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금융사기피해자연대가 7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 현수막을 내걸고 시위에 나섰다. 사진=불법금융사기피해자연대
IDS홀딩스, 성광테크노피아(성광월드), TNS홀딩스, 에이블인베스트먼트코리아, 한성무역 불법금융사기사건 피해자 단체들은 피해회복과 사기범죄자들에 대한 엄벌 촉구룰 위해 지난 달 하순 모임을 갖고 연대구성에 뜻을 모았다. 연대는 첫 공동행동으로 7일 새벽부터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 ‘(사기사건) 모집책 전원을 구속해 엄벌하라’ 는 내용의 현수막들을 내걸고 릴레이 시위에 나서고 있다.
연대 법률자문을 맡고 있는 이민석 변호사는 “최근 5년간 검찰이 유사수신과 불범금융사행위로 접수한 사건 중 재판에 넘겨진 건수는 16.4%에 불과하다. 솜방망이 처벌은 사기 재범률만 높인다”며 “고수익을 미끼로 서민 돈을 강탈하는 사기사건은 극악무도한 중대 범죄로 사법당국은 사건마다 일벌백계한다는 마음으로 다뤄야만 한다. 주범만 아니라 사기행위에 가담한 모집책까지 전원 구속해 엄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연대에 참여한 사기사건 중 가장 큰 규모는 IDS홀딩스 사건이다. IDS홀딩스는 2011년 11월부터 2016년 8월까지 환율 변동을 통해 수익을 내는 홍콩 FX마진거래에 투자하면 1~10% 이자에 원금보장을 약속하며 1만 2000여 명으로부터 1조 1000억 원에 육박하는 돈을 끌어 모았다. 하지만 실제로 신규 투자자로부터 받은 투자금으로 선투자에게 지급하는 ‘돌려막기’ 식 사기 수법이 동원됐다. 천문학적인 피해규모로 인해 이 사건은 ‘제 2의 조희팔 사건’으로 불린다.
주범인 IDS홀딩스 대표 김 아무개 씨는 2016년 9월 구속 기소돼 2017년 12월 특경법상 사기와 방문판매업법 위반으로 징역 15년 형을 확정 받았다. IDS홀딩스 사건으로 구속 중인 사람들은 김 씨를 포함해 25명이다. 지점장 14명은 사기방조와 방판법 위반으로 지난 8월과 9월 각각 징역 5년형에서 10년형을 확정 받았다. 지점장 2명은 동일한 혐의로 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고 사기방조범으로 2명이 각각 징역 1년 6월 2년형을 확정 받았다. 이밖에 30명 정도의 모집책이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한 아무개 씨는 IDS홀딩스 대표 김 씨로부터 범죄은닉자금을 받아 사용한 혐의로 지난 5월 구속돼 실형을 선고 받았다.
구은수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은 재직 당시 유 아무개 IDS홀딩스 회장으로부터 이우현 자유한국당 의원 보좌관이었던 김 아무개 씨를 통해 3000만 원 상당의 금품을 수령한 후 윤 아무개, 진 아무개 경사를 경위로 승진시킨 후 윤 경위를 IDS홀딩스 사건을 담당하는 영등포경찰서 특정 팀으로 발령을 받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구은수 전 청장은 1심과 2심 재판에서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구 전 청장의 뇌물 수수 혐의에 대해선 무죄를 선고했지만 윤 씨를 특정팀에 발령한 것에 대해선 직권남용으로 판결했다. 이 사건으로 유 씨와 김 씨는 알선수재 혐의로 각각 2심에서 징역 1년 6월과 징역 1년형을 선고받았고 뇌물수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윤 씨는 2심에서 징역 5년형을 선고받았다.
성광월드는 2011년부터 약 7년간 “1계좌 당 1100만 원을 투자하면 미국 텍사스에 게임기를 설치해 3년간 매달 50만~60만 원의 수익금을 주겠다”며 투자자 3400여 명으로부터 3600억 원을 끌어 모은 사건이다. 총 피해금액 3600억 원에서 지급받은 수익금 등을 뺀 실질적인 피해액만 1700억 원에 달한다.
성광월드 최 아무개 대표와 이 아무개 부대표는 지난해 1월 구속돼 특경법상 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지난 달 대법원으로부터 각각 징역 16년형, 14형을 확정 받았다. 이 사건 공범혐의로 구속 기소된 주요 모집책 15명도 징역 5년~7년형의 중형을 선고받고 항소심과 상고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7일 최 대표와 이 부대표의 유사수신 혐의, 재판에 넘겨진 성광월드 모집책 43명에 대한 1심 선고재판을 연다.
불법금융사기피해자연대가 7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 현수막을 내걸고 시위에 나섰다. 사진=불법금융사기피해자연대
TNS홀딩스는 2014년 말부터 3년 간 선물, 옵션 투자로 1년에 최소 20% 이상 수익과 투자금 모집 시 4~8% 정도의 인센티브 지급 조건을 내세워 5000억 원대 투자금을 끌어 모았다.
TNS홀딩스는 투자금을 유치하는 과정에서 연예인 등 유명인을 동원하는 등 그럴싸한 수법들을 동원해 투자자들을 현혹했다. TNS홀딩스 대표 강아무개 씨 부인은 탤런트 엄아무개 씨다. 엄 씨는 TNS홀딩스 행사에 동료 연예인들을 대거 동원했다. 강 씨는 TNS홀딩스를 ‘나눔이 있는 기업’으로 표방했고 엄 씨를 비영리 자선재단 이사장으로 내세워 자선 콘서트 등 행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서울고등법원은 지난 1일 강 씨에게 징역 16년 형, 공범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아무개 씨에게 징역 5년형, 임아무개 씨에게 징역 2년형을 선고했다.
에이블인베스트먼트코리아는 해외 금융상품 중개전문회사로서 미국 월스트리트 톱10 헤지펀드사들을 통한 투자로 연 10~12% 확정 수익금을 지급해 주겠다며 투자자들을 모은 사건이다. 2014년 6월부터 2017년 11월까지 투자자 969명으로부터 모인 투자금은 459억 원에 달한다. 에이블인베스트먼트코리아 대표인 권 아무개 씨는 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으며 앞서 공범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임원 이 아무개 씨는 지난 9월 1심 재판에서 징역 5년형을 선고받았다.
한성무역은 이명박 정권 시절 대중국무역을 위해 세운 기업으로 한 아무개 회사 대표는 ‘매달 1.5% 이자와 연 18% 수익 보장’을 내세워 약 230명의 새터민(탈북민)들에게 160억 원대 피해를 입혔다. 결국 한 대표는 징역 7년형을 선고받았다.
IDS홀딩스 피해자연합회 관계자는 “사기란 파렴치한 범행에 경미한 형으로 일관된다면 선고된다면 국민들은 더 이상 어떻게 법원을 신뢰할 수 있겠는가”라며 “합산형제도를 도입한 미국의 법정에서라면 사기범죄자들은 1000년 이상의 실형을 각오해야 할 것이다. 모집책들에 대해서도 법정 최고형 등 엄벌을 통해 사기범행에 대한 경종을 울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장익창 기자 sanbad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