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2세마 분석①] 스피드·뒷심 겸비 ‘승부사’ 일류마 향기가…

이병주 경마전문가 2021-07-20 조회수 440

[일요신문] 7월 2일 하반기 경마 시작과 함께 국산 2세마들도 경주로에 데뷔했다. 이번 회에서는 2세마 중에서 싹수 있는 신예를 살펴본다.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는 말이 있다. 과연 어떤 말이 될성부른 나무일지, 혈통과 실전 경주력을 바탕으로 분석한다. 첫 시간에는 데뷔전에서 우승하며 곧바로 5군에 진출한 유망주 세 마필을 알아본다.

 

 

#승부사(국5·수)

 

승부사는 서울 10조 정호익 마방의 수말로, 현재까지 데뷔한 2세마 중에서 가장 뛰어난 것으로 평가된다. 510kg대의 큰 체구에도 탁월한 스피드를 지녔고, 주행 자세도 상당히 안정적이라 잘만 키운다면 내년 삼관 경주에서도 선전이 기대된다.

 

6월 18일 주행 심사에서는 1분 03초 9를 기록하며 8위로 통과했다. 한 박자 늦게 게이트에서 나왔고, 초반에 따라붙지 못하며 20마신 이상 뒤처졌다. 뛰는 방법을 모르는 듯 우왕좌왕하는 망아지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막판 걸음은 상당히 좋았다. 장추열 기수가 채찍과 함께 강하게 독려하자 쭉쭉 올라오며 탄력적인 추입력(LF 12.6)을 보인 것이다. 경주마로서 아직 미숙하지만 가능성만큼은 충분히 보인 주행 심사였다.

 

7월 18일 데뷔전 1000m에서는 뛰어난 능력을 과시하며 우승했다. 주행 심사와 달리 빠른 출발을 하며 선두권에서 레이스를 시작했다. 안쪽에 있던 문세영의 ‘퍼플케이’가 스피드를 높이며 선두로 치고 나왔다. 두 마필은 양보 없이 나란히 선두권을 형성하며 4코너를 돌아 직선주로에 들어섰다. 막판 결승선 200m를 남겨두고 승부사가 근성을 발휘하며 앞서 나갔다. 막판 50m부터는 우승을 확신하고 제어하는 여유까지 부리며 3마신 차 완승을 거뒀다.

 

기록상으로도 매우 뛰어났다. 주파 기록이 59초 6으로 상당히 빨랐다. 당일 주로가 7% 양호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초반 200m가 13초 2, 이후에는 10초 4, 11초 7이 나왔는데, 초반과 중반에 상당히 무리했다는 증거다. 그럼에도 막판 200m(LF)에서 12초 7을 기록하며 우승했다는 것은 앞과 뒤, 즉 스피드와 뒷심을 겸비했다는 것이다. 기록만 놓고 봐도 상당히 뛰어난 능력마임을 알 수 있다.

 

개인적으로 올해 데뷔한 국산 2세마 중에서 랭킹 1위로 꼽는다. 한 번밖에 뛰지 않았지만, 강렬한 포스와 함께 일류마의 향기가 느껴졌기 때문이다. 스타트 능력, 기수의 유도에 순응하는 안정감 그리고 근성까지 경주마로서 기본기를 모두 갖췄다.

 

부마 미스치비어슬리는 경주마로서 뛰어난 활약을 펼치지는 못했다. 일반경주에서만 3승을 거둔 평범한 수준이었다. 조부마 인디언찰리는 완전히 다른 존재다. 2014년 리딩사이어(2세마) 5위에 올랐고, 국내에 도입된 자마 7두 중 무려 4두가 1군에 진출했다. 표본이 적긴 하지만 1군 진출률이 50%가 넘는다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다. 모마 티피맥지는 경주마로 활약하지 않았지만, 증조부가 A.P. INDY라는 점에서 우수한 유전자를 보유한 것으로 추측된다.

 

따라서 훌륭한 체구와 좋은 혈통을 타고났으며, 스피드와 근성을 겸비한 수말이라는 점에서 앞으로 발전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질병 없이 잘 성장한다면 정호익 마방의 기둥마가 될 가능성이 높다.

 

#유쾌한날들(국5·수)

 

유쾌한날들은 서울 50조 박재우 마방의 수말로, 뛰어난 스피드를 타고난 전형적인 선행마다. 주행 심사와 데뷔전 모습으로 볼 때 기본기를 지녔고, 혈통적 기대치도 높아 앞으로 박재우 마방을 이끌어갈 기대주로 평가된다.

 

5월 7일 주행 심사에서 1분 03초 2의 기록으로 1위로 통과했다. 게이트가 열리자마자 튀어나가듯 빠른 출발을 하며 쉽게 선행에 나섰다. 4코너까지 붙잡고 가면서 선두를 유지했고, 직선주로에서는 채찍을 몇 번 가하긴 했지만, 전반적으로 여유 있는 걸음이었다. 전형적인 선행마임을 알 수 있었고, 신마답지 않은 안정감과 충실한 기본기도 보여준 주행 심사였다.

 

7월 3일 데뷔전 1000m에서는 주행 심사 때보다 훨씬 뛰어난 능력을 과시하며 낙승을 거뒀다. 출발은 여전히 빨랐다. 가장 먼저 게이트에서 나오며 쉽게 선행을 장악했다. 아무런 저항 없이 가장 먼저 4코너를 돌고 직선주로에 들어섰다. 막판에도 전혀 지치는 기색 없이 탄력적인 걸음을 이어가며 4마신 차로 여유 있게 우승했다. 막판 50m부터는 우승을 확신하고 추진을 멈추는 여유까지 부렸다. 1분 00초 3으로 기록도 매우 빨랐고, 막판에 최선을 다하지 않았음에도 LF가 12초 5가 나올 정도로 끝걸음도 좋았다.

 

전체적으로 평가할 때 적수를 찾을 수 없는 완벽한 낙승이었다. 주행 심사 당시에도 어느 정도는 뛸 것으로 예측했지만, 이 정도로 잘 뛸 줄은 몰랐다. 주행 심사 이후 두 달 동안 상당한 전력향상이 있었던 것으로 추측된다.

 

작년 12월 1세마 경매에서 2000만 원에 낙찰됐는데, 도저히 납득이 안 되는 가격이다. 부마가 씨수말 챔피언 ‘한센’이고, 모마도 현역 시절 1군까지 진출했던 ‘유성제일’이라면 최소한 5000만 원은 넘어야 된다. 아마도 코로나19 때문에 말도 안 되는 가격에 낙찰된 듯싶다. 혈통적 기대치도 높다는 뜻이다.

 

유쾌한날들은 부계와 모계 혈통상 전형적인 선행마가 틀림없다. 나중에 상위군 장거리에서는 질주 습성 변경도 필요하겠지만, 당분간 전형적인 선행마로 키우는 것이 좋아 보인다. 선행마는 타고난 재능이다. 남들이 못 가진 뛰어난 스피드를 선물로 받았기에 중거리까지는 선행으로 밀어붙였으면 한다. 자신의 주무기를 최대한 살리는 게 좋고, 또한 충분히 통할 것이다.

 

#불방울(국5·수)

 

불방울은 서울 54조 박천서 마방의 수말로, 힘과 근성이 좋은 추입형 마필이다. 거리 적성이 긴 편이고, 주폭이 넓고 크다는 점에서 잘 성장한다면 상위군의 장거리 경주에서도 활약이 기대된다.

 

6월 11일 주행 심사에서 1분 02초 4의 기록으로 5위로 통과했다. 초반 스피드 부족으로 최후미에서 레이스를 시작했다. 선두권과 10마신 넘는 큰 차이를 보이며 쫓아가기 급급한 모습이었다. 그런데 막판 결승선에서 탄력 넘치는 추입력을 발휘하며 올라왔다. 결국 5위로 끝났지만, 1위마 돌콩(1군)과의 차이는 불과 3마신이었다. 주파 기록이 1분 02초 4로 빨랐고, LF도 12초 4가 나올 정도로 끝 걸음도 매우 좋았다. 충분한 가능성을 엿보인 주행 심사였다.

 

7월 11일 데뷔전 1200m에서는 막판 뒤집기에 성공하며 역전 우승을 거뒀다. 담당 조교사 박천서가 스피드가 부족한 대신 힘이 좋은 추입형임을 파악하고 1200m에 출전시킨 게 주효했다.

 

무난한 출발을 하며 중위권에서 레이스를 시작했다. 4코너 부근에서 속도를 올리며 외곽으로 진로를 틀어 추입 시동을 걸었다. 다섯 번째로 결승선에 접어든 후, 막판 뒷심을 발휘하며 역전에 성공했다. 폭발적인 추입은 아니었다. LF가 13초 4가 나왔다는 것은 폭발적인 추입과는 거리가 멀다. 끈기와 근성으로 이겼다고 보는 게 맞다. 맨 처음 소개한 ‘승부사’만큼의 강렬한 포스는 없었지만 2세마 치고는 좋은 능력을 지닌 것만큼은 분명했다.

 

앞서 소개한 ‘유쾌한날들’과 마찬가지로 경매에서 2000만 원의 헐값(?)에 낙찰됐지만 혈통적 기대치는 높은 편이다. 한센과 위스콘신걸 사이에서 태어났다. 모마 위스콘신걸은 1군마 와일드러시를 배출한 우수한 씨암말이다. 따라서 앞으로 관리만 잘된다면 좋은 재목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이병주 경마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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