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렁크 살인사건의 용의자 김일곤이 검거되어 경찰서로 압송되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시민이 합세한 김일곤 검거 순간(TV화면). 연합뉴스
30일 서울동부지법 형사합의11부의 심리로 열린 살인과 사체손괴 등 총 9가지 혐의로 기소된 김 씨는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내 죄를 더 무겁게 하기 위해 내가 적었던 사람들의 조사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김 씨는 검찰 측의 죄명을 설명하는 모두발언이 끝나자 “재판장님께 드릴 말씀이 있다”며 “검찰 조사에서도 말했는데 제가 작성한 리스트, 명단이 있다. 이 사람들에 대한 조사를 해달라”고 말했다.
그는 “검찰조사 과정에서 검사도 이 부분에 대해서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조사가 끝날 때까지 이뤄지지 않았다. 당시 심적 부담이 커서 다시 말하는 것을 잊어, 직접 법정에서 말씀드린다”고 설명했다.
김 씨가 언급한 명단은 경찰 조사 과정에서 발견된 것으로, 자신이 치료받은 병원의 병원장과 직원, 서울지방경찰청의 담당 형사, 식당 여자 사장, 판사 등의 이름이 적혀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장판사는 이에 대해 “재판부는 수사를 지시하는 곳이 아닌 판결을 내리는 곳”이라며 “김 씨는 여기에 대해 고소장이나 고발장 접수를 통해 경찰이나 검찰이 조사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씨는 “고소나 고발은 상대방을 처벌받게 하기 위해서 하는 것인데 이는 그런 성격의 문제는 아니다”며 “그 사람들을 조사하면 내 처벌이 더 무거워지므로 꼭 조사해 달라”고 거듭 요청했다.
재판부는 검찰 측에 이 부분에 대한 김 씨의 진술을 충분히 들어볼 것을 주문했다.
한편 김 씨는 지난 9월 11일 오후 2시 36분께 서울 성동구 홍익동의 한 빌라 주차장에 주차돼 있던 차량에서 숨진 채 발견된 주 아무개 씨(35·여)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문상현 기자 moon@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