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합니다(2015), 200×60cm, 캔버스에 오일.
Future Art Market-Artist 6
‘행복 바이러스 전하는 호랑이 그림’ 모용수
보고 있으면 웃음이 돋아나는 그림.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작가가 무얼 말하려고 하는지 알 수 있는 그림. 그래서 행복해지며 위안을 얻게 되는 그림. 모용수의 회화다.
동화 같기도 하고 우화 같기도 하며 민화적 감수성도 보인다. 이렇게 편안하고 쉬워 보이는 그림이지만 작가가 펼쳐낸 세계는 결코 만만치 않다. 인간사의 희로애락이기 때문이다. 이를 보통 사람들의 진솔한 정서에다 담아내는 작업이므로 쉬운 그림은 아니다. 그런데 보는 이들은 쉽게 읽고 행복까지 느낀다. 왜 그럴까?
모용수는 이런 경지에 오르기까지 부단히 연마했고 공부했으며 많은 시행착오도 겪었다. 그런 경험은 비단 작업에 국한된 것은 아니라고 본다. 결코 적지 않은 세월 동안 그림으로만 삶을 꾸린 그는 생활의 다채로운 풍파를 겪었다. 그 속에서 오롯이 그림만을 푯대 삼아 어려움을 극복했다. 그런 인생 경험은 보통 사람들의 삶을 고스란히 담아낼 수 있는 진솔한 정서로 발전했다. 따라서 그의 그림의 내용으로 등장하는 삶의 여러 장면은 자신의 생활이자 보통 사람들의 삶의 현장에서 비롯된 것이다.
사랑합니다(2016), 80×80cm, 캔버스에 오일.
모용수는 호랑이 작가로 알려져 있다. 그림 속 주인공으로 호랑이가 나오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호랑이’를 그리는 것은 아니다. 캐릭터로 창출한 모용수의 호랑이는 작가 자신이며 혹은 보통 사람들의 모습일 뿐이다.
대부분 남녀로 보이는 한 쌍이 출연하는데 여러 정황의 풍경 속에 있다. 포옹하거나 산책을 하기도 한다. 숲 속에서 서로를 부르는가 하면 길에서 반갑게 달려오기도 한다. 사랑의 모습이다. 드라마 같은 극적인 사랑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의 순정이 엿보이는 정경이다. 제스처가 아니라 진심이 묻어나는 사랑 이야기로 보이는 이유는 모용수 그림이 보여주는 회화적 힘 때문이다.
그의 그림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강한 색채다. 원색에 가까운 색채인데도 부드럽게 보인다. 파스텔톤으로 스며든 색채는 차분하게 가라앉아 우리를 그림 속으로 끌어당긴다. 왜 그럴까. 질감 때문이다. 평평하고 곱게 보이는 화면이지만 작가가 개발한 질감이 깔려 있다. 돌가루 등을 이용해 만든 질감은 단조롭게 보이는 넓은 면의 색채에 깊이감을 불어넣는 효과가 있다. 덕분에 강한 색감은 그대로 보여주면서도 속 깊은 화면을 연출할 수 있는 것이다.
평면화된 구성은 전통 민화에서 차용한 것으로 보인다. 단순해 보이지만 많은 이야기를 함축하고 있다. 그런데 편안해 보인다. 작가는 이런 느낌의 그림을 만들기 위해 부단히 연구하고 공들여 화면을 구성했다.
보통 사람들의 삶에서 추출한 정서를 우화적 구성으로 담아낸 모용수의 그림은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고 있다. 그래서 진솔한 그의 그림은 이 시대를 정직하게 살아가는 이들의 사랑을 받는 것이다.
전준엽 화가·비즈한국 아트에디터
전준엽은 개인전 33회를 비롯해 국내외에서 400여 회의 전시회를 열었다. <학원>, <일요신문>, <문화일보> 기자와 성곡미술관 학예실장을 역임했다. <화가의 숨은 그림 읽기> 등 저서 4권을 출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