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분열해도 불리” 예측에 ‘진박 마케팅’ 자제 권고까지
특히 심야의 ‘긴급 선거대책위원회 대책회의’가 열렸을 때 정치권은 “2014년 지방선거에서 세월호 심판론 때문에 참패가 예상되던 새누리당이 엄살을 떨어 반타작 이상 한 것을 재탕하고 있다”는 못마땅한 목소리가 나왔다. 하지만 새누리당 내에선 이미 올해 초부터 ‘여소야대’ 정국을 예견하는 보고서가 작성된 것으로 확인됐다.
당에서 만들어 청와대에까지 보고된 이 대외비 보고서는 ‘야권이 갈라진 뒤 후보 단일화를 하지 않고 마이웨이를 하더라도 결코 선거가 새누리당에 유리하게 돌아가진 않는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즉,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이 제각각 각 지역에서 후보를 내더라도 새누리당 승리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얘기였다.
그 분석은 새누리당 절대 지지층에서 적극 투표 참여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는 것을 기초로 했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박근혜 대통령을 당선시키고서 4년이 지나면서 지지층의 이완이 점점 심해지는 추이를 발견할 수 있었다“고 했다. 특히 이 보고서엔 지난해 유승민 전 원내대표의 사퇴 이후부터 시작된 소위, ‘진실한 사람들’의 박근혜 마케팅이 먹혀들지 않는다며 자제해야 한다고 권고하는 내용까지 들어 있었다고 한다.
문제는 당 지도부가 이 보고서를 무시했다는 데 있다. 올 초까지 새누리당 일각에선 ‘국회선진화법 무력화’를 이야기하면서 180석 이상 석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했다.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을 중심으로 한 친박계의 막장 공천극은 예상보다 심하게 연출되기도 했다. 그리고 실제로 지난 4월 초 여의도연구원은 자체 여론조사 결과 전국에서 170석 이상이 ‘우세지역’이지만 선거 당일 반드시 투표하겠다는 층에서는 최대 125석에 불과하다는 결과를 지도부에 보고하게 됐다고 한다.
그 직후 심야의 긴급 선대위 대책회의가 열린 것이다. 문제는 여연의 보고서에선 새누리당 강세지역이었던 서울 강남3구에서부터 초대형 주연이 출연한 종로, 마포 등 접전지, 또 대구 일부와 부산 일각에서도 모두 더민주와 국민의당에게 뒤지는 결과가 나타났다는 것이다.
그 뒷날부터 새누리당 유세전략이 변했다. 대구에서는 이른바 진박 후보들이 모두 모여 유권자에게 큰절을 올리는 ‘큰절 퍼포먼스’가 이뤄졌고, 김무성 전 대표의 ‘어부바 유세’도 본격화됐다. 김 전 대표가 친박계 핵심 최경환 의원과 유세장에서 만나 얼싸안거나, 친박 비박 가리지 않고 지원유세에 나서기 시작한 것도 당시부터라고 한다.
야권이 분열돼도 새누리당이 질 수 있다는 이야기가 회자하면서 새누리당의 비례대표 순위도 뒤바뀌었다고 한다. 친박계와 비박계 간에 자기 사람을 상위 순위로 올리려는 암투가 벌어지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결국 새누리당은 여소야대에 대한 복선이 여럿이었음에도 졌고, 또 질 것을 알고도 질 수 없는 게임을 진 것이다.
이정필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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