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도시’의 강윤성 감독이 ‘롱 리브 더 킹’의 연출을 맡았다. 연합뉴스
#‘만찢배’들의 향연…캐스팅 비화는?
영화 ‘롱 리브 더 킹’이 기대감을 더해가고 있는 데에는 제작사가 직접 “고심에 고심을 거쳤다”고 밝힌 배우 캐스팅이 있다. 연기력도 물론 중요하지만 원작의 이미지에 맞는 배우를 캐스팅하기 위해 제작진 전체가 머리를 맞대야 했다. 지원한 배우 가운데 1차를 통과한 총 1600여 명을 대상으로 2개월의 기간 동안 캐스팅이 이뤄졌다. 이 가운데 이른바 ‘만찢배’, 만화를 찢고 나온 듯한 배우들이 최종적으로 캐스팅됐다.
주인공 장세출 역할을 맡은 김래원은 원작 독자들이 가장 먼저 “장세출 역할을 맡았으면 좋겠다”고 꼽은 배우다. 이미 영화계에서 원톱으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다른 남배우들을 제치고 당당히 독자 투표에서 1위를 거머쥐기도 했다.
배우 김래원은 영화 ‘롱 리브 더 킹’의 주인공 장세출 역을 맡았다. 사진=영화사필름몬스터 제공
장세출이 사랑하는 여인 소현 역으로 출연하는 원진아에게 ‘롱 리브 더 킹’은 처음으로 여자 주인공 역할을 맡게 되는 영화다. 그는 JTBC 드라마 ‘라이프’에서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이노을’ 역으로 대중들뿐 아니라 강윤성 감독에게도 깊은 인상을 남겼다. 드라마를 본 강 감독이 직접 소현 역으로 점찍으면서 캐스팅 역시 일사천리로 이뤄졌다. 등장인물 대부분이 전라도 사투리를 쓰고 있지만 서울살이를 오래한 캐릭터 덕에 후반부 외에 사투리를 쓰는 일이 거의 없다는 이야기를 듣고 “한 시름을 놨다”고 안도했다는 뒷이야기가 있다.
지난 2017년 영화 ‘범죄도시’에서 악랄한 조선족 ‘위성락’ 역으로 관객들에게 강렬한 이미지를 심어준 진선규는 장세출과 대립 관계에 있는 조폭 보스 광춘 역을 맡았다. 앞선 위성락이 피도 눈물도 없는 잔인한 악역이었다면, 이번에 그가 두 번째로 맡은 악역 광춘은 카리스마와 개그를 오가는 입체적인 모습을 보여줄 예정이다. 제작사 관계자는 광춘 역에 대해 “악역이지만 귀여운 캐릭터”라고 설명했다. 특히 광춘의 조직 식구들이 나오는 장면에서 관객들이 배를 잡을 만한 요소를 곳곳에 집어넣을 것이라고도 귀띔했다.
조연들의 면면에도 제작진들의 캐스팅 디테일이 엿보인다. 먼저 장세출의 정치적 스승이자 그의 조언자인 황보윤 역의 최무성, 장세출이 몸담았던 폭력조직의 원로 간부로 그에게 있어 아버지 같은 존재였던 소팔 역에는 주진모가 열연한다. 또 조직에서부터 정계까지 장세출의 충직한 부하로 그의 뒤만 따라다니는 ‘감초’ 호태와 근배 역에 각각 최재환과 차엽이 캐스팅되는 등 쟁쟁한 연기력은 물론, 캐릭터에 부합하는 이미지를 갖춘 배우들이 촬영을 앞두고 있다.
장세출이 사랑하는 여인 강소현 역에는 배우 원진아가 캐스팅됐다. 사진=영화사필름몬스터 제공
#30개 시나리오 속에서 선택된 ‘롱 리브 더 킹’
탄탄한 시나리오와 원작의 인기, 영화제작을 뚝심 있게 밀고 나갈 제작사까지 갖춰진 상황에서 유일한 문제는 “누가 메가폰을 잡느냐”였다. 시나리오 집필에 참여한 ‘롱 리브 더 킹’의 원작자 류경선 작가와 제작사 ㈜영화사필름몬스터의 김용기 대표는 강윤성 감독을 최우선으로 꼽았다.
단순히 주연뿐 아니라 영화 속 캐릭터 하나하나의 면면을 생생하게 살리는 감독이라는 점이 이들을 사로잡았다. ‘롱 리브 더 킹’ 역시 많은 캐릭터가 등장하지만 저마다 특색 있는 스토리를 가지고 있어 ‘배경이나 스토리에 묻히지 않는 캐릭터를 보여줄 감독’을 선택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였기 때문이다. 류 작가와 김 대표는 무작정 시나리오 초고를 들고 강 감독을 찾았다.
김 대표는 “‘범죄도시’ 영화를 너무 재미있고 감명 깊게 봤다. 혹시 감독님이 차기작으로 아직 마음을 정하신 게 없다면 우리 시나리오를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라며 “그런데 이튿날 전화를 드렸더니 이미 시나리오가 30편이 넘게 들어왔다는 거다. 그런 상황에도 ‘롱 리브 더 킹’ 시나리오를 읽고 차기작으로 최종 선택했다. ‘너무 재미있고 웃음과 감동을 모두 다 잡을 수 있을 것 같다’는 말씀을 들었다”고 설명했다.
디테일을 중시하는 강 감독답게 이번 캐스팅에서도 주조연을 막론하고 모든 배우들의 대본 리딩에 참여해 본인이 직접 지휘했다고 한다. 김래원이 “감독님을 믿고서라도 이 영화는 그냥 (출연) 가야 한다”는 말까지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원작하고 다른 점은? “현실에 좀 더 집중”
원작이 있는 영화를 두고 관객들이 원작과 영화를 비교하게 되는 건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 이런 류의 영화 제작진은 원작을 사랑하는 애독자들과 영화로 처음 접할 관객을 모두 만족시켜야 한다는 부담감에 직면하기 마련이다.
영화 ‘범죄도시’에서 조선족 악역 위성락 역을 맡았던 배우 진선규가 ‘롱 리브 더 킹’에서 조광춘 역을 연기한다. 사진=영화사필름몬스터 제공
또한 영화를 보는 관객들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게끔 현실적인 면을 부각시켰다. 원작 ‘롱 리브 더 킹’은 목포 출신 건달 장세출이 정계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많은 조력자들을 만나고 다양한 난관을 거쳐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러한 굵직한 줄기는 원작과 영화가 동일하지만, 마치 무협지처럼 ‘귀인’을 만나 난관을 극복하는 장면은 영화에서는 볼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대신 현실적인 에피소드를 통해 ‘한국형 히어로’ 장세출의 성장 과정을 더욱 세밀하게 보이겠다는 것이 제작진의 이야기다.
한편 이달 말 크랭크 인을 앞두고 있는 영화 ‘롱 리브 더 킹’은 장세출이 목포 건달에서부터 국회의원으로 성장하는 원작의 시즌 1 분량을 다룬다. 내년 7월 말 개봉을 계획하고 있다. 또한 웹툰 ‘롱리브더킹 시즌1, 2’는 카카오페이지를 통해 볼 수 있으며 ‘롱 리브더 킹 시즌 3’는 ‘일요신문’ 지면과 카카오페이지를 통해 연재되고 있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
“한국형 히어로, 인간 장세출의 이야기…제작사·감독 맘 모두 사로잡았다” 만화 ‘롱 리브 더 킹’의 한 장면. 김 대표는 “사회에서 소외된 약자들, 소시민들의 곁에서 힘을 실어줄 수 있는 사람이 바로 장세출 같은 캐릭터다. ‘여러분의 친절한 이웃’ 스파이더맨처럼 영화를 접한 대중들이 ‘우리의 곁에도 장세출과 같은 정치인이, 그런 지도자가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할 정도로 이상적인 캐릭터”라고 설명했다. 장세출의 이런 측면을 강하게 드러내는 장면이 바로 영화에서 가장 심혈을 기울일 ‘목포대교 신’이라고도 설명했다. 대교 위에서 발생하는 교통사고 현장에서 자신의 처지를 뒤로하고 시민들을 구해내는 그의 모습이 부각되는 신이다. 원작에서 장세출이 노동자를 구하는 장면을 대체한 것으로 김 대표는 “영화를 이끌어 나가는 스토리의 큰 줄기를 이룰 가장 중요한 장면”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건달에서 정치인이 된다는 것이 어찌 보면 비현실적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그런 ‘비현실적인 설정’에 현실감을 부여하는 것이 바로 장세출의 이 같은 캐릭터성이다. 부하들로부터 존경 받는 형님, 사랑하는 여인에게는 순정파, 사회 약자의 편에 선 정치인까지 이어지는 그의 입체적인 모습은 강윤성 감독에게도 강한 인상을 남겼다. 출연 작품마다 다양한 매력을 보여줬던 김래원이 장세출 역으로 낙점된 것 역시 그런 이유에서 기인했다. 김 대표는 “제가 원작에서 느꼈던 재미를 그대로 영화에 담고 싶다”라며 “영화를 본 대중들이 장세출을 응원하고, ‘장세출이 우리나라 정치계에 있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공감되는 작품을 만드는 게 모든 제작진들의 소망”이라고 말했다. [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