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신임 원내대표 경선에서 탈락한 나경원 의원이 12월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를 마친 뒤 총회장을 나서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나 의원의 신당열차에 탑승하지 않은 것은 유승민 의원과의 노선 갈등 문제 때문이라는 것이 겉으로 드러난 이유다. 나 의원은 “김무성당, 유승민당이 되어선 안된다”는 취지의 입장을 여러 인터뷰를 통해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유 의원은 “나 의원으로부터 어떤 정강이나 정책도 들은 적이 없다”면서 구체적인 노선이 있어야 갈등도 있는 것 아니냐, 콘텐츠가 없는 나 의원과 자신을 비교 말라는 경고성 메시지를 던졌다.
게다가 신당 창당준비위원장인 정병국 의원의 말은 이랬다. 결론적으로 집단탈당 선언 후 신당의 정강·정책을 만드는 과정에서 나 의원이 주도권을 잃자 신당행을 거부한 것으로 요약된다.
“나 의원은 자신이 신당 추진위의 정강·정책팀장이 된 것으로 알고 있었고 그래서 (정의화 전 국회의장 측근인) 박형준 전 국회 사무총장 등을 영입했다. 하지만 우리 내부에서는 내부 인사로도 충분한데 왜 그러느냐는 말이 나왔고, 실제 어느 날 오전 7시 30분 회의가 진행되고 있었는데 8시에 그 (외부) 분들이 왔기에 문제제기가 된 것이다. 팀이 확정된 것도 아닌데 진행을 벌써 하면 어떻게 하느냐. 이런 얘기들. 원칙 없이 외부 인사로 들어오면 혼선이 있을 수 있잖아.”
거기에다, 최근에는 이혜훈 의원이 다른 이유를 들며 나 의원을 비토하면서 문제가 커졌다. 이 의원은 한 언론 인터뷰에서 “나 의원이 신당의 원내대표를 바라다 무산됐기 때문에 신당에 불참했다”고 주장했다. 신당의 신임 원내대표는 주호영 의원이 추대됐기 때문에 나 의원이 새누리당에 남았다는 것이다. 이에 나 의원은 “참 어이가 없다”며 이 의원에게 사과를 요구했는데 이 의원은 “사과할 이유가 없다”고 일축했다. 결국 신당 내부에서는 나 의원이 자신의 존재감을 키우려다 실패하자 새누리당에 남아 이러쿵저러쿵 애를 먹이고 있다는 불만이 상당하다.
상황이 이런 가운데 나 의원은 당초 1월 초 다른 탈당파와 합류하겠다는 자신의 발언을 번복,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거취에 따라 결정하겠다고 했다. 반 총장을 만나러 미국 뉴욕에 간 정진석 의원은 “원래 나 의원은 반 총장과 뜻을 함께 하기로 오래전부터 약속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편, 정우택 의원과의 원내대표 경선 당시 나 의원은 비박계의 다른 후보들을 일일이 찾아가 본인이 도전해보겠다고 설득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일부 의원들은 나 의원의 경쟁력이 약해 정 의원에게 질 것이라 노골적으로 반대했다. 나 의원의 원내대표 경선 도전이 새누리당 분당에 이은 보수 분열로 이어진 모습이다. 나경원 나비효과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한번 지켜볼 일이다.
이정필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