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SM5 구매자의 95% 이상이 자동변속기를 선택했다”는 것이 르노삼성 관계자가 밝힌 이유였다. 값비싼 고급 스포츠카도 아닌데 5%의 고객을 위해 수동변속기를 만들기에는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는 의미다.
수동변속기는 수요가 점점 사라져 최근에는 준중형 이하 차량에서만 볼 수 있다.
이후 국내 자동차들에서 수동변속기 모델은 점차 사라져갔다. 현대·기아차처럼 점유율이 높은 업체조차 준중형 이하에서만 수동변속기 선택이 가능하다. 저가 차량에서 수동변속기 차량은 150만 원 정도 싸기 때문에 업무용으로 구매할 때 이점이 있다. 그러나 중형차 이상을 구매하는 고객층에서는 자동변속기 비용을 아끼기보다는 안락함과 편의성을 추구하는 성향을 보여 수동변속기 선택 비율이 더욱 낮아진다.
기술적으로 변속기는 수동변속기(MT: Manual Transmission), 자동변속기(AT: Automated Transmission), 듀얼클러치 자동변속기(DCT: Dual Clutch Transmission), 무단변속기(CVT: Continuous Variable Transmission)로 나눌 수 있다.
#수동변속기(MT)
수동변속기의 최대 장점은 가격이 싸다는 점이다. 아반떼의 경우 자동변속기를 선택하지 않으면 147만 원 싸게 구매할 수 있다. 경우에 따라 다르지만 수동변속기는 운전자의 의도대로 변속이 가능하기 때문에 마니아 수준의 운전자라면 모를까, 그렇지 않다면 오히려 운전을 어렵게 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과거에는 연비가 좋다는 점도 수동변속기의 장점으로 꼽혔으나 최근엔 수동변속기와 자동변속기의 연비에 큰 차이가 없고, 심지어 DCT(추후 설명함)는 수동변속기보다 연비가 더 좋다.
수동변속기의 최대 단점은 자동차를 처분하고 싶을 때 좋은 가격을 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사려는 사람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신차 구매 시 147만 원은 찻값의 8% 정도지만 중고로 팔 때는 시세 대비 더 큰 폭의 가격 차가 발생한다. 중고차 거래 사이트를 보면 수동변속기 모델은 꽤 오랫동안 안 팔리고 있음을 심심찮게 확인할 수 있다.
현재 세단 종류에서 수동변속기 선택이 가능한 모델은 현대차 아반떼, 벨로스터, 액센트, 기아차 K3, 쏘울, 프라이드, 모닝 정도다. 현대·기아차가 1.6ℓ 가솔린 엔진에만(터보 일부 포함) 대응 가능한 수동변속기를 생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같은 차종에 들어가는 1.6ℓ 디젤 엔진에는 듀얼클러치 변속기(DCT)를 장착하고 있어 ‘디젤엔진+수동변속기’는 선택 불가다.
#자동변속기(AT)
대개 ‘자동변속기’라 하면 수동변속기의 반대말처럼 쓰이지만 기술적으로 세분화하면 ‘토크 컨버터’와 ‘유성기어’가 있는 전통적인 방식의 자동변속기를 뜻한다. DCT나 CVT도 자동변속기라 할 수 있지만 별도로 분류하는 분위기다.
과거 수동변속기와 동일한 구조를 지니고 전기적으로 조작되는 AMT(Automated Manual Transmission)도 있었지만, 지금은 유성기어(planetary gear) 방식의 AT가 대부분이다. AMT에 비해 AT는 부드러운 변속이 가능하다. 특별히 DCT, CVT를 언급하지 않고 ‘AT’ 또는 ‘자동변속기’라고 돼 있으면 유성기어 방식을 뜻한다.
자동변속기는 한때 고(高)단화가 이슈였다. ‘메르세데스-벤츠가 후륜구동용 9단 자동변속기를 개발했다’는 뉴스가 나올 때 ‘다단화는 어디까지 가능한가’라는 궁금증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기아차 뉴 K7은 국내 최초로 ‘전륜구동형 8단’ 자동변속기를 채택했다.
최근에는 다단화 이슈가 수그러들었는데 이미 9단으로도 충분히 다단화가 이뤄졌고, 시장의 관심이 DCT로 쏠리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올해 초 출시된 기아차 뉴 K7은 국내 최초로 ‘전륜구동형 8단’ 자동변속기를 선보였다.
#듀얼클러치(DCT)
역사상 최신 기술의 클러치다. 일반적인 AT는 저단기어가 해제되고 고단기어가 결속되는 과정에서 회전력의 끊김이 생긴다. 반면 DCT는 홀수단과 짝수단의 기어를 분리해 1단에서 변속 시 미리 2단 기어가 대기하는 식이어서 변속 시 회전력이 ‘거의(전혀 없진 않다)’ 끊어지지 않는다. 국내에는 2009년 포르셰 911이 최초로 선을 보였다. 포르셰 방식은 PDK라고 부르는데, 이는 DCT와 동일한 의미의 독일어 약자다.
아반떼 스포츠 1.6ℓ 가솔린 터보엔진 사양의 경우 수동변속기 또는 DCT를 선택할 수 있다.
DCT가 시장의 관심을 끌면서 현대·기아차는 적극적으로 DCT 개발에 나섰다. 지금은 1.6ℓ 가솔린 엔진, 1.6ℓ 가솔린 터보 엔진, 1.6ℓ 디젤 엔진, 1.7ℓ 디젤 엔진에 적용하고 있다. 아반떼 스포츠 1.6ℓ 가솔린 터보엔진 사양에는 ‘수동변속기 또는 DCT’가 선택 가능한데, 연비를 비교하면 DCT가 수동변속기보다 우위일 정도로 효율적이다. 해외에서는 최고급 스포츠카에도 DCT가 도입되고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국내에서 유일하게 DCT 모델을 도입하고 있는 현대·기아차는 향후 2000cc급 이상에서도 점차 DCT를 도입할 것으로 보인다.
#무단변속기(CVT)
한때 시장의 관심을 받았으나 DCT 이후 주춤한 기술이다. 수동변속기, 자동변속기, DCT는 모두 회전비율이 다른 기어를 조합하는 방식인 반면 CVT는 두 개의 회전축을 벨트로 연결한 것이다.
벨트는 고강도 직물과 금속으로 만들어져 있으므로 ‘끊어지지 않을까’라는 우려는 하지 않아도 된다. 변속 원리는 벨트가 걸리는 부위에 깔때기 2개를 마주보게 한 뒤, 깔때기 사이의 거리를 좁혔다 늘렸다 하는 방식이다. 깔때기 사이 거리가 멀면 벨트 회전 반경이 작아질 것이고, 깔때기 사이가 가까우면 회전반경이 커질 것이다. 연비가 높고, 변속 이질감이 없는 안정적인 승차감이 장점으로 꼽힌다. 대신 다이내믹한 운전의 재미는 없는 편이다. 최근 다이내믹을 추구하는 시장의 분위기 탓에 CVT는 관심에서 멀어지는 분위기다.
한때 경차 마티즈에 쓰인 CVT의 내구성이 논란이 된 적 있다. 한국GM이 되기 전 GM대우 시절이다. CVT로 유명한 기업은 닛산의 협력업체인 일본 자트코(JATCO)인데, 2년마다 열리는 서울모터쇼에서 자트코 부스를 가보면 CVT의 기술 발전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최근에는 CVT의 내구성이 뛰어나 3ℓ급 엔진의 중형차에도 끄떡없이 사용할 수 있다.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르노삼성 SM5가 CVT를 적용한 차다. 그러나 르노삼성은 위급인 SM7과 올해 출시된 SM6에 CVT를 적용하지 않았다. 닛산에서 출시한 알티마는 3.5ℓ급에 CVT를 적용하고 있다.
우종국 자동차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