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과 소액주주에 맞서 이재용 부회장 체제를 공고히 하려는 목적이지만, 이 과정에서 몇몇 계열사는 상당한 수혜를 볼 것으로 보인다. 지주체제에서는 고배당이 중요하다. 따라서 삼성전자는 물론 삼성물산, 삼성생명 등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기업들의 배당수익이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이재용 구속 상황에서 왜?
삼성전자는 이미 지난해 말 지주사 전환 검토 사실을 알리며 올 상반기 내에 방침을 밝히겠다고 공시했다. 그에 앞서서는 엘리엇매니지먼트 등 해외 주주들의 요구도 있었다. 그런데 왜 총수인 이재용 부회장이 구속된 엄중한 상황에서 이처럼 중대한 변화를 시도하는 걸까.
이 부회장은 부친인 이건희 회장 지분과 삼성생명, 삼성물산, 삼성화재 등을 통해 삼성전자 경영권을 행사하고 있다. 지분율로 따지면 19%가 채 안 된다. 반면 삼성전자 외국인 지분율은 51%에 달하며, 국민연금 9%를 비롯해 국내 기관물량도 15%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경영권 안정을 위해서는 주주총회 특별결의를 위한 최소 의결정족수(총 주식 수 3분의 1)가 필요하다는 게 일반적 견해다.
삼성서초사옥. 삼성전자가 지주사 전환 계획을 알리면서 삼성그룹 전체에 변화에 올 전망이다. 박정훈 기자
지주 전환 최대 장점은 발행주식의 12.79%에 달하는 자사주의 의결권 부활이다. 삼성전자는 최근에는 새로 매입하는 자사주를 소각, 발행주식 수 자체를 줄이고 있지만 이미 보유 중인 자사주는 소각하지 않고 있다. 이 자사주의 의결권이 되살아 나면 손쉽게 삼성전자에 대한 3분의 1 의결권 확보가 가능하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인적분할 과정에서의 ‘자사주 마법’이다.
재계 관계자는 “최근 정치권에서는 이 자사주의 마법을 규제하는 법안들을 내놓고 있다. 오는 5월 9일 대선 결과와 상관없이 국회에서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 삼성전자로서는 규제 강화 이전에 자사주 의결권을 되살려야 할 상황이다. 이 부회장의 신병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이라는 점에서도 지배구조 안정이 시급했을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어떻게
인적분할이 되면 삼성전자지주(가칭)와 삼성전자로 회사가 나뉜다. 두 회사의 주주 구성은 같다. 다만 기존 삼성전자의 자사주는 삼성전자지주로 넘어가고 의결권이 되살아 난다. 삼성전자지주의 삼성전자에 대한 지분율이 그만큼 높아지는 셈이다.
이어 삼성 특수관계인들은 삼성전자 지분 약 18%를 삼성전자지주에 현물출자하고 신주를 받는다. 삼성전자지주의 삼성전자 지분이 그만큼 높아진다. 삼성전자지주가 삼성전자보다 자산 규모가 작을 수밖에 없다. 삼성 특수관계자들의 삼성전자지주 지분율이 크게 높아진다. 요약하면 삼성 특수관계인의 삼성전자지주 지배력, 그리고 삼성전자지주의 삼성전자 지배력이 획기적으로 높아진다.
#삼성물산 등 비전자계열은?
삼성전자 지주전환은 전자 관련 계열사들이 삼성전자 아래로 정리된다는 뜻이다. 현행 지주사 규정은 지주사의 자회사 지분 의무보유비율이 상장사의 경우 20%다. 삼성전자가 전자 계열사 지분을 20% 이상 보유해야 한다. 현재에도 삼성전자 계열사들은 삼성SDI, 삼성전기, 삼성SDS 등 전자 관련 계열사 지분을 20% 이상 또는 20% 가까이 보유하고 있다.
문제는 이들 자회사들이 가진 계열사 지분이다. 자회사들이 가진 삼성물산, 삼성중공업, 삼성엔지니어링, 호텔신라, 에스원 등의 지분율은 20% 미만이다. 지주회사 손자회사의 증손자회사 지분 의무보유지분율은 100%다. 삼성전자의 자회사가 되면 다른 상장 자회사 지분을 모두 매각해야 한다. 상호출자제한에 해당되는 삼성물산을 제외하면 삼성전자지주가 매입하면 된다.
삼성의 실질적 지주사는 삼성물산이다. 삼성전자지주는 상호출자금지 때문에, 다른 계열사들은 순환출자 때문에 삼성물산 지분을 가질 수 없다. 삼성SDI와 삼성전기가 가진 삼성물산 지분은 이 부회장 등 총수 일가가 매입하거나 외부 우호세력에 처분할 것으로 보인다.
호텔신라, 에스원, 삼성중공업, 삼성엔지니어링 등 비전자계열사 지분은 삼성물산 아래로 집중될 것이란 전망도 있다. 어차피 삼성전자지주와 삼성물산이 합병해 ‘삼성지주’가 될 것이란 관측이 많다. 이에 따라 당장은 삼성전자지주는 전자계열사, 삼성물산은 삼성전자지주와 비전자계열사를 거느리는 구도가 유력하다.
중요한 관전포인트는 이 부회장과 여동생인 이서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물산 패션부문 사장이 보유 중인 삼성SDS 지분이다. 어떤 형태로든 그룹 지배력 강화에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주식매각보다 맞교환(sawp)이 유력하다. 삼성 측 부인에도 불구하고 삼성SDS가 쪼개져 삼성물산과 삼성전자에 합병될 것이라는 관측도 끊이지 않는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지주는 일정 시점에 삼성물산과 합병하면서 삼성지주가 탄생할 가능성이 높다. 중요한 게 총수일가 지분율인데 이 부회장 남매의 삼성SDS 지분이 중요한 고리다”라고 전망했다.
#마지막 단추, 금융지주는?
그런데 삼성물산과 삼성전자지주가 합병해 삼성지주가 출범하는 데 걸림돌이 있다. 금융부문이다. 금산분리 문제다.
삼성생명이 가진 삼성전자 지분은 7.55%다. 삼성전자가 인적분할하면 삼성생명도 삼성전자지주와 사업회사의 주주가 된다. 그런데 현행 법규상 보험사 등 금융회사는 계열사 지분을 15% 이상 보유하지 못한다.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분을 삼성전자지주에 현물출자하면 이 한도를 초과할 가능성이 크다.
최근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특별검사 수사 과정에서 삼성이 삼성생명 인적분할을 시도한 정황이 포착되기도 했다. 삼성생명을 인적분할하고 중간금융지주회사 제도가 허용되면 삼성전자 지분 처리가 수월하다. 하지만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삼성생명 인적분할이 지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중간금융지주는 당분간 논의조차 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삼성전자 인적분할 후 삼성생명이 보유지분을 어떻게 할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삼성물산도 보유 중인 삼성생명 지분(발행주식의 19.34%)을 처리해야 금산분리 규제를 피할 수 있다. 삼성이 이 부문을 어떻게 처리할지가 중요한 관전포인트다. 금융권 관계자는 “삼성생명 최대주주는 지분율 20.34%의 이건희 회장이며 자사주 비율도 10.22%에 달한다”며 “삼성생명 역시 향후 금융지주로 개편되려면 삼성금융지주와 삼성생명으로 인적분할이 필요한데 이 부회장이 부친 지분을 이어받고, 자사주만 활용해도 충분한 지배력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수혜주는?
삼성생명과 삼성물산은 삼성전자의 1, 2대 주주다. 지주체제가 되면 배당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 우선 수혜로 거론될 수 있다.
삼성생명과 삼성물산이 그룹 지배구조 유지를 위해 수익과 무관하게 들고 있던 계열사 주식이 현금화되거나 사업구조 강화에 사용될 수 있다. 하지만 현금화보다 맞교환 방식이 유력하다. 또 두 회사 모두 금융지주와 비금융지주의 정점이니만큼 지배구조를 정리하는 데 적잖은 현금이 필요하다. 자회사 주식 의무보유 비율은 비금융지주 20%, 금융지주 30%다.
삼성SDI와 삼성전기는 보유 중인 삼성물산, 삼성엔지니어링, 에스원, 삼성중공업 등의 지분을 매각하면서 현금을 만질 가능성이 크다. 삼성화재나 삼성카드, 삼성증권 등도 금융회사라는 점에서 보유 중인 비금융계열사 지분을 팔 수 있다. 특히 삼성화재는 보유 중인 삼성전자 지분과 자사주 등이 현금화될 가능성이 커 지배구조 개편의 최대 수혜주가 될 가능성이 높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