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회사 신세계 소유 평창동 땅 전경. 사진=최준필 기자
이 땅이 방치된 지는 올해로 만 10년을 넘어섰다. 현재 신세계 소유 땅 중 당초 8800여㎡에 대해 시행사인 D 사는 2006년 실버세대를 위한 도심형 실버타운 203가구 분양을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이후 2007년 시공사 풍림산업이 부지 인수 후 재 분양을 시도했지만 2009년 워크아웃(기업개선절차)에 들어가면서 이 땅을 경매에 내놓았다.
부동산등기부에 따르면 신세계는 2010년 4월 평창동 6X-X번지 외 19개 필지를 245억 원에 매수했고 그 해 7월에 주변 땅 4개 필지, 12월에 1개 필지 등 총 24개 필지 1만 2817㎡(3877평)를 확보했다. 이자와 비용을 포함한 이 땅 장부가는 370억 원으로 파악됐다. 현재 이 땅은 풍림산업의 지하층 공사가 중단된 채 나대지(지상에 건축물이 없는 대지 상태)로 펜스만 쳐져 있는 상태다. 신세계는 오랫동안 땅을 방치하다 최근 매각을 시도했다.
한 시행사 관계자는 “해당 부지는 오래 방치돼 있는 곳이라 공시지가보다 싸게 팔릴 수밖에 없다. 복수의 시행사들이 이 땅의 가치에 관심을 갖고 매수의 뜻을 전달했다”며 “회계법인에서 장부가보다 싸게, 이후에는 장부가 정도에 팔 수 있다는 뜻을 전달하더니 결국 신세계 내부에서 팔지 않겠다는 뜻을 전달하는 식이었다”라고 밝혔다.
다른 시행사 관계자는 “부르는 돈을 다 주겠다고 해도 안 판다고 한다. 이럴 거면 왜 매각을 시도했는지, 또한 좋은 땅을 방치하는 이유를 잘 모르겠다”며 “신세계 내부 관계자들로부터 총수일가가 매각에 반대한다는 뜻을 들을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익명의 신세계 고위 관계자는 “총수일가 중 정용진 부회장의 반대가 심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당초 용도인 문화센터 건립 구상이 나온 시점도 정용진 부회장의 재혼(2011년 5월) 시기와 맞물려 있는 데다 정 부회장이 애착이 강한 것으로 전해진다”고 말했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사진=비즈한국DB
정용진 부회장은 현재 주식회사 신세계 주식이 한 주도 없는 상태. 이 말이 사실로 확인된다면 논란이 배가될 전망이다. 이윤창출과 주주가치 제고를 목적으로 하는 주식회사는 유휴자산에 대해선 활용하거나 매각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신세계 측은 “그 땅에 대한 이용 계획과 관련해 아직까지 확정된 게 없고 논의를 계속하고 있다. 매각을 검토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정용진 부회장이 반대가 심하다는 지적은 사실과 다르다. 정 부회장은 신세계 지분이 없어서 신세계 자산 이용 여부에 대해 반대 입장을 내놓을 상황도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시공사인 신세계건설 관계자는 “그룹으로부터 그 땅 공사와 관련해 어떠한 지시도 받지 못했다. 따라서 지금까지 현장에 인력을 투입하지 않고 있다”며 “종로구청이 부지 펜스에 왜 시공사로 풍림산업이 적혀 있느냐는 지적을 받고 지난해부터 시공사로 당사의 이름을 게재한 것 외에는 공사와 관련한 일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장익창 비즈한국 기자 sanbada@bizhankoo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