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격호 총괄회장 후견인 지정, 신동빈 ‘원톱체제’ 사실상 마지막 퍼즐
-신동주 “5월 16일로 입원 연기 신청” ···6월 주총서 마지막 반전 노려
-신정숙 “신동주 접근금지 신청 고민”···롯데 오너가 ‘신동빈 체제’ 가동
롯데그룹 경영권 갈등으로 ‘형제의 난’을 벌이고 있는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형·왼쪽)과 신동빈 롯데 회장(동생·오른쪽). 업계는 부친 신격호 총괄회장(가운데)의 후견인 지정 여부와 상관 없이 신동빈 회장의 압승을 예상하고 있다.
[일요신문] 롯데그룹의 골육상잔 막장드라마가 종영을 앞두고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바로 ‘형제의 난’으로 갈등을 빚고 있는 롯데가 두 왕자 간의 ‘경영권 다툼이야기’다. 지난 3월 도쿄에서 열린 롯데홀딩스 임시 주주총회에서 형인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제기한 동생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이사직 해임 등에 대한 안건이 부결됐다. 이로써 신동빈 회장은 지난해 8월 17일 주총 때 첫 번째 형제간 표 대결에서 완승한 데 이어 주주들의 확고한 지지를 재확인하게 됐다. 결국 롯데그룹이 신동빈 ‘원톱체제’로 운영될 것임을 대내외적으로 공표한 셈이다.
여기에 신격호 총괄회장의 여동생이자 두 왕자의 고모인 신정숙 씨가 지난해 12월 신 총괄회장의 정신건강 등을 지적하며, 성년후견인 지정을 신청해 감정을 위한 입원 절차를 남겨두고 있다. 신 총괄회장이 고령으로 판단력에 문제가 있다는 주장인데, 후견인 지정 판결시 경영권 분쟁은 신동빈 회장의 승리로 사실상 종결된다. 신 전 부회장의 가장 큰 편이 사라지는 것이다. 최근엔 신 총괄회장의 장녀이자 신동빈 회장의 누나인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이 공식적인 롯데그룹 오너가 행사에 함께 등장해 당초 아버지와 신동주 전 부회장 편에 섰다가 신동빈 회장 지지로 돌아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신 이사장도 신 총괄회장의 성년후견인 지정 심리에서 신동빈 회장과 기본적으로 같은 입장을 보이고 있다.
# 고성낙일(孤城落日) 신격호-신동주 부자
신격호 총괄회장은 그룹의 전통성과 상징적 의미를 갖고 있는 계열사인 롯데제과, 롯데호텔 등의 대표이사에서 40여 년만에 물러나면서 사실상 ‘신격호시대’ 대단원의 막이 내린 형국이다. 더구나 최근엔 건강 역시 좋지 않아 입지가 좁아졌다. 자신 역시 신춘호 농심 회장과 형제의 난을 겪으며, 탁월한 경영성과를 내세워 그룹의 총수가 되었지만 말년에 형제간 다툼을 지켜보고 정신감정까지 받아야 할 처지에 놓였다.
신동주 전 부회장의 사정은 더 심각해 보인다. 오는 6월 예정된 롯데홀딩스 주총에서 사실상 반전을 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종업원지주회의 마음을 얻어 경영 일선 복귀와 경영권 분쟁을 다시 원점으로 돌리겠다는 생각이다. 신 전 부회장 측은 “현 경영진에 의한 부당한 압력 없이 공정한 의결권이 행사되고 회원들의 이익이 실현될 수 있도록 종업원지주회 이사장, 이사진 및 현 경영진에게 계속 촉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경영일선에서 지지는커녕 아버지인 신 총괄회장의 집무실을 사실상 관리하며 입원 절차를 지연시키는 등 그룹 전체 이미지에 악영향만 끼치고 있다는 비난이 쇄도한 상황에서 이마저도 여의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의 결정타는 신 총괄회장의 후견인 지정 문제가 될 것이라는 게 지배적인 분석이다.
신 전 부회장 측인 SDJ코퍼레이션은 이에 부담을 느꼈는지 지난 4월 26일 “신 총괄회장의 거부 의지가 강해 일단 법원의 허락을 얻어 입원 일자를 연기하고자 기간 연장을 신청했다”며 5월 16일로 연기 신청을 법원에 제출했다. 신 총괄회장 측은 “감정은 받아야 하나 본인은 정신에 문제가 없다며, 정신검사를 받는다는 것에 크게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에 후견인 지정 신청인인 신정숙 씨 측은 입원에 동의하는 의견서를 제출한 뒤 “합의된 사안을 시일이 지나서야 입원할 수 없다고 한다. 신 전 부회장 측이 계속 신 총괄회장의 입원을 거부하면 임시후견인 지정 등 다른 방법을 강구하겠다”며 신 전 부회장의 ‘버티기’ 의혹을 지적했다. 또한, 경우에 따라 신 총괄회장 근처에 신 전 부회장 측을 접근 금지 신청할 뜻을 내비치기도 했다.
재판부는 필요성이 인정되면 정신감정 없이도 임시후견인을 정할 수 있다. 임시후견인은 재판이 끝날 때까지 신 총괄회장의 법적 대리인 역할을 하게 되는데, 재판부는 판단에 따라 임시후견인에게 신 전 부회장 측이 신 총괄회장에게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는 권한을 줄 수도 있다. 계속 입원을 거부한다면 법원이 가사조사관을 보내 신 총괄회장의 정신 상태를 파악하게 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 신동빈 ‘원톱체제’ 구축 불구 신격호 경영가계도 재편 불가피
신동빈 회장은 호텔롯데(왼쪽) 상장과 롯데월드타워(오른쪽) 완공에 사활을 걸고 있다. 가운데 사진은 신동빈 회장과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업계 측은 ‘후견인 지정’에 상관없이 신 총괄회장 체제가 사실상 막을 내리고 신동빈 체제가 이미 가동 중이라고 입을 모은다. 앞서 언급된 신정숙, 신영자는 물론 신유미 호텔롯데 고문 등 롯데그룹 오너가가 암묵적으로 신동빈 회장을 인정했다는 것이다.
신동빈 회장 역시 경영권 분쟁보다는 상반기 호텔롯데 상장 등을 앞두고 롯데그룹의 대내외 입지 다지기에 앞장서고 있다. 당장 코앞으로 다가온 면세점 영업권에도 사활을 걸고 있다.
지난 두 번의 임시주총에 이어 6월 일본 임시주총을 마무리하는 대로 롯데그룹 계열사들의 기업공개와 잠실 롯데월드타워 완공, 지역 상권 활성화 등 롯데그룹의 투명한 운영과 경영권 분쟁으로 악화된 그룹이미지를 개선하는 데 전력 투구할 계획이다. 또한 자신의 ‘일본 이미지’ 지우기 등에도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이로써 해를 넘겨 지속됐던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은 사실상 신동빈 회장의 압승으로 끝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하지만 지난 4월 25일 아버지인 신 총괄회장의 정신감정 입원 시일에 “사람중심 기업문화를 만들자”며 롯데 인적 포럼에 참석한 신동빈 회장의 모습은 왠지 씁쓸해 보였다. 마치 일본기업이 아님을 강조하기 위해 건물에 내걸었던 태극기처럼 말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신동빈 원톱체제로 형제의 난으로 불리던 경영권 분쟁이 사실상 종결된 것처럼 보이지만, 이 과정에서 그동안 신격호 회장이 다져온 경영가계도의 재편이 불가피한 만큼 새로운 경영권 쟁탈전이 벌어질 조짐이 있다”면서 “오너가 내부가 계열사 경영을 두고 편바꾸기 등 갈등과 불만이 표출되었듯이 롯데그룹의 막장드라마 속편이 나오지 말란 법이 없다”며 롯데가의 골육상잔이 끝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서동철 기자 ilyo100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