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과 차움의원-강현석 기자

일요신문 2016-12-30 조회수 2470
기사 바로가기=[단독] 최순실-최순득-박근혜 억대 회비 의료센터 고객이었다

일요신문 경제팀에 있는 강현석입니다. 일요신문에 입사한 지는 1년 정도 됐습니다. 그전에는 작은 인터넷신문 등에서 일했습니다. 한때는 기자직을 그만둘 생각까지 했지만 제게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시고 이런 상까지 주셔서 고마울 뿐입니다. 

취재는 일간지가 눈여겨보지 않은 차병원 아이템을 제가 ‘주운데서’ 시작합니다. 당시 연합뉴스 등은 ‘최순실이 차병원에서 갑질을 했다’는 의료계의 증언을 기사화 했습니다. 후속 보도는 없었습니다. ‘최순실은 나쁜 사람이야’라는 프레임을 만드는 것에 그쳤습니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습니다. 아무리 최순실이 ‘비정상적인’ 사람이어도 왜 하필 갑질을 한 곳이 차병원이었을까. 차병원과 별개로 취재 과정에서 접했던 몇 가지 ‘설’들을 더해봤습니다. 

첫째, 최순실은 차움의원이 있는 청담 피앤폴루스에 거주했다. 둘째, 박근혜 대통령은 피부 미용에 관심이 많다고 한다. 셋째, 대부분의 정치인은 본인의 ‘단골 병원’에서 정기적으로 피부 관리를 받는다. 그렇다면 박 대통령도 어딘가에서 피부 관리를 받진 않았을까. 그곳이 차움의원은 아니었을까. 

옛 차병원에서 일했던 직원을 섭외하기 위해 사정기관 관계자와 접촉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몇 년 전 차병원과 관련한 의혹들을 직접 조사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옛 직원으로부터 돌아온 말은 “모른다”였습니다. 다른 루트를 통한 팩트 확인이 필요했습니다. 

친분이 있던 타사 기자 몇몇과 전화했습니다. 이 가운데 한 사람이 안 그래도 자신이 차병원과 관련한 보고를 한 적 있다고 말했습니다. 보고 내용은 박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차병원을 찾았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당시 타사 데스크는 해당 보고를 눈여겨 보지 않고 취재 지시 또한 내리지 않았다고 합니다. 

조금씩 실마리가 풀렸습니다. 차움의원이 있는 피앤폴루스를 찾아가 청소 용역 직원들과 만났습니다. 이 가운데 한 직원은 자신이 박 대통령과 직접 악수를 나눴다고도 말했습니다. 크로스체킹을 위해 안면이 있던 대학병원 의사에게도 연락했습니다. 이 의사는 “박근혜, 최순실, 최순득이 차병원에 다녔다”고 말했습니다. 

이것만으로는 부족했습니다. 최순득과 차병원의 연결고리를 찾아야 했습니다. 최순득의 자택으로 알려진 힐데스하임 등기부등본을 전수 조사했습니다.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차병원 창업주와 최순득이 20년 가까이 한 주택에 살았던 것입니다. 또 힐데스하임을 직접 찾아가 건물 관리인에게 ‘차병원 회장이 살고 있느냐’고 물었습니다. 돌아온 대답은 “맞다”였습니다. 

대통령과 비선 실세의 단골 병원이라면 특혜를 받지 않았을까라는 가설을 세웠습니다. 관련 기사들을 꼼꼼히 검색해보니 수상한 점이 한둘이 아니었습니다. 보건의료 분야에 관심이 많은 대기업 관계자들과 얘기해보니 ‘차병원에 대한 특혜성 국고 지원이 있었다’는 의심이 들었습니다. 무엇보다 이번 정부 들어 차병원이 의료민영화 정책의 직접적인 수혜를 입었다는 사실은 관련한 의심을 키웠습니다. 

차병원의 해명은 명쾌하지 않았습니다. 마감 당일 “박 대통령이 미용 주사 처방을 받았을 수 있다”는 얘기를 들었지만 기사 내용에는 포함하지 않았습니다. 당시에는 확인된 이야기가 아니었고, 크로스체킹 없이 일방의 멘트에 의존해 기사를 쓰는 것은 옳지 않다고 여겼기 때문입니다. 제 보도 이후 여러 종편 메체가 차병원에 주목하면서 결과적으로 특종상을 받게 됐습니다. 

사실 이번 차병원 기사가 특종인지에 대해선 스스로 정의내리기 힘든 부분이 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특종의 기준이 지나치게 엄격해서일 수도 있습니다. 다가올 2017년에는 ‘정윤회 문건’ 혹은 ‘최순실 태블릿 PC’ 보도에 맞먹는 특종을 쓰고 싶습니다. 

강현석 기자(일요신문 취재1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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