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클로젯’ 제작보고회 현장에 참석한 배우 하정우와 김남길.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오는 2월 5일 개봉을 앞두고 있는 영화 ‘클로젯’은 이사한 새집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진 딸 ‘이나’(허율 분)를 찾아 나선 아빠 ‘상원’(하정우 분)의 앞에 사건의 비밀을 알고 있다며 퇴마사를 자칭하는 남자 ‘경훈’(김남길 분)이 나타나면서 벌어지는 미스터리한 이야기를 그린다.
아빠와 딸, 새집과 미스터리한 사건들, 지나가던 퇴마사와 가족애. 키워드만 놓고 본다면 무엇을 뽑아내도 식상할 법한 이야기다. 그러나 이 영화는 그 속에서 용케 특이한 지점을 찾아 관객들 앞에 펼쳐놓고 있다. 애초에 한국적인 사고로는 공포감을 크게 찾아볼 수 없는 ‘벽장 속 괴물’을 전면에 내세운 것도 제작진이 택한 모험 가운데 하나로 볼 수 있겠다.
이는 김광빈 감독의 개인적인 경험에서 출발했다고 했다. 김 감독은 이에 대해 “살짝 열린 벽장 틈 사이로 누군가 쳐다보는 듯한 느낌을 받은 적이 있다”며 스토리의 시발점을 설명했다. 실제로 감독의 경험을 그대로 담아낸 것처럼 ‘클로젯’은 좁은 틈으로 관찰하는 듯한 구도를 서서히 좁히고 또 늘리면서 관객들의 심장도 함께 조이고 있다. 여기에 신경에 대고 그대로 그어내리는 듯한 바이올린의 배경음까지 절묘하게 어우러지면서 관객들로 하여금 이 영화를 보면서 단 한순간도 긴장을 풀지 못하도록 만드는 야비함(?)마저 갖췄다.
영화 ‘클로젯’ 스틸컷.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이 같은 서양의 공포에 한국적인 정서를 넣은 것도 흥미로운 지점이다. 앞서 ‘검은 사제들’의 흥행 요인 가운데 하나가 이미 널리 알려진 서양의 엑소시즘에 무속 신앙을 자연스럽게 버무렸다는 점이었다. ‘클로젯’ 역시 벽장 속 괴물을 상대로 ‘고스트 버스터즈’를 떠올리게 하는 각종 현대 기기로 무장했으면서도 부적과 제웅, 무당과 신들림, 여기에 조금 생소할 수 있을 한국의 ‘크리처’에 대한 다양한 지식까지 섞으면서 ‘어딘가에 있을 지도 모를 한국형 퇴마사’ 캐릭터를 만들어 내는 데 성공했다. ‘허 실장’이라는 프로페셔널한 이름으로 불리길 바라는 수상한 퇴마사 경훈 역의 김남길이다.
‘클로젯’에서 김남길은 무겁고 어두운 분위기로만 흐를 수 있는 미스터리 오컬트 호러의 판에 코미디의 스타카토를 주고 있다. 그렇다고 공포의 맥을 아예 끊어버리는 단발성 개그가 아니라 그의 유들유들한 캐릭터를 통한 ‘주거니 받거니’로 하정우의 진중한 캐릭터나 스토리 그 자체와도 자연스럽게 이어져 거슬리지 않는다.
29일 서울 용산 CGV에서 열린 ‘클로젯’ 언론배급시사회에 참석한 김남길은 이에 대해 “(영화의) 뒷부분이 무거운데 앞부분은 조금 더 재미있으면 어떨까 생각했는데 전체적인 흐름에 방해가 될까봐 자제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코미디 부분은 하정우 형을 관찰했고, 먹방 이야기도 많이 해주셔서 (연기에) 도움이 됐다”며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영화 ‘클로젯’ 스틸컷.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딸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아버지 상원 역을 맡은 하정우는 데뷔 후 처음으로 딸을 둔 아버지를 연기했다. 딸을 향한 부성애를 보여주면서도 한편으로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미스터리한 존재와 마주하는 두려움도 함께 표현해야 하는 폭넓은 감정의 스펙트럼을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이 펼쳐 낸다.
이날 하정우는 “결혼하고 자녀를 둔 친구들에 따르면 (자식이) 목숨과도 바꿀 수 있을 만큼 소중하다고 한결같이 말하더라”라며 “제 목숨과도 바꿀 수 있는 사람이 사라진다면 세상이 뒤집혀지겠구나, 눈이 뒤집혀지겠구나 싶었다. 최대한 온전히 그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연기의 뒷이야기를 풀어놨다.
악령과 퇴마라는 큰 테마로 시작하고 있긴 하지만 ‘클로젯’은 그것에서 끝나지 않고 사회적으로도 조금 무겁다 싶은 질문을 관객들에게 던지고 있다. 한국 사회를 다루면서도 ‘벽장’이라는 서양의 소재를 차용한 것도 이를 위한 것은 아닐까. 가족 관계의 단절과 왜곡은 이 영화 속에서 ‘벽장문이 닫힌다’는 것으로 표현된다.
영화 ‘클로젯’ 스틸컷.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이에 대해 김광빈 감독은 “현대의 가족상, 가족의 관계, 그것이 틀어졌을 때 얼마나 끔찍하고 무서운 일이 벌어지는지 새로운 시선으로 그리고 싶었다”라며 “벽장으로 어떤 소재를 이야기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하고 싶었던 가족의 이야기를 연결하면서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한편, 영화 ‘클로젯’은 오는 2월 5일 개봉한다. 이 영화로 스크린에 데뷔하게 된 아역배우 허율의 섬뜩한 이상 연기도 결코 두 남배우의 카리스마에 가려지지 않으니 무섭다고 시선을 돌리지 말 것. 98분, 15세 이상 관람가.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