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 결과 8일 밤 10시 52분 무렵 편의점에 들어간 A 씨는 손님처럼 진열대를 둘러봤다. 그리고 야간 근무 중인 편의점 업주 B 씨(33)를 구석으로 불러내 흉기로 찔렀다. 이후 그는 계산대에 있는 20만 원 상당의 현금을 챙기고 편의점에서 나왔다. 편의점 구석에서 살해당한 탓인지 발견 및 신고가 늦어졌다. 50분 뒤 B 씨는 편의점 내 창고 앞에서 쓰러진 채 손님에게 발견됐지만 이미 숨진 상태였다.
범행 시각과 도주 시각 사이인 약 1시간 동안 A 씨는 자택에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인천 계양경찰서 관계자는 A 씨가 범행도구인 과일칼을 집에 뒀으며, 범행 당시 신었던 슬리퍼 대신 운동화로 갈아 신는 등 도망갈 채비를 했다고 전했다. 8일 밤 11시 58분 무렵 범행 장소 근처 한 아파트 인근에서 A 씨는 차고 있던 전자발찌를 훼손했다. 그리고 9일 자정 무렵 인근 사거리 횡단보도에서 택시를 타고 도주했다.
경찰은 A 씨의 얼굴 사진과 옷차림을 공개했으며, 제보를 요청했다. 그리고 CCTV 등을 토대로 그의 동선을 추가로 추적했다. 확인 결과, A 씨는 9일 새벽 3시 1분 무렵 경기 부천 상동에 있는 한 사거리에서 또 다른 택시를 탑승했다. 그리고 택시나 도보로 부천 소사동, 소사본동, 역곡동 일대를 배회한 것으로 밝혀졌다. A 씨가 부천 소재 한 모텔로 들어간 걸 확인한 경찰은 잠복 수사를 거쳐 A 씨가 머물고 있는 객실을 특정했다. 10일 오전 6시 30분 무렵 A 씨는 잠든 상태였으며 별다른 저항 없이 체포됐다.
법조계와 경찰에 따르면 A 씨는 청소년 때부터 상습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밝혀졌다. 2007년 16세였던 당시 오토바이를 훔쳐 무면허운전을 해 절도죄 등 혐의로 처음 소년보호처분을 받았다. 이후 특수절도 등 각종 범행을 한 끝에 소년원에 복역한 전력도 있다.
2011년 소년원 임시 퇴원 한 달 만에 특수절도 및 특수강도 등 범행 5건을 저질렀다. 같은 해 7월 해당 혐의로 광주지법에서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 받았으며 2014년 5월에 가석방됐다. 그러나 출소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또 범죄를 저질렀다. 2014년 7월 18일 밤 10시 22분 무렵, 인천 부평구의 중고명품 매장(잡화점) 점주(40대 여성)를 흉기로 찔러 전치 6주의 상해를 입히고 80만 원을 훔쳐 달아났다. 강도상해 혐의로 또 다시 검거된 A 씨는 법정에서 징역 7년에 출소 후 전자발찌 10년 부착형을 선고받았다.
#범행 동기는 ‘생활고’
경찰 관계자는 A 씨의 범행 동기에 대해 “경제 형편이 안 좋아서 범죄를 저지르게 됐다”고 밝혔다. 2021년 12월 출소 이후 경범죄를 저질렀거나 재범 징조가 있었는지는 확인된 바가 없다고 밝혔다.
A 씨가 최근까지 방문했던 PC방 업주와 직원들은 범행 사실에 깜짝 놀란 반응이었다. 해당 업주는 A 씨에 대해 “가끔 PC방에 방문해 구석진 곳에 앉아 음료수만 시켰다”고 회상했다. A 씨가 난동을 부리거나 소란을 일으켜서 경찰에 신고한 적이 있었는지 질문했으나 “그런 일 없이 조용히 이용했다”고 전했다.
경찰은 A 씨를 상대로 정확한 범행 동기와 전자발찌 훼손 경위 등을 조사한 뒤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그리고 A 씨가 피해자 B 씨와 일면식이 있었는지 등도 조사할 예정이다.
노영현 기자 nogoon@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