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출처=보스턴미술관
은제 금도금 주자(注子) 및 승반(承盤). 사진출처=보스턴미술관
고려시대에는 지방 호족을 기반으로 한 귀족사회였다. 따라서 구하기 어렵고 고가인 금보다 실용적이면서 미감을 함께 갖춘 은을 선호했다. 은세공이 발달했다. 그럼에도 고려시대 제작된 금은기(金銀器)는 고가의 재료 덕분에 왕실에 한정해 제작될 수밖에 없었고 현존하는 유물도 극히 드물다. 1935년 개성 부근의 묘에서 출토되어 보스턴박물관이 일본인 골동품상(Yamanaka and Company NewYork : 야마나카 상회(山中商會)을 통해 사들였다. 야마나카 상회는 오사카에 본점을 두고 뉴욕, 보스턴, 파리, 런던 등에 지점을 두고 있던 세계적으로 유명한 동양미술상이었다. 간송이 당시 한옥 15채의 가격을 지불하고 ‘혜원 전신첩’을 사들였던 곳도 야마나카 상회였다. 하지만 ‘은제 금도금 주자(注子) 및 승반(承盤)’의 반출경위는 알 길이 없다. 1935년 이전의 기록은 밝혀진 게 없다. 환수가 불가능하다는 이야기다. 우리나라에서는 2009년 한국박물관 100주년 기념전과 2013년 삼성미술관 리움 전시회 ‘금은보화-한국 전통공예의 미’에서 전시된 바 있다
미국 보스턴미술관 한국실(Arts of Korea Gallery) 전경.
국립중앙박물관에 따르면 세계 22개국의 67개 박물관에 한국실 또는 한국 전시 코너가 설치되어 있다. 미국과 유럽에 있는 한국 전시 코너가 57개로 전체의 85%에 이른다. 보스턴 미술관의 경우 한·미 수교 100주년 기념으로 1982년 처음 한국실(Arts of Korea Gallery)이 설치되었다. 2012년 외교통상부 산하 국제교류재단이 지원한 70만 달러(약 7억 7000만 원)로 내부를 말끔히 단장했다. 미술관 측은 ‘금도금 은주전자와 승반’을 비롯한 한국의 유물들을 고해상 카메라 수십 컷으로 찍은 뒤 360도로 확대해 볼 수 있는 최첨단 디지털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배우 송혜교와 서경덕 교수가 유물을 설명해주는 터치스크린 방식의 비디오 홍보 박스를 기증했다. 민간인이 개인 자격으로 기증하는 흔치 않은 경우여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같이 불법적인 반출경위를 밝혀낼 수 없어 현실적으로 환수할 방법이 없는 문화재들이 수도 없이 많다. 그런 점에서 재외 문화재를 수장하고 있는 외국의 박물관이나 미술관들이 ‘한국관’이나 ‘한국실’을 설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도 우리 문화재를 찾아내고 유지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 사실 중국, 일본 등 여러 나라의 해외소재 문화재를 소장하고 있는 박물관 전시실은 유물 원산국의 지원으로 대부분 운영되고 있다. 그리고 전쟁이나 식민 경험 등으로 반출된 유물들이 해외 전시품의 대종을 이룬다. 일제 강점의 역사와 어수선했던 해방, 그리고 한국전쟁으로 많은 문화재가 반출되었다. 그래서 문화재 환수 의지가 더 강한 게 사실이다. 억울한 피해자의 입장에서 문화재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 그러나 문제는 그들이 불법으로 약탈해 갔을망정 우리는 합법적으로 되찾아야 한다는 데 있다. 합법적인 환수가 불가능한 유물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우리 유물이라는 것을 알리는 한편, 유물의 발굴, 유지도 가능한 방법을 택하는 것도 합리적이다. 잊힌 문화재를 찾아내는 것이나 보존 유지하는 일은 잃어버린 역사를 복원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참고문헌 1. 「유홍준의 국보순례」, 유홍준, ㈜눌와, 2014.01.10. 2. 「미국 보스턴 미술관 홈페이지 www.mfa.org」 3.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주전자」, 최응천, 문화유산채널 4. 「한국인, 마음의 무늬2편……걸작, 세계를 매혹하다」, KBS스페셜, 2013.03.04. 5. 「금이 빛난다, 장인정신이 더 빛난다」, 한겨레, 2013.03.28 6. 「30년만에 새단장 보스턴미술관 ‘한국실’ 담당큐레이터 제인포털」, 서울신문, 2012.11.19 7. 「한국문화재……제대로 대접 못받고 ‘타국살이’ 국외문화재단실태보고서」, 세계일보, 2016.04.17. 8. 「바다건너 있어도 우리 문화재는 ‘한국’것이다」, 시사저널, 2015.12.10. 9. 「명품은 세월을 이긴다……리움 ‘금은보화전’」, 매일경제, 2013.03.28. 10. 「보스턴의 눈부신 우리 문화재」, 경향신문, 2003.07.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