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채널A ‘서민갑부’
폐목으로 버려졌거나 땔감으로 사용하는 나무를 빛나는 보물이라며 애지중지하는 승원 씨의 일과는 오랜 세월 나무에 쌓인 불순물을 제거하고 오일을 발라 고유의 색을 찾아내는 것. 이 과정을 거쳐 그가 만드는 것은 다름 아닌 조명이다.
얼핏 보기엔 희한한 모양의 기둥 같아 보이지만 스위치를 켜는 순간 세상에 하나뿐인 조명으로 빛을 발한다. 특히 조명은 다양한 기둥에 직접 만든 소켓을 걸어 제작되는데 4m가 넘는 조명뿐만 아니라 LED 전구를 나무속에 숨기는 간접조명까지 다양한 제품을 만들고 있다. 사람들에게 외면당하던 폐목을 관심의 대상으로 바꾼 것이다.
여기에는 한 가지 비밀이 더 있다. 그가 취급하는 나무에는 각각의 스토리가 있다. 100년이 넘은 초가집을 지탱하던 대들보, 벼락을 맞아 죽은 느티나무 등 승원 씨는 각각이 지닌 나무의 세월을 중시한다.
모르고 보면 낡은 폐기물이지만 그 스토리를 알고 보면 오랜 세월의 흔적이라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라고. 이렇게 그는 아직 긁지 않은 복권과 같은 재료로 10배 이상의 부가가치를 창출한 결과 연 매출 5억 원, 자산 15억 원을 모으게 된 것이다.
사실 승원 씨는 가난한 집안의 6남매 중 장남으로 태어나 공장 일부터 장사, 영업까지 안 해본 일이 없다. 하는 일마다 오래가지 못했지만 20여 년 전 가까스로 용접을 배우며 에스컬레이터 마감 사업을 하게 됐다. 하지만 그것도 오래가지는 못했다.
뜻하지 않은 부도를 맞으며 한순간 나락으로 떨어졌고 전 재산을 쏟아 빚을 갚아도 5억 원이 남았던 상황이었다.
이후 그는 취미로 하던 목공예 솜씨를 발휘해 돈벌이를 하기로 결심했지만 도마나 소품을 만들어 파는 게 쉽지만은 않았다. 돈이 없으니 좋은 원목을 구할 수 없었고 결국 버려진 것을 가공해 쓸 생각까지 했다.
마지막이란 심정으로 조명에 관한 공부와 연구를 반복했다는 승원 씨는 그동안 실패한 경험으로 쌓은 전기, 용접 기술을 접목했고 그 결과 버려진 나무로 빛을 만드는 동시에 자신의 인생에도 빛을 찾게 된 것이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