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올해 초 “2년 내 뉴욕에서 LA에 있는 차를 휴대폰으로 부를 수 있을 것”이라고 공언했다. 이를 위해서는 이동통신망이 잘 갖춰져 있어야 한다. 사진은 ‘모델X’ 프레젠테이션 모습. 로이터/뉴시스
이를 두고 해석이 분분하다. 전기차 불모지인 한국 진출이 가능하냐는 것에서부터 제주도에서의 판매를 염두에 두고 지난해 11월 한국법인(Tesla Korea Limited) 설립등기를 마쳤다는 얘기도 있다. 그러나 전기차 불모지라는 말은 거꾸로 얘기하면 경쟁자가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중국은 워런 버핏이 투자한 전기차업체 비야디(BYD)가 있고, 일본은 닛산 리프를 비롯해 친환경차 기술의 선도국이다. 다만 그 속내는 테슬라만이 알 뿐이다.
포커스를 ‘자동차’에서 ‘IT’로 바꾸면, 테슬라의 의도를 짐작해볼 수 있다. 테슬라가 국내 통신사를 접촉한 것은 LTE 기술을 자동차에 접목하는데 최적의 장소가 한국이기 때문이다. 평소에는 당연한 것처럼 여겨지지만, 해외여행을 가보면 한국의 이동통신이 얼마나 잘 되어 있는지 새삼 실감한다. 필자 또한 미국, 일본, 중국 등 자동차시장 규모가 큰 나라들을 여행할 때 ‘데이터 로밍’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 쓰던 것에 비해 불편함을 느낀 때가 많았다. 연결이 잘 안 되는 경우도 많고, 속도 또한 더뎠다.
왜 테슬라에게 IT 기술이 중요할까. 이는 테슬라의 주력제품인 ‘모델S’의 실내만 보면 알 수 있다. 일반적인 내연기관 자동차의 센터페시아 위치에 17인치 대형 터치스크린이 설치돼 있다. 모델S에 탑승하면 아날로그적인 자동차를 전혀 느낄 수 없고, 마치 우주선 조종석에 앉은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디지털화되어 있다. 모델S는 SIM카드가 장착돼 이동통신사 무선망과 연결된다. 휴대폰처럼 펌웨어를 무선으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 휴대폰처럼 하드웨어는 고정적이고, 소프트웨어를 통해 진화하는 방식이다.
테슬라모터스의 주력 제품인 모델S의 실내. 센터페시아에 17인치 모니터가 자리하고 있어 자동차라기보다는 IT제품처럼 느껴진다. 테슬라모터스는 고속도로에서 장거리 자율주행이 가능한 오토파일럿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테슬라는 ‘자동차계의 애플’이라 불릴 정도로 혁신적인 전기차를 선보이고 있지만, 자율주행 기술에서는 구글, 애플에 뒤지고 있다. 구글은 이미 2014년 ‘구글카’를 선보이며 상용화를 추진하는 단계까지 나아가고 있다. 애플 또한 비공개로 진행 중인 자율주행차 기술이 상당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테슬라는 자율주행의 전단계인 ‘오토파일럿’ 기술을 지난해 10월 선보인 바 있다. 이 기술은 차선 자동 변경, 속도조절이 가능하다. 그러나 아직 무인자동차를 테스트하지는 못하고 있다.
구글과 애플은 스마트폰 소프트웨어를 선도하는 회사라는 공통점이 있다. 테슬라 전기차는 상당한 디지털화를 이루고 있지만, 아직은 하드웨어가 중심이다. 창업자인 일론 머스크의 성향을 볼 때 차세대 먹거리인 자율주행차 기술이 욕심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자율주행차 기술이 무르익는다면, 테슬라가 주도권을 가지지 말란 법도 없다.
테슬라는 2010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프레몬트의 토요다 공장을 4200만 달러에 매입해 모델S 양산 체제를 갖췄다. 2008년 테슬라가 최초로 내놓은 전기차 ‘로드스터’는 1000여 대가 팔린 뒤 단종됐지만, 2012년 판매를 시작한 모델S는 2014년에만 3만 5000대를 판매했다. 자율주행차가 기술적·법률적으로 허용이 된다면 테슬라가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결합이 최적화된 차를 발 빠르게 내놓을 여건을 갖추고 있다.
일론 머스크는 지난 1월 10일 한 세미나에서 “2년 내 자율주행 방식으로 뉴욕에서 LA에 있는 차를 부를 수 있다”며 “차는 휴대폰을 이용해 소환될 것이며, 전화기를 통해 차와 통신하게 되면 차는 위치를 감지해 이동을 시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거리 운전 시의 충전 문제에 대해서도 “차 스스로 충전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머스크가 ‘뉴욕에서 LA까지’라고 언급한 부분을 눈여겨봐야 한다. 공개된 구글카는 저속전기차로 시속 40㎞의 속도제한을 갖고 있다. 즉 고속도로 운행은 불가능하다. 고속도로를 운행하기 위해서는 시속 100㎞ 이상의 속도에서도 자율주행이 가능해야 한다. 따라서 고성능 전기차 기술을 보유한 테슬라가 유리하다. 지난해 10월 테슬라가 공개한 ‘모델D’는 2개의 모터를 장착해 정지 상태에서 시속 60마일(96㎞/h)로 가속시키는 시간이 3.2초에 불과할 정도로 고성능이다. 가속력만 따져보면 거의 람보르기니급이다. 그럼에도 가격은 1억 2800만 원에서 시작한다. 2억 원이 넘는 고성능 가솔린엔진 스포츠카보다도 저렴한 편이다.
머스크의 말대로라면 뉴욕 톨게이트에서 LA 톨게이트까지만 자율주행을 해도 공약을 지킨 셈이 된다. 고속도로에서는 보행자가 없기 때문에 자율주행 기술이 구글보다 떨어지더라도 주행성능이 뒷받침되면 화제를 불러 모으기에 충분하다. 또한 이동통신이 잘 발달돼 있다면 자동차에 장착된 카메라를 통해 실시간으로 자동차를 운전하듯 제어할 수도 있다. 자율주행이라 하더라도 충전을 위해 휴게소에 들를 때는 휴대폰으로 충전기를 지정하고 ‘도킹’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구글은 2014년 ‘5년 내 상용화 추진’을 얘기했고, 테슬라는 ‘2년 내 장거리 자율주행’을 언급했다. 이들의 전략을 비교하며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울 듯하다.
한편 테슬라와 KT의 접촉은 충전소 확보와 연관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KT는 전기차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전국 KT 지사와 공중전화 부스를 전기차 충전시설로 바꾸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만약 이 같은 계획이 현실이 된다면, KT는 2009년 아이폰 전격 도입으로 통신판을 흔든 것처럼 장기적으로 자동차시장의 주도권을 장악할 수도 있을 것이다.
우종국 자동차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