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재일 국회 윤리특위 위원장은 5월 30일 국회에서 열린 전체회의 후 “김남국 의원 징계안을 윤리특위 자문위원회에 회부하기로 했다”며 “자문위 기간은 한 달로 하되 국민적 관심이 큰 만큼, 한 달이 지나지 않더라도 가급적 빠른 시간 내 의견을 줄 수 있으면 달라는 내용을 첨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윤리특위 여야 의원들도 ‘신속 징계’에 한 목소리를 냈다. 여당 간사 이양수 의원은 “김 의원이 탈당 이후 열흘이 넘도록 회의에 불참하는 등 꼼수로 대응하고 있다”며 “국회법과 윤리강령 등을 현저히 위반한 김 의원의 징계안은 빠르게 진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야당 간사 송기헌 의원도 “윤리위를 통해 실질적으로 더 빠르게 (징계 결정)되기를 희망한다”며 “불필요하게 결정이 지연되면 윤리위뿐만 아니라 국회 전체가 비난받을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윤리특위는 자문위의 의견을 들은 후 소위원회와 전체회의를 거쳐 징계를 정한다. 이 징계안은 국회 본회의에서 최종 의결된다. 여야가 조속한 처리에 뜻을 모은 만큼 오는 7월 국회에서 김 의원 징계안 표결이 이뤄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김 의원 징계는 공개회의에서의 경고, 공개회의에서 사과, 30일 이내 출석정지, 의원직 제명 등으로 결정된다. 징계안은 본회의에서 ‘재적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의원 과반 찬성’으로 가결된다. 다만 ‘의원직 제명’은 가결 조건이 더 높아, 본회의에서 재적의원 3분의 2(200명)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자료에 따르면 1948년 제헌국회부터 지난 20대 국회까지 징계안은 총 352건이 발의됐지만, 그 가운데 277건이 폐기됐다. 5건 중 4건(78.69%)은 심사조차 제대로 하지 않은 채 폐기한 셈이다. 징계안 철회도 46회에 달했다. 국회 본회의에서 징계 여부가 판단된 경우는 29건이었다. 그중에서도 본회의 부결이 15건, 윤리위반 통고 8건이었다. 실제 가결된 징계안은 6건으로 1.70%에 불과했다.
이번 21대 국회에서도 38건의 징계안이 올라왔다. 가장 많은 징계안이 윤리특위에 회부된 의원은 장경태 민주당 최고위원으로, 총 3건이다. 국민의힘 조수진 최고위원, 민주당 윤호중 김의겸 의원, 무소속 김남국 의원이 2건이다.
민주당에선 이재명 대표 박광온 원내대표 노웅래 김용민 민형배 신현영 의원이, 국민의힘에선 정진석 전 비대위원장 권성동 전 원내대표 태영호 전 최고위원 박덕흠 유상범 배현진 의원 징계안이 올라와 있는 상태다. 하지만 이 징계안은 모두 윤리특위에 계류만 돼 있는 상태다.
21대 국회 때 유일한 징계 가결 사례는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건이다. 김 대표는 2022년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 당시 대치 과정에서 야당 의원이 맡고 있던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석을 점거해 회의 진행을 방해했다는 이유로 30일 국회 출석정지 처분을 받았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횡포라며 반발했지만, 징계안은 찬성 150표·반대 109표로 통과됐다.
실제 정치권 안팎에서는 ‘의원직 제명’ 등 중징계 가능성이 거론된다. 현재 국민의힘 의석은 113석으로, 본회의 가결을 위해서는 민주당 측에서 80표가 넘는 찬성표가 나와야 한다. 민주당 입장에서도 김 의원을 마냥 보호할 수는 없어 고심에 빠져 있다. 김 의원이 당에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징계 전 자진사퇴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김 의원이 중징계까지 받을 사안이냐는 반론도 있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김 의원이 상임위 중에도 코인 거래를 한 것이 사실이라면 잘못한 것이 맞다. 하지만 현행법에서는 암호화폐와 관련한 법률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 현재 김 의원 징계안도 국회법상 품위유지 의무 및 의원 윤리실천규범 위반 등이다. 이는 해석의 영역을 포함하고 있어 징계를 내리기 모호한 면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여론이 나쁘니 중징계를 내린다는 것은 과하다”고 꼬집었다.
민주당 또 다른 관계자는 “박덕흠 의원의 경우 2020년 국회의원 지위를 남용해 가족 회사가 피감 대상 국가·공공단체와 계약을 맺고 재산상 이득을 취할 수 있도록 했다는 이해충돌 논란으로 당시 전국민적 분노를 불러일으켰다. 결국 박 의원은 국민의힘을 탈당하고, 윤리특위에 징계안까지 올라갔다. 그런데 박 의원 징계안은 여전히 윤리특위에 계류 중이다. 국민의힘에 조용히 복당까지 했다”며 “김 의원 징계안만 신속히 중징계 처리하는 게 형평성에 맞는지는 의문”이라고 전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