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기 넘고 시청률 고공행진’ 다시 한번? 과한 설정이 새 시청자에 진입장벽 될 수도
크레아 스튜디오를 설립해 독립한 서혜진 PD는 TV조선에서 엄청난 전성기를 누렸다. ‘미스트롯’ ‘미스터트롯’ ‘국민가수’ 등의 유명 오디션 프로그램을 기획했으며 여기서 파생된 다양한 스핀오프 예능으로 TV조선은 종합편성채널 원톱 고지는 물론, 지상파 방송사와 케이블 방송사 등과의 경쟁에서도 우위에 서곤 했다. 이런 서혜진 PD의 TV조선 시절 최고의 전성기는 언제였을까.
보는 시각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대체적인 평은 2021년 3월 즈음이다. 2020년 12월부터 2021년 3월까지 방송된 ‘미스트롯2’가 무려 32.9%(닐슨코리아 전국 기준)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것도 대단했지만 2021년 1월부터 3월까지 방송된 주말 드라마 ‘결혼작사 이혼작곡’도 최고시청률 9.7%를 기록하며 성공을 거뒀기 때문이다. 이후 ‘결혼작사 이혼작곡’는 시즌2와 시즌3로 이어지며 릴레이 흥행에 성공했다.
서혜진 PD는 예능국에서 성장한 대표적인 예능 PD지만 당시에는 TV조선 제작본부장이었다. ‘결혼작사 이혼작곡’은 TV조선 드라마국이 아닌 제작본부장인 서혜진 PD가 기획한 드라마다. 예능을 뛰어 넘어 드라마에서도 대박 작품을 만들어 낸 그 즈음을 많은 방송 관계자들은 서혜진 PD의 TV조선 시절 최고의 전성기로 기억하고 있다.
TV조선을 떠나 독립한 서혜진 PD는 크레아 스튜디오를 설립한 뒤 MBN과 손잡고 트롯 오디션 프로그램 ‘불타는 트롯맨’을 기획해 TV조선 ‘미스터트롯2’와 정면 승부를 겨뤘다. 2022년 하반기 ‘불타는 트롯맨’과 ‘미스터트롯2’가 방송 준비 과정부터 각종 화제를 양산하고 있을 즈음 드라마 업계에서도 관심사가 생겨났다.
‘피비(Phoebe)’라는 필명으로 연속극 작가가 아닌 미니시리즈 작가로 변신한 임성한 작가가 차기작에서 ‘결혼작사 이혼작곡’을 함께한 서혜진 PD의 손을 잡을지, 아니면 역시 ‘결혼작사 이혼작곡’을 함께한 TV조선과 손을 잡을지가 관심사가 된 것. ‘피비’ 임성한 작가의 차기작이 MBN에서 방영될 수도 있었다는 얘기인데, 결국 그는 TV조선과 손을 잡았다. 그렇게 ‘아씨두리안’이 탄생했다.
‘결혼작사 이혼작곡’ 시즌1은 6.9%의 시청률로 시작해 자체 최고 시청률 9.7%를 달성하고 8.8%로 종영했다. 시즌2에선 시청률이 16.6%까지 치솟았고 시즌3 역시 최고 시청률 10.4%를 기록했다. 세 시즌이 모두 준수한 시청률을 기록했고, 연속극 작가 임성한의 고품격 미니시리즈 작가 ‘피비’로의 변신도 대성공이었다.
‘피비’ 임성한 작가와 TV조선이 손을 잡고 선보인 두 번째 작품 ‘아씨두리안’은 시청률 4.2%로 방송을 시작했다. SBS ‘악귀’, JTBC ‘킹더랜드’, tvN ‘이번 생도 잘 부탁해’ 등 막강한 주말드라마 격돌에 가세한 터라 시청률이 다소 낮게 나왔다. 2회에선 3.4%로 시청률이 하락했다. 그렇지만 7월 1일 3회에서 4.0%를 기록하고 7월 2일 4회에선 4.7%로 다시 상승 곡선을 타기 시작했다. 7월 2일 5.6%를 기록한 tvN ‘이번 생도 잘 부탁해’를 0.9%포인트(p) 차이로 추격 중이다. 다만 7월 1일 10.0%를 기록한 SBS 금토드라마 ‘악귀’와 7월 2일 12%를 기록한 JTBC ‘킹더랜드’와는 다소 차이가 난다. 3회에서 8.9%까지 찍었던 ‘결혼작사 이혼작곡’ 시즌1과도 격차가 상당하다.
‘막장 대모’로 불리던 연속극 작가 시절과 달리 고품격 미니시리즈 작가라는 평을 받았던 ‘피비’ 임성한 작가의 파격이 ‘아씨두리안’을 통해 다시 드러나고 있다. 7월 2일 방송된 4회에선 시어머니 백도이(최명길 분)와 며느리 장세미(윤해영 분)의 ‘고부 동침’이 암시되는 장면이 등장해 화제가 됐다. 4회에선 장세미가 술에 만취한 백도이의 옷을 갈아입히고 침대에 눕히는 장면까지만 나왔지만 예고편에 짧게 등장한 장면들이 ‘고부 동침’을 암시해 파장이 크다. 이미 장세미는 백도이에게 “여자로서 어머니 사랑한다”고 고백한 상황이다.
‘아씨두리안’ 3회와 4회에서는 조선시대에 사는 두리안(박주미 분)과 김소저(이다연 분)가 현재로 넘어오는 ‘월식 판타지’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시청률 반등을 이뤘다. 하지만 파격적인 백도이와 장세미의 ‘고부 간 동성애’ 카드가 어떤 영향력을 발휘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임성한 작가의 기존 드라마는 ‘금기라는 선이 존재하지 않는, 막장을 넘어서는 파격’이라고 불리며 비난이 쇄도하는 상황에서도 높은 화제성으로 시청률 고공행진을 달리곤 했다. 그만큼 ‘아씨두리안’도 시청률을 더욱 끌어올릴 여지는 충분하다.
반면 ‘고부 간 동성애’라는 설정에 거부감을 드러내는 시청자도 많아 오히려 시청률이 하락할 수도 있다. 시청률 상승을 위해선 새로운 시청자 유입이 절실한데 ‘고부 간 동성애’라는 과한 설정이 진입장벽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결혼작사 이혼작곡’ 시리즈는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다. 넷플릭스를 통해 글로벌 서비스되며 해외에서도 꽤 높은 순위를 유지했었다. ‘결혼작사 이혼작곡’ 주요 출연진들의 SNS를 찾아오는 해외 시청자들이 급증했을 정도다. 그렇지만 ‘아씨두리안’은 OTT 가운데 쿠팡플레이에서만 독점 서비스 되고 있어 해외 팬들과의 만남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쿠팡플레이에서는 인기작 톱20에서 꾸준히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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