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2016년 여성가족부 송년모임 및 생일축하 관련 예산 집행 내역(여가부 제공)
이번에 입수한 최근 4년간(2013~2016년) 여가부 업무추진비 내역에 따르면 2013년 정부 출범 초기 송년모임 명목으로 예산을 약 570만 원 지출했다. 당시 여가부 직원 수는 230명. 송년모임으로 1인당 약 2만 원을 지출한 셈이다. 여가부는 2013년 이후 송년모임 명목으로 지난 4년간 약 1000만 원을 썼다.
이를 두고 불필요한 항목에 예산을 집행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가부 관계자는 “2013년은 정부 출범 초기였다. 여가부 직원 전체가 참여하는 친목 행사가 없어 다른 해에 비해 다양한 송년행사를 실시했다. 종무식을 하면서 직원들에게 다과와 음료를 제공했다. 우수직원 포상을 위해 상품권도 지급했다. 하지만 송년모임을 다른 부처도 하고 있다. 한 해를 돌아보고 평가하는 자리는 우리 부처 외에도 많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송년모임에 별도 예산을 지출하지 않는 부처도 적지 않았다. <일요신문>은 통일부 등 4개 부처 송년모임 예산 집행 내역(2013~2016년)을 입수했다. 이 부처들은 송년모임 예산을 따로 잡지 않았다. 통일부 관계자는 “전체 직원 송년모임 행사는 별도로 개최하지 않기 때문에 예산이 투입되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보건복지부 관계자 역시 “전체 직원 대상 송년모임에 별도 예산을 집행하지 않는다”라고 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전 직원이 참여하는 송년모임 성격의 종무식 행사는 없다”라고 밝혔다. 인사 혁신처도 같은 기간 직원들을 대상으로 송년 모임을 실시하지 않았다.
생일축하 관련 업무추진비 내역(2013~2016년)도 석연치 않다. 김희정 전 여성부 장관은 2014년과 2015년에 ‘생일축하행사’라는 예산 항목을 만들어 집행했다. 전례가 없던 일이었다. 여가부는 정권 출범 초기인 2013년 직원생일축하비 명목으로 약 560만 원(283명)어치의 상품권을 지급했다.
하지만 다음해부터 예산은 늘어났다. 2014년 약 527만 원(270명) 상당의 상품권뿐만 아니라 270명 중 일부 직원(118명)에게 생일축하행사 명목으로 약 310만 원을 지출했다. 2015년엔 288명 직원이 상품권 형식으로 약 580만 원을 받았다. 생일축하행사로는 약 880만 원이 집행됐다. 2014년(총액 837만 원)과 2015년(1460만 원)에 걸쳐 생일축하 관련 예산에만 약 2300만 원을 지출한 셈이다.
2013년 직원 1인당 생일축하 예산은 2만 원이었지만 2014년(약 4만 5000원), 2015년(약 5만 1000원)엔 증가했다. 2016년(약 2만 9000원) 다소 감소하는 추세를 보였다. 여가부는 박근혜 정부 4년 동안 생일축하 관련 업무추진비로 총 약 3600만 원을 지출했다.
이에 대해 여가부 관계자는 “우리는 부처 특성상 전입과 전출 비율이 높은 부서다. 김희정 장관이 직원들 사기 진작과 융합 차원에서 생일축하행사를 했다. 기간제 근로자를 포함해 매월 생일자들이 회의실에 모였다. 다른 부처도 마찬가지다. 세금 낭비라고 비판하는 것은 지나치다”라고 밝혔다. 기자는 김희정 전 여가부 장관에게 생일축하 행사비 관련 해명을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으나 답변을 듣지 못했다.
다른 부처 생일축하 예산은 여가부와 차이를 보인다. 고용노동부와 통일부의 경우 같은 기간(2013~2016년) 동안 직원들에게 생일축하비를 지급했지만 1인당 약 2만 원 수준이었다. 여가부가 직원들에게 생일축하 명목으로 2014년과 2015년에 많은 예산을 지급한 부분에 뒷말이 나오는 까닭이다.
서용산 화가의 ‘청령포4’(왼쪽), 권부문 작가의 On the Clouds #11888(미술은행 홈페이지 캡처)
여가부는 미술작품 관련 예산도 지속적으로 지출했다. 여가부 미술작품 업무추진비 집행 내역(2012년~2016)에 따르면 매년 서용선 화가의 ‘청령포4’ 등 총 미술작품 41점을 유상 임차해왔다. 여가부는 국립현대미술관 산하 미술은행과 임차 약정을 맺고 청사 내 복도와 벽에 미술작품들을 전시했다. 여가부는 2012년(11점), 2013년(14점). 2014년 (5점), 2015년 (7점), 2016년 (7점) 등 해마다 꾸준히 미술작품을 임차해왔다. 미술작품 임차 예산 지출 총액은 약 3500만 원이다.
여가부가 임차한 작품들 중엔 유명 작가 작품들도 제법 있다. 여가부가 2013년 4월 16일부터 1년간 91만 원을 주고 임차한 ‘On the Clouds #11888’이란 작품은 권부문 사진작가의 작품이다. 권 작가는 지난 2002년 영국에서 출간된 ‘블링크-100 사진가, 10 큐레이터, 10 평론가’에 소개된 세계적인 예술가다. 여가부가 지난해 7월 4일부터 1년간 120만 원의 예산을 들여 임차한 ‘청령포4’라는 작품도 유명 화가인 서용선의 작품이다. 이 외에도 여가부는 김점선, 박노수 등 유명 화가의 작품들들을 임차해왔다.
여가부 관계자는 “여가부 예산 편성 지침에 토지 건물 등을 위한 임차가 가능하다고 명시돼있다. 그림을 한 번 걸고 교체를 안 하면 좀 난감하다. 2014년에 청사를 이전하면서 미술작품을 많이 교체했다. 다른 부처도 미술작품을 임차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다른 부처와 비교해도 여가부가 미술작품 임차에 많은 예산을 쏟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같은 기간(2012~2016) 동안 국방부는 기증 형식으로 2점의 미술 작품을 반입했다. 보건복지부도 8점의 미술작품을 무상임차와 기부 형식으로 보유하고 있다. 농축산식품부는 기증 형식으로 미술작품 1점만을 청사 내에 전시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18점의 미술품을 보유하고 있지만 이중 11점은 미술은행으로부터 무상 임차한 작품들이다.
이에 대해 여가부 관계자는 “예산이 과도하게 집행됐다는 부분은 인정한다. 이번 기회에 내부적인 검토를 거쳐 미술품 대여를 개선하는 쪽으로 하겠다”고 밝혔다.
최선재 기자 su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