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당장 대한변협과의 소통 가능성은 전무하다. 특히 대한변협은 ‘문제가 될 만한 부분이 있는지 로톡을 예의주시하겠다’는 입장이다. 법무부의 징계 철회 결정을 상세하게 살펴보면 대한변협에 주어진 징계권이나 규정은 모두 인정했기 때문이다. 이번 징계 철회 결정도 ‘헌법재판소 판단을 앞두고 있었던 상황’을 이유로 삼았지 대한변협의 징계권을 건드리지 않았다. 대한변협은 징계를 당장 재추진하지는 않지만, 로톡이 법무부에서 제시한 기준에서 벗어나는 사업 모델을 추진할 경우 언제든 문제를 제기하겠다는 입장이다.
9월 26일 법무부는 변호사징계위원회를 열고 로톡을 이용한 변호사 123명에 대한 대한변협의 징계 처분을 모두 취소했다. 로앤컴퍼니가 2014년 출시한 로톡과 대한변협 사이의 갈등이 일단락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 이유다. 변협은 그동안 로톡이 사실상 ‘온라인 사무장’ 역할을 한다며 형사 고발 등 잇따라 문제를 제기했었고, 징계 규정까지 손봐가며 로톡 회원으로 활동한 변호사들에 대해 징계를 결정했었다. 법무부가 이런 징계 결정을 취소한 것이기에, ‘로톡 승’이라는 평가가 쏟아졌다.
하지만 대한변협의 해석은 사뭇 다르다. 법무부로부터 ‘징계권을 인정받았다’고 이번 판단을 해석하고 있다. 실제로 대한변협은 법무부 결정이 나온 9월 26일 저녁, 회원(변호사)들에게 보낸 문자에서 “로톡 가입 변호사에 대한 징계를 취소하면서도 로톡의 영업 형태가 대한변협 광고 규정에 위반됨을 확인했다”며 “회원 여러분께서는 첨부한 자료를 참고하시고, 광고 규정을 준수하여 주시기 바란다”고 입장을 내놓았다.
법무부에서 징계를 취소한 이유가 ‘불법이 아니’라는 게 아니라, ‘헌재 심사 진행 중’이었기 때문이다. 법무부 변호사징계위원회는 보도자료에서 “로톡 서비스가 일부 규정에는 위반된다고 판단했다”고 적시한 뒤 “로톡에 가입한 변호사 중 120명은 위헌성에 대해 헌법재판소의 심사가 진행 중이었던 점을 고려해 혐의없음 결정(징계 취소)을 했다”고 설명했다.
심지어 로톡의 마케팅 및 홍보 방식 가운데 몇 가지를 문제 삼았다. 변호사징계위원회는 로톡의 사업 모델 중 △변호사 광고비 구간이 과도하게 넓은 점(0원부터 최대 월 2750만 원까지) △유료회원 변호사를 ‘Active Lawyers’(적극적인·활동적인 변호사), ‘Plus Lawyers’(플러스가 되는·이점이 있는 변호사)로 표시하는 점 △광고비를 낸 변호사를 목록 상단에 우선 노출하면서도 ‘광고’ 표시는 최상단에 한 번만 표시하는 점 △소비자가 보기에 광고비를 많이 낸 변호사를 유능한 변호사로 인식되도록 하는 점 △광고비를 많이 내고 후기를 많이 축적한 변호사가 플랫폼 내 입지를 선점해 사건 수임 기회가 편중될 우려가 있는 점 등을 지적했다.
또 온라인이나 오프라인에서 ‘법률고민 처음부터 로톡하자’, ‘법률문제는 로톡에 물어보세요’, ‘15분 만에 사건 진단 로톡’ 등 로톡을 내세운 문구를 사용한 것도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적시했다.
#로톡 “3년 안에 유니콘 기업 될 것”
법무부의 ‘당근’(징계 취소)과 ‘채찍’(개선 권고 사항)을 받아든 로톡 운영사인 로앤컴퍼니도 10월 4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향후 전략을 제시했다. 김본환 로앤컴퍼니 대표는 “법무부의 개선 권고 사항을 적극 수용해 법률 플랫폼의 모범이 되겠다”며 “서비스 고도화와 인공지능(AI) 기술에 기반한 신규 서비스 개발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 전사적 역량을 투입해 3년 안에 유니콘 기업이 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법무부가 제기한 문제제기 및 수정사항을 전부 수용하겠다는 게 일단 로톡의 입장이다. 광고비에 따라 회원 명칭이 달라지고, 상단에 노출되는 구조도 바꾸겠다고 했다. 광고비 적정 범위도 법무부와 협의해서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법무부의 네이버 등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한 바 있던 경쟁사들도 로톡에 준하는 규제 가이드라인을 따라야 한다고 강조한 것이다.
차별화 전략으로 AI를 제시했다.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향후 리걸테크를 선도하는 기업이 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김 대표는 “앞으로는 AI를 쓰는 변호사가 AI를 쓰지 않는 변호사와 경쟁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고, 동석한 안기순 이사는 “법무영역에 특화된 AI를 이미 개발했고 앞으로 더 활용할 것이다. GPT를 통해 고도화 전략에 나설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징계 취소 결정을 이끌어낸 만큼 회원 가입 변호사 확보에도 나설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날 로톡은 청년 변호사 저변 확대를 위해 개업 후 첫 6개월 동안 로톡에서 무료로 광고할 수 있게 하고, 연 매출액의 3%를 법률 소외계층의 법률 상담 지원에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법무부 결정 후에도 대한변협의 ‘대화할 생각이 없다’는 입장이 여전한 것처럼, 로톡 역시 ‘소통 가능성’에 대해 부정적으로 답했다. 로톡 측은 “법무부의 조치 후 변협과 소통한 것이 없다”며 “당장이라도 만나자는 의사를 밝혔으나 변협은 별다른 답변이 없었기에 당장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대한변협도 무료로 사건 의뢰인과 변호사를 연결해주는 ‘나의 변호사’를 2022년부터 론칭해 운영 중인데, 서비스도 더 확대할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 의뢰인과 변호사를 무료로 연결해주는 서비스를 통해 로톡을 대체하겠다는 계획이다. 로톡의 사업 모델이 ‘차별화’가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오는 지점이다.
한 소형 로펌 대표 변호사는 “변호사가 필요한 의뢰인보다, 신입 변호사가 더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시장이기에 ‘소개 플랫폼’이 돈이 될 수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며 “이제 고삐에서 풀린 로톡이 어떤 변화된 사업 모델을 내놓고 이에 대해 대한변협이 어떤 스탠스를 취할지, 또 자본력이 있는 네이버 등 대기업들이 이 시장에서 어떻게 수익성을 얻으려고 할지 지켜봐야 할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서환한 객원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