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카드와 삼성카드가 올해 대규모 배당을 실시키로 하면서 ‘출혈 배당’ 논란에 시달리고 있다.
신한카드의 이번 배당 확대는 카드사 고객은 말할 것도 없고 소액주주 이익 확대 등과도 무관하다는 점이 비판의 근거다. 신한카드는 신한금융지주가 지분 100%를 보유한 비상장사여서 배당금 전액이 그룹 지주사의 호주머니로 들어가는 구조라는 것.
이번 배당금액이 무리수에 가깝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지난해 신한카드의 당기순이익은 6948억 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배당성향(당기순이익 대비 배당 총액 비율)은 무려 130%에 달한다. 다른 카드사들의 배당성향이 대부분 50%를 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번 신한카드의 배당 확대는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특히 순이익이 6352억 원이던 2014년에 5500억 원을 배당했던 것과 비교해보면 순이익이 약 9.4% 늘어나는 동안 배당금은 63.6%나 늘어난 셈이다.
금융권에서는 신한카드의 이 같은 행보가 갈수록 수익성이 떨어지고 있는 은행을 대신해 그룹의 캐시카우(현금창출원) 역할을 해야 하는 부담을 떠안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신한금융그룹의 경우 2015년 전체 이익 가운데 신한은행이 58%, 신한카드가 27%를 차지하는 반면, 신한금융투자나 신한생명, 신한캐피탈 등의 이익 비중은 한 자릿수에 불과한 실정이다.
그나마 신한은행은 2014년까지 60%를 넘던 이익 비중이 지난해 50%대로 내려앉는 등 그룹 내 위상이 예전만 못한 상황이다. 신한은행의 지난해 순이익은 총 1조 4897억 원으로 전년에 비해 2.4% 늘었다. 하지만 신한카드의 이익증가율 9.4%보다 훨씬 낮은 것은 물론, 경쟁사인 국민은행의 이익증가율 21.2%에 비하면 초라한 수준이다.
문제는 그룹 내 ‘넘버2’인 신한카드도 상황이 그리 여유 있는 편이 아니라는 점이다. 신한카드는 가맹점 수수료 인하 여파로 올해 1500억 원가량의 수익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대비해 위성호 신한카드 사장은 지난해 말 170명이 넘는 대규모 희망퇴직을 실시하고, 수익성이 낮은 카드의 발급을 전격 중단하는 등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한 상태다.
게다가 이번 배당으로 신한카드는 건전성 지표인 자기자본비율도 크게 낮아질 전망이다. 신한카드는 오는 4월 배당을 실시하면 30%를 넘던 업계 최고수준의 자기자본비율이 26%까지 내려간다. 내부 사정이 이런데도 대주주인 신한금융을 위해 대규모 배당 확대를 시행하는 것.
금융권 일각에서는 차기 신한은행장을 노리는 위성호 사장의 결단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내놓고 있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위성호 사장은 신한금융그룹의 파워집단인 ‘라응찬 라인’의 핵심 인사로 꿈이 큰 사람”이라면서 “신한카드의 그룹 기여도를 높이는 것이 곧 자신의 그룹 내 위상을 강화하는 방안이 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신한카드는 배당 확대와 위 사장의 입지를 연결 짓는 것은 지나친 억측이라는 입장이다. 이번 배당은 지난 2007년 인수한 LG카드의 상환우선주 대금을 갚기 위한 것이라는 게 신한카드의 설명이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오는 4월 1조 원이 넘는 LG카드 상환우선주의 상환 기일이 도래한다”면서 “이번 배당은 이를 갚기 위한 대금으로 사용될 것”이라고 전했다.
신용카드업계 2위인 삼성카드의 배당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2014년에 비해 절반 가까이 줄었는데도 배당은 크게 늘렸기 때문. 삼성카드의 2015년 당기순이익은 3337억 원으로, 전년의 6560억 원 대비 50.9% 수준으로 급감했다.
그럼에도 올해 배당액은 총 1731억 원으로 지난해의 1154억 원보다 577억 원 늘렸다. 배당성향은 51.9%로 전년에 비해 34.3%포인트 상승했다. 주당 배당금으로 따지면 지난해 1000원에서 1500원으로 50%나 높아졌다. 1100원 수준이 될 것이라던 증권가의 예상치를 훌쩍 뛰어넘는 금액이다. 이에 대해 삼성카드 관계자는 “주주 중시 경영 차원에서 배당을 늘린 것”이라는 입장이다. 순이익은 줄었지만 여력이 있는 범위 내에서는 주주 환원정책을 펴겠다는 것이다. 삼성카드는 상장 기업이니만큼 일견 설득력이 있는 해명이다.
하지만 금융권의 시각은 조금 다르다. 시장에 유통되고 있는 삼성카드 지분은 30%에도 못 미치는 데다 최근 삼성카드의 최대주주가 삼성생명으로 바뀌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귀띔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작업을 위해 중간 지주회사 전환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는 삼성생명의 ‘실탄’ 확보 작업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삼성생명은 ‘삼성카드 매각설’이 한창 떠돌던 지난 1월 말 삼성전자가 보유 중이던 삼성카드 지분 37.45%를 전량 인수한다고 밝혀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삼성생명은 이를 통해 삼성카드의 지분 71.68%를 보유한 최대주주가 됐다. 이 같은 내용이 발표되자 금융권과 재계 등에서는 삼성생명이 중간금융지주회사 전환 요건 가운데 하나인 ‘1대주주 지위’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지분 인수를 단행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현행 금융지주회사법은 자회사 지분 30% 이상을 확보하고 1대주주 지위를 유지해야 지주회사가 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금융권에서는 이번 삼성카드의 배당 확대가 앞으로 삼성증권과 삼성화재 등 나머지 금융계열사의 1대주주 지위를 공고히 하기 위해 삼성생명에 필요한 자금을 공급한 것일 수 있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현재 삼성생명은 보통주 기준으로 삼성증권 11.14%, 삼성화재 14.98%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1대주주이긴 하지만 ‘30% 이상’ 기준을 맞추지 못하고 있는 데다 지분율이 그리 높지 않은 탓에 자칫 ‘엘리엇 사건’ 때처럼 대규모 지분매집을 통해 경영권 확보에 제동을 거는 세력이 등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삼성증권이나 삼성화재의 지분을 확보하려면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다. 특히 삼성화재의 경우 주식 가격이 주당 30만 원을 넘나드는 만큼 천문학적인 돈이 소요될 수 있다. 보험회사 한 고위 관계자는 “제아무리 삼성생명이라 해도 삼성화재나 삼성증권 등의 지분을 대규모로 인수한다면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면서 “삼성카드뿐 아니라 다른 계열사들이 추가로 움직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영복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