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2부 심리로 최순실, 안정범 등 ‘국정농단’ 관련자들에 대한 2차 공판이 열렸다. 사진=최준필 기자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2부 심리로 11일 오전 열린 2차 공판에서 최 씨 변호인 이경재 변호사는 최 씨에 대한 검찰의 진술서 증거 채택에 부동의하며 “최 씨 소환조사 과정에서 검찰이 피의자 면담이라는 식으로 자백을 강요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조사 검사와 부장 검사가 ‘당신 같은 사람은 조사가 필요 없다’, ‘이러면 분위기가 달라진다’고 압박하며 질책성 훈계를 했다”고 덧붙였다.
이 변호사는 “입회 변호사는 이러한 조사에 응할 수 없다, 퇴실하겠다고 얘기했다. 그러자 조사검사와 부장검사가 오해라고 만류해 순조로운 조서 작성을 위해 그냥 있었다”며 “현장을 직접 목격한 변호인으로서는 피신조서 의견란에 ‘피의자가 2016년 10월 31일 체포 이후 열흘이 경과할 때까지 오전부터 심야까지 계속해서 조사받고 있어 피의자 진술 임의성에 문제가 있다고 완곡하게 기재했다. 이런 상황에서 작성된 진술은 임의성이 없다”고 덧붙였다. 검찰의 강요‧협박에 의해 작성된 진술 조서라 증거능력이 없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검찰은 목소리를 높여 “최 씨 수사 과정에서 ‘허위 진술을 계속한다면 조사 받을 필요 없다. 사실만 말하라’고 언급한 적은 있지만 분위기 운운하며 자백을 강요한 적도 없고 최 씨가 자백을 한 적도 없다”고 맞섰다.
검찰은 “피고인 측 변호인이 최 씨의 4회 피신과 기소 후 작성된 진술 조서 두 가지 부분에 대해 언급했다. 변호인은 두 조서의 내용을 합쳐서 잘못됐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조서 전반에 걸쳐 피고인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부분을 여러차례 수정한 부분에 대해 문제 삼고 있다”고 덧붙였다.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도 증거물을 놓고 검찰과 신경전을 벌였다. 안 전 수석 측은 “수첩은 압수수색 과정에서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라며 내용을 모두 부인한다“고 말했다. 수첩 외에도 안 전 수석 측은 통화녹음파일 등도 앞서와 같은 이유로 증거채택에 부동의했다.
청와대 재임시절 안 전 수석은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사항을 자신의 업무수첩에 꼼꼼하게 기록했다. 검찰은 총 17권(510쪽) 분량의 수첩을 확보했으며, 안 전 수석과 최씨, 박 대통령의 혐의를 밝힐 구체적인 증거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검찰은 “안 전 수석 자신이 직접 펜을 들고 대통령 지시사항을 받아적었다고 진술했던 수첩을 법정에선 받아들이지 못한다고 한다”며 “안 전 수석 측의 주장의 목적은 하나로 보인다. 대통령에게 불리한 증거가 제출되는 걸 막고, 동시에 열리고 있는 탄핵심판을 지연하겠다는 의도”라고 주장했다. 이어 “최 씨 변호인이 수첩감정을 주장하더니, 안 전 수석은 수첩을 부동의한다. 이런 조직적인 대응의 배후에는 대통령이 있다고 볼 수 있다. 무엇이 두렵냐”고 맞섰다.
한편, 앞서 1차 공판에서 재판부가 미르·K스포츠재단 강제모금 혐의에 대한 증거조사를 먼저 실시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정 전 비서관은 이날 재판에 출석하지 않았다.
문상현 기자 moon@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