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장모인 김장자 회장이 최근까지 10년 동안 총동문회장을 지낸 이대 여성최고지도자과정 알프스 수료식.
알프스는 이대가 지난 1995년 개설한 여성최고위 과정이다. 당시 1기 과정을 개설하자마자 유력 정치인 부인 및 대기업 회장 부인, 여성기업인 등이 대거 등록해 화제가 됐다. 한 기수 당 수료인원은 50명가량이고 개설된 후 지금까지 약 21년 간 1800여 명의 수료생을 배출했다. 알프스 수료생 중에는 김윤옥 이명박 전 대통령 영부인(22기),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6기), 홍라희 삼성미술관장(7기), 김병준 전 총리 내정자 부인 김은영 씨(29기), 한광옥 청와대 비서실장 부인(13기) 등 유명 인사들이 즐비하다.
이대 학생회 측은 알프스가 정부와 이대의 연결고리이자 비선 실세 ‘인재풀’이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공교롭게도 부인이 알프스를 수료한 김병준 전 총리 내정자, 한광옥 청와대 비서실장 등이 박근혜정부에서 주요 요직을 맡게 됐기 때문이다. 김 회장과 최순실 씨는 함께 골프회동을 가지는 등 친밀한 사이로 알려졌다. 김 회장 추천을 받은 인사를 최 씨가 주요 요직에 배치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다. 당사자들은 말도 안 된다며 일축하고 있다.
알프스를 수료하고 나서 얻는 가장 큰 혜택은 바로 알프스회에 가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알프스회는 알프스 수료생들의 모임으로 이들은 봉사활동, 바자회 등 사회 후원 활동 등을 활발히 이어가며 친목을 도모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알프스회를 통해 여러 분야의 유력인사들과 만나 교류하고 친해진 사람들끼리 따로 사교 모임을 구성하는 사례도 있다.
김장자 회장의 알프스 모임 참석 모습.
알프스에서 강의를 맡았던 한 강사도 특별한 강의를 한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이 강사는 “저 같은 경우 특별한 강의는 하지 않았다. 알프스에 유력 인사들이 다수 참여하고 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특별한 점은 없었다. 출석률도 매우 높았다”고 말했다.
알프스를 수료한 인사들은 대부분 인맥 쌓기에 공을 들이고 있는 사람들이라고 한다. 일부 인사는 알프스 뿐만 아니라 여러 대학의 최고위 과정을 수료하기도 한다. 실제로 김윤옥 전 영부인의 경우 대선을 앞두고 이대 알프스 과정을 수료했으며 연세대 고위여성지도자과정 총동문회 회장도 맡았었다. 남편인 이명박 전 대통령의 선거를 돕기 위해 김 전 영부인이 인맥을 넓히려 노력했던 정황이다.
알프스는 약 3개월 과정으로 1주일에 한 번 정도 수업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업은 1주일에 한 번뿐이지만 한 학기 등록금은 약 450만 원에 달한다. 이처럼 비싼 수업료에도 많은 유력인사들이 알프스에 등록하려고 줄을 서고 있는 실정이다.
김 회장은 오랫동안 알프스 총동창회장을 지냈으나 지난 8월 스스로 물러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7월 우 전 수석의 넥슨 부동산 거래 의혹이 불거지자 부담을 느끼고 스스로 물러난 것으로 추정된다. 김 회장은 2015년 12월 이대 신축기숙사건립기금으로 1억 원을 후원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대 측은 김 회장의 경우가 특별한 경우는 아니라고 해명했다. 알프스 총동창회장을 하면 1억 원 이상을 학교에 기부하는 것은 거의 관례에 가깝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알프스 모임에 굉장히 애정을 쏟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김 회장은 지난 2009년 알프스를 수료한 이후에도 알프스회에 꾸준히 참석해왔다. 김 회장은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기흥컨트리클럽 골프장에서 알프스 과정 인사들과 정기적으로 골프 모임도 가졌다고 한다.
김 회장은 거의 10년 동안 총동창회장 등 알프스회의 임원을 지내며 사실상 알프스회를 실질적으로 이끌어왔다. 하지만 알프스회는 최순실 사태 이후 급속도로 와해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수료생들 사이에서는 자신이 알프스회에 속했다는 사실이 알려질까봐 우려하는 분위기까지 생겼다는 후문이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