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항공교통’ 구성된 컨소시엄만 4곳…한강 비행금지구역 등 풀어야 할 숙제 많아
#UAM이란 무엇인가
UAM은 도심 내 짧은 거리를 빠른 시간에 이동할 수 있도록 해주는 ‘전기동력 수직 이착륙 비행체(eVTOL)’를 뜻한다. 하늘을 나는 자동차와 비슷한 개념이다. 개인용항공기(PAV)로 불리는 항공택시, 에어택시 등도 모두 UAM에 해당한다. UAM은 항공운전법에 따라 정해진 항로만 이용할 수 있으므로 일반적인 택시와 달리 특정 구역에서만 승하차가 가능하다. 이 같은 UAM의 이착륙장을 버티포트라고 하며 서울시의 경우 잠실운동장, 여의도공원 등이 버티포트 부지로 검토되고 있다.
세계적으로 UAM은 관심의 대상이다. 미국은 2000년대 초반부터 관련 연구를 시작했고, 2005년에는 차세대교통시스템연구소를 설립해 UAM 관련 인증 개발, 제도 개선 등에 착수했다. 한국의 경우에도 국토교통부가 2020년 약 40개의 기관과 업체가 참여하는 ‘도심항공교통 민관협의체(UAM Team Korea)’를 발족했다.
국토부는 “UAM은 도심 안팎에서 승객·화물 운송을 비롯해 공공목적(긴급의료, 재난구조 등)과 관광 사업 등을 위해 활용될 수 있다”며 “세계적으로 대도시권의 지상 교통난 해소에 기여할 수 있는 유력한 차세대 모빌리티로 주목받고 있으며 미국·유럽 등을 중심으로 2023~2025년 처음 상용 서비스가 시작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전했다.
#단일 기업보다는 컨소시엄으로
국내 주요 대기업들은 컨소시엄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UAM 관련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기술력의 한계로 단일 기업이 독자적으로 UAM 개발을 진행하기는 어렵다. UAM도 기체인 만큼 항공 관련 기술이 필요하고, 기체를 운항하는 데 필요한 통신 기술, 버티포트를 위한 인프라 기술 등도 요구된다.
현대자동차 컨소시엄은 대표적인 UAM 사업체로 꼽힌다. 현대차는 2021년 인천국제공항공사, 현대건설, KT, 대한항공과 UAM 사업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해당 5개 회사는 △UAM 생태계 구축 및 사회적 수용성 증대 활동 협력 △UAM 산업 활성화를 위한 공동 노력 수행 △UAM 사업 협력 로드맵 공동 추진 및 실증사업 협력 등을 약속했다. 현대차는 “UAM 생태계 전반을 아우르는 컨소시엄으로 확대됐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자평했다.
같은 해인 2021년 한화시스템, SK텔레콤, 한국공항공사, 한국교통연구원이 UAM 사업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어 롯데렌탈, 모비우스에너지, 민트에어 등도 UAM 관련 컨소시엄을 맺었고, 올해 5월에는 GS칼텍스, 카카오모빌리티, LG유플러스, 제주항공, 파블로항공 등이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자연스럽게 컨소시엄 간 경쟁구도에 초점이 맞춰진다. 통신 3사인 SK텔레콤, LG유플러스, KT는 각기 다른 컨소시엄에서 활동하고 있다. 또 인천국제공항공사와 한국공항공사의 라이벌 구도도 눈에 띈다. 항공사 중에서는 대한항공과 제주항공이 UAM 컨소시엄에 참여했다.
최근에는 전시회 등을 통해 UAM 기술력을 선보이며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노력이 한창이다. SK텔레콤은 지난 7월 15~24일 진행된 부산국제모터쇼에서 UAM 체험 시설을 마련했다. 현대차 계열사 슈퍼널도 지난 7월 18~22일 영국에서 열린 판버러 국제 에어쇼에 참가했다. 슈퍼널은 2028년 상용화를 목표로 개발 중인 eVTOL 기체의 내장 콘셉트 모델을 최초로 공개했다.
각 컨소시엄들은 국내 UAM 산업의 적임자라는 사실을 강조하면서 보이지 않는 신경전을 펼치고 있다. SK텔레콤은 부산국제모터쇼 행사를 진행하면서 “국내 UAM 산업을 선도하는 서비스 비전을 알리기 위해 고객과의 소통을 계속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고, 현대차 역시 판버러 에어쇼에서 “생태계 조성에 앞장설 것”이라고 선언했다.
최근에는 예기치 못한 변수도 생겼다. 윤석열 대통령이 용산구로 대통령실을 이전하면서 비행금지구역을 재설정하고 있다. UAM은 추락 위험이 있으므로 한강변을 따라 시범 사업을 하고 있다. 하지만 대통령실이 이전하면서 한강변에 비행금지구역이 설치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현재는 대통령실과 윤 대통령의 사저인 서초동 아크로비스타 주변에 임시 비행금지구역을 지정한 상태다.
한강변의 시범 사업 진행이 불투명해지면서 자연스럽게 다른 지역으로 눈길이 쏠린다. 각 지자체들은 UAM 산업을 유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인천광역시는 지난 6월 20일 미국 모빌리티 연구기관인 도심이동연구소(UML)와 ‘UAM 초기 운영을 위한 연구개발 협약’을 체결했다. 앞서 지난 2월에는 항공우주산학융합원, 베셀에어로스페이스와 UAM 실증도시 구현을 위한 MOU도 맺었다. 고양시는 지난 5월 UAM 클러스터 조성 타당성 조사 및 계획 수립을 위한 용역에 착수했다. 울산광역시도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인 ‘울산 UAM 클러스터 구축’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장밋빛 미래만 있을까
각 컨소시엄과 지자체들이 UAM에 공을 들이고 있지만 전망이 밝은 것만은 아니다. 특히 국내 현실에서 UAM 상용화가 되기까지는 규제 완화 등 풀어야 할 숙제가 만만치 않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현행법상 국내에서 상업용 드론은 비관제공역의 고도 150m 이하에서만 운용이 가능한데 UAM에 적용되기는 턱없이 낮은 고도”라며 “서울시 25개 구 가운데 강동구, 관악구, 구로구, 금천구, 송파구 5개 구의 일부 지역에서만 비행이 허용될 정도로 제한이 매우 엄격하다”고 지적했다.
국내 업체들의 경쟁력도 상대적으로 부족한 것으로 지적 받는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지난 4월 “전 세계 기체개발 기업 343곳 중 국내 기업은 4곳(대한항공, 한국항공우주산업, 현대자동차,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 불과하고, 체계종합기술, 비행제어기술 등 관련 기술 수준도 세계 최고 수준의 60∼70%에 불과하다”며 “산업 형성 초기 단계로 국제경쟁력이 취약하고 기술 경쟁력이 낮아 정부의 투자 지원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하지만 대기업들은 정부의 지원을 받고, 기술력을 강화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평가한다. UAM 사업에 참여한 한 기업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UAM에 진출한 모든 기업이 성공할 수는 없겠지만 산업 트렌드라는 것을 무시할 수도 없다”며 “지출이 있더라도 지금 UAM 사업을 선점하는 것이 훗날 후발주자로 진입하는 것보다는 이익이 크다”고 전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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