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직속 아닌 ‘청’ 수준 결정 우려…곧 우주기술 수출하는 시대 올 것, 예산·전문인력 확대해야”
하지만 시작 전부터 우주항공청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우주 전담 기구가 당초 기대했던 대통령 직속의 독립 부처가 아닌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부) 산하의 ‘청’ 수준으로 결정된 것이 대표적이다. 국내 위성 정보 분야 1호 박사로 40여 년간 지구관측 위성정보 기반 연구와 실무를 경험한 조명희 국민의힘 의원(비례대표)도 이 부분을 지적했다. 조 의원은 국가우주위원회 위원, 국가과학기술심의위원회 우주소위원장 등을 역임하며 국내의 우주·위성 발전에 공헌한 전문가로 꼽힌다. 12월 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조 의원을 만나 우주항공청 신설과 우주경제 시대에 발맞춰 향후 전략을 모색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윤석열 대통령이 11월 28일 ‘미래우주경제 로드맵’을 발표했다.
“구체적인 전략 방향이나 활용 계획 등이 빠져서 아쉽다. 교육센터도 없는 상황에서 우주 인재양성을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 모르겠다. 대통령 직속이 아닌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부) 산하에 우주항공청을 만든다고 한다. 문제는 공무원 조직엔 전문가도 없고, 고위 공무원 80% 이상이 행정직이다. 우주에 대해 전혀 모른다. 이런 공무원들이 우주항공청을 잘 이끌어갈 수 있을지 걱정된다.”
―우주항공청을 대통령 직속이 아닌, 과기정통부 산하에 두면 안 된다는 뜻인가.
“감사원, 국정원처럼 대통령 직속에 뒀어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도 ‘employment protection(일명 철밥통)인 공무원이 우주항공청장을 하면 안 된다’고 걱정했었다. 기술을 요구하는 자리에 공무원이 중심이 되면 안 된다는 취지다. 전문가가 우주항공청장을 맡아 부처나 정부출연기관에 흩어져 있는 우주항공 전담인력을 한데 모아 제대로 관리하는 형태가 돼야 했다. 과기부 산하에서 공무원들이 우주항공청 책임 자리를 차지한다면, 민간 영역의 전문가들 주도 하에 우주 정책을 시행할 수가 없게 된다. 실례로 부처마다 위성센터가 전국에 있다. 전문가가 있지도 않고 공무원들이 모두 차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왜 만드느냐면 공무원들 자리가 많아지지 않나.”
―‘공무원 철밥통’ 무엇이 문제인가.
“과기부는 위성 개발만 하고 활용하지 않는 대표적인 부처다. 개발도 위성에 대해 제대로 모르는 공무원들이 전담한다. 그렇다 보니 위성 활용을 두고 다른 부처들과 싸우기만 한다. 위성을 개발했으면 재해재난, 국토관리 등을 위해 활용해야 하지 않나. 한 예로 지난 5년간 아리랑 위성에서 제공한 사진이 17장뿐이다. 국토부는 지난해 3월 22일 국토위성 1호를 성공적으로 발사했지만, 기계 고장으로 인해 영상도 못 쓰고 있다. 국토부가 고쳐달라고 과기부에 1년을 부탁해도 못 고치고 있다. 세금을 쏟아 부어서 다목적 실용위성을 발사했지만, 위성 정보를 필요로 하는 정부 부처나 민간 기업들이 실시간으로 정보를 얻고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국가 안보용으로만 쓰이고 있다.”
―국가 안보용으로 위성이 어떻게 활용되나.
“과기부가 위성으로 찍은 북한의 사진이나 영상을 국가정보원(국정원)에 제공한다. 그런데 사실 국정원 내 한국지구관측센터(KEOC)가 국방·안보용으로 아리랑 위성을 자체적으로 운용한다. 과기부가 국정원에 전달할 필요가 없다. 반면 기상청, 환경부, 국방부 등 부처별로 위성을 제작해 발사했지만 상대적으로 위성 정보 활용은 특정 용도로 제한되거나 국민 대상 서비스를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위성 하나당 최소 2000억 원이다. 그런데 국민께서 체감하는 서비스를 제대로 내놓지 못하고 있다. 그러면서 과기부는 위성 활용 권한만 꽉 쥐고 내놓지 않고 있다.”
―한국이 우주로 나아가야 하는 이유와 ‘우주경제’란 무엇인가.
“우주산업은 고부가가치형 선진국 산업인 만큼 수많은 경제 효과를 창출한다. 세계 우주 산업은 2020년 3850억 달러에서 20년 뒤인 2040년에는 1조 1000억 달러로 3배 가까이 증가할 것이라고 한다. 우리나라는 석유 한 방울도 안 나는 나라다. 살아남으려면 우주로 뛰어들어야 한다. 그런데 현재 국내 우주산업 규모는 3조 2610억 원 수준이다. 세계 우주산업과 비교하면 1%밖에 안 된다. 현재 보유한 반도체, 통신 등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발사체와 위성에 들어가는 각종 부품 생산 및 연구개발(R&D)에 나서야 한다. 이는 곧 수출과 양질의 일자리로 이어질 것이다. 실제 한국에서 개발한 위성을 개발도상국에서 엄청 좋아한다. 코이카(KOICA·한국국제협력단)에서 수출해달라고 한다. 향후 우주 기술도 수출하는 시대가 올 것이다.”
―한국이 6월 21일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의 성공으로 세계 7대 우주강국에 진입했다.
“최초 인공위성 우리별 1호 발사한 지 30년 만이다. 그러나 한국은 선진국보다 뒤늦게 우주개발 사업을 시작한 만큼 초기 단계 수준에 불과하다. 선진국인 미국 대비 발사체 분야는 18년, 우주관측은 10년, 우주탐사는 15년이라는 기술격차를 보인다. KT만 하더라도 자체 위성을 갖고 있지 않다. 레이더, 열적외, 정지궤도 위성센서와 같은 주요 부품들은 해외에서 수입하고 있는 실정이다.
―앞으로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우선 세계 강대국들과 비교하면 현저히 낮은 인력이나 예산을 확대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래야 자체 기술 개발에 힘을 실을 수 있다. 우주개발 예산은 미국과 러시아가 각각 476억 9000만 달러, 37억 5000만 달러다. 반면 우리나라는 7억 2000만 달러에 불과하다. 전문인력의 경우, 미국 NASA는 1만 7396명, 독일 DLR은 8444명에 달한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의 인력은 고작 1039명(2019년 12월 기준)뿐이다.”
―그동안 우리나라 항공우주 정책의 문제점을 하나 꼽는다면.
“기술자를 예우하지 않고 너무 홀대한다. 여전히 ‘사농공상’에 머물러 있다. 우리나라 국가 훈장은 교수, 공무원 등이 90%를 차지하고 있다. 해외 대학교에서 공부한 사람은 훈장을 받고, 연구기관의 연구자들은 포상 하나도 못 받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 보니 교육기관에서 전문가를 배출하지 못하고 있다. 위성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학과를 보유한 대학이 전국에 5개(경북대, 남서울대, 부경대, 서울시립대, 인하대)밖에 없다. 육군·해군 사관학교에서 국방 안보의 핵심인 위성 관련 교육을 전혀 하지 않는다.”
―내후년 총선에 대구 동구을로 출마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준비는 잘 되고 있나.
“대구 동구을이 유승민 전 의원 지역구다. 내가 대구에서 50년을 살았다. 대구에서 동구을이 제일 많이 낙후됐다. 민원도 제대로 처리가 안 되고 있다고 한다. 경제자립도도 꼴찌다. 이런 상황을 종합해서 대구 동구을에 나가려고 결심했다. 내년 1월부터 매달 현안 이슈를 갖고 세미나를 진행하려고 한다. 전문가 차원에서 지역 현안을 챙기고자 한다.”
허일권 기자 onebook@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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