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태전동 선거사무실에서 만난 홍의락 의원. 최준필 기자 choijp85@ilyo.co.kr
“정장선 총선기획단장으로부터 ‘사실상 의미 없다’는 얘기를 들었다. 정 단장께서 ‘해봐야 소용없다. (검토는) 더하기 빼기 수준’이라고 하시더라. 그 정도면 나 스스로 알아들어야 했다. 이곳에 내려온 지 15년째다. 난 국회의원 하겠다는 것보단 이 지역의 갈등 해소, 야당의 전국 정당을 위해 혼신의 힘을 내보고자는 것이 목표였다. 그것이 야당의 가치다. 그런데 그것을 한 순간에 밟아버렸다. 치가 떨릴 정도로 화가 났다. 이제 남는 것이 없었으니.”
―컷오프과정에서 계량적 잣대보단 본인의 특수한 상황을 이해했으면 하는 아쉬움인가.
“(더불어민주당은) 그런 여유조차 없는 집단이었다. 평가하는 사람들을 이해 못하겠다. 옆 사람한테 물어봐도 알았을 것이다. 나의 미션은 대구에서 야당의 필요성을 알리고 외연을 확대해온 것이었다. 그 정도 정무적 판단은 했을 수 있었을텐데 말이다. 아예 대구에 관심이 없다는 얘기다.”
―서둘러 기자회견을 열고 탈당계를 제출한 배경은.
“컷오프 직후, 김종인 대표의 첫 반응은 ‘나는 몰랐다’였다. 절망했다. 알고 모르고는 둘째 치고 이런 핑퐁(책임 떠넘기기)은 처음 봤다. ‘대표도 모른다, 공천관리위는 평가위에서 받아 발표 한 거다.’ 이런 식이었다. 어느 누구도 결정에 대한 책임이 없었다. 더 이상 돌아볼 길이 없었다.”
―1차 컷오프 기준을 기획한 문재인 지도부의 정무적 개입 가능성 얘기도 나오는데.
“그런 얘기는 들었다. 왜 조은 평가위원장은 혼자 (컷오프 명단이 있는) 금고를 열었을까. 왜 혼자 그것을 몇 시간 동안 갖고 있었을까. 뭐 그 이상은 유추할 수 없다. 또한 왜 노영민 의원(노 의원은 이미 불출마 선언을 했다)은 컷오프 명단에 들어갔을까. 의정활동을 평가기준으로 했다면 노 의원은 아니다. 내가 바로 앞방이었기 때문에 노 의원의 활동에 대해선 잘 안다.”
―조원진 새누리당 의원은 공개석상에서 ‘문재인 대표가 김부겸 전 의원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그렇게 얘기하는 사람도 있긴 하다. 다만 이런 생각은 한다. 가만히 보면 ‘중앙에서 활동하는 우리당 사람들이 대구에서 커오는 사람들을 그렇게 달갑게 생각하지 않을 수도 있겠구나’ 하고 말이다.”
―실제 김부겸 전 의원은 컷오프 직후 긴급기자회견을 통해 탈당 가능성을 내비칠 정도로 매우 진노했다.
“나 혼자 살자는 문제가 아니지 않나. 나의 일 때문에 김 전 의원께 영향이 갈까 걱정된다. 대구시민들 자존심이 상했다. 심각하게 느껴진다. 현재 대구시민들은 진박이니 비박이니 정치를 희화화하고 있는 여당에 싫증난 상황이다. 이번엔 김부겸과 홍의락이 있으니 뭔가 지지해볼까 하는 단계였는데 일이 이렇게 됐다. 시민들은 내심 ‘너(더민주)마저 우리를 무시하냐’는 생각이다.”
―대구 현장에서 직접 느껴지나.
“내가 처음 이곳에 왔을 때는 아예 야당과 나는 고려 대상조차 아니었다. 차갑게 손길을 뿌리쳤다. 심지어 내가 입회했을 초기까지만 해도 큰 행사에 가면 내 자리조차 없었다. 주최자들은 나를 두고 ‘소개해야 하나. 축사를 부탁해야 하나’를 늘 고민했다. 그런데 지금 대구는 그 당시와는 천지차이다. 그렇게 변했는데, 이제 정말 한 번 마음을 먹어볼까 했는데 대구에서 유일한 의원인 나를 당에서 뽑아냄으로서 대구시민 맘이 상한 것이다.”
―전권을 위임받은 김종인 지도부에서 홍 의원에 대한 구제 가능성을 내비치기도 했다. 혹시 이와 관련해 연락 온 것은 없나.
“개인적으론 없지만 여러 소식은 들었다. 중앙당에서 나를 구제하겠다는 생각은 있는 것 같지만 혁신위에서 마련한 제도를 바꾸고자 하지는 않는 것 같다. 그런 것은 의미 없다.”
―본인의 구제만이 아니라 원천무효를 주장하는 것인가.
“당연하다. 정치도 바둑도 복기가 중요하다. 잘못한 건 인정해야 한다. 그저 봉합하고 넘어가는 정치는 신물이 난다. 지금 공천관리위는 아무런 노하우도 없다. 엉뚱한 사람만 데려다 놓고 있다. 이게 우리 정치 수준이다.”
―탈당 철회 가능성은.
“나도 당에 대한 애정이 있다. 내가 철회하기 전에 위에서 뭔가를 해야 하는데, 내가 무슨 얘기를 지금 하겠나. 난 욕심 없다. 현재 대구경북의 여야 표차가 200만 표 정도다. 누가 당선되느냐는 나중 문제고, 우선 이 200만 표 차를 100만 표로 줄이는 것이 내 소명이다. 이것만 된다면 지역 발전과 정권 교체가 가능하다. 내가 이곳을 떠나지 않는 이유다.”
대구=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