 몇 두를 분석해본다.
 
연합뉴스

# 토함산(3세·수·7전5/0/0·박웅진·백광열:73 부:쾌도난마,모:버니스)=승승장구하며 더비에까지 출전했지만 주행거부를 한 후 두 달간 쉬었다. 지난달 16일 주행재검을 받았는데, 끝까지 잘 뛰어줄 수 있을지에 대해선 의구심이 이번엔 없지 않았다. 그렇지만 실전에선 선행을 나선 후 단 한번도 추월을 허락하지 않고 경주를 마쳤는데, 결승선 통과 무렵엔 오히려 거리를 대폭 벌렸다. 

과거 1군 무대를 주름 잡았던 명마 쾌도난마의 자마로 부계 쪽뿐만 아니라 모계 쪽도 장거리에 가능성을 갖고 있는 혈통이라 앞으로 힘이 찬다면 더 좋은 활약이 기대된다. 선행과 선입, 추입 등 레퍼토리가 다양해 비교적 전개에 영향을 덜 받는다는 것도 장점이다. 현재까지는 선행을 받았을 때 가장 위력적인 모습을 보였다. 

# 강호드라이브(5세·암·40전4/5/5·강희종·조용배:65 부:시에로골드,모:쇼어워크드라이브)=40전이란 전적이 말해주듯 그동안 뛸 만큼 뛰었고 전력도 다 드러난 마필로 평가를 받았다. 마령 5세의 암말이라 더 이상 성장을 기대하기도 힘든 상황(인기순위 10위)이었는데, 이번에 완전히 예상을 깨고 추입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확실한 ‘스피드 업’으로 평가됐는데 주목할 만한 점은 원래 이 말이 1200미터 경주에선 상당히 강한 모습을 보여왔다는 것이다. 1600과 1400미터 두 차례 경주를 통해 근성과 지구력을 다져놓고 자신이 좋아하는 거리에서 ‘사고’를 친 것이다. 다음 경주 출전 때도 비슷한 거리라면 이변의 여운을 즐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임패션드마린(4세·암·18전3/4/2·이경희·김남중:49 부:비카,모:임패션드댄서)=국4군에선 강한 편성에 출전했고 인기도 3위였다. 10전여의 기승경험밖에 없는 신인기수가 기승했고 안쪽에 두 마리를 달고 크게 외곽을 선회했지만 앞서가던 상대들을 여유 있게 제치며 우승을 차지했다. 그동안 선행과 선입, 중간 추입 등 다양한 전개로 고르게 입상을 해왔는데, 최근 들어 한풀 꺾인 모습을 보인 것도 사실이다. 스피드지수가 56~61 정도로 늘 일정했고 변화가 없었던 것이다. 

이번 경주 또한 그 정도의 분포를 보여 경주력 자체는 큰 변화가 없었다는 분석이다. 다만 버티는 힘이 워낙 좋기 때문에 앞선에 붙을 수 있는 경주라면 주의할 필요는 있겠다. 

# 스페셜루키(3세·암·6전4/0/0·조태만·김영관:57 부:메니피,모:스윙시티)=선행을 나서면 우승, 실패하면 입상마저도 못하는 전형적인 선행형 마필이다. 선행 일변도로 성적을 올리는 것이 약점이라 발빠른 선행마들이 여러 두 안쪽에 포진해 있어 이번 경주에선 위험한 인기마로 꼽는 전문가들도 없지 않았다. 실전에선 김용근 기수가 다른 말을 방해하면서까지 선행 강공을 펼친 결과 단독선행을 나섰고, 2위와의 격차를 무려 13마신이나 벌리면서 우승했다. 초중반에 무리를 했음에도 막판까지 전혀 스피드가 떨어지지 않는 모습으로 봐서는 다음 경주에서도 선행만 나서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스페셜루키는 최강 씨수말로 자타가 공인하는 메니피의 자마다. 당당한 체형을 타고 났고 명장 김영관 조교사의 관리를 받고 있다는 측면에서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은 높아 보인다. 연령상으로는 암말의 전력이 어느 정도 드러나는 3세 중반을 달리고 있는데, 지금이 최고의 성장기로 평가된다. 

장거리에 대한 전망도 나쁘지 않다. 메니피의 자마들은 일단 걸음이 터졌다 하면 1800미터 경주까지는 보증수표를 받는 것이나 다름없을 정도로 잘 뛰어주지만 그 이상의 거리에선 대부분 한계를 노출하곤 했다. 장거리에서도 잘 뛰었던 일부 메니피 자마들은 대체로 모계 쪽에 특별한 유전인자를 갖고 있었다. 스페셜루키 또한 모계가 실전에선 단거리 위주로 뛰어왔지만 혈통적인 특징은 장거리에서도 충분히 잘 뛸 수 있는 유전인자를 갖고 있다. 

주행습성 기질과 장거리에 대한 적응력 등을 주시하면서 스페셜루키를 관리한다면 베팅에서도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효자마필이 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 예그리나(3세·암·7전1/0/0·김명환·최기홍:49 부:Uncle Mo,모:Banner)=6전을 뛰는 동안에 단 한번도 입상한 적이 없는 인기 순위 하위권의 말이었다. 뿐만 아니라 지난 1월 경주를 마지막으로 경주로에서 사라져 장기휴양을 했다. 이 두 가지 이유만으로도 팬들에게 외면을 당할 만한 이유는 충분했다. 그렇지만 실전에선 완전히 다른 걸음을 보였다. 초반 순발력은 예전과 큰 차이가 없었지만 중간 가속이 호전됐고, 특히 막판 대시능력은 가히 압권이었다. 라스트 팔롱 기록이 12.3초였다. 안정적인 전개에 힘입은 덕분이라고 해도 이 정도의 순간 스피드는 아무나 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한 경주를 보고 속단하기는 어렵지만 추입마로서 대성할 수 있는 자질을 충분히 보여줬다는 평가가 많다. 예그리나의 잠재력은 혈통에서도 엿보인다. 부마인 엉클모(Uncle Mo)는 2010년 미국 2세마 부문에서 수말 챔피언을 지냈을 만큼 준족이었고, [G1]경주에서도 여러 번 우승했었다. 모계 쪽도 우수하다. 모마인 배너(Banner)는 실전 경험이 없지만 외조부를 보면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완벽한 체형을 갖춘 명마로 이름을 떨친 에이피인디가 그 주인공이다.  

# 브이디바(3세·암·4전2/1/1·김선우·민장기:38 부:메니피,모:블루다이아)=이 말도 메니피의 자마다. 2위 1회, 3위 1회를 포함 이번 경주까지 4전 동안 100%의 입상률을 이어가고 있다. 특별히 이 코너에서 언급하는 이유는 왜소한 체구의 암말임에도 부담중량을 버텨내는 힘이 좋다는 것 때문이다. 마체중 420kg대로 출전했는데 원래 이 정도는 아니었다. 아마도 훈련이 길어지면서 체중이 빠진 것으로 보이는데, 이런 악조건 속에서도 예전과 다른 초반 스피드와 막판 끈기를 보였다. 다음 출전 때 몸을 좀더 추스르고 나온다면 더 나은 경주력 발휘가 가능할 전망이다.

김시용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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