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환의 안전성 여부 확인 없는 데다 오남용 경각심 낮아져…HACCP와 건기식 마크 혼동으로 불만 속출도
대표적으로 종합비타민 ‘센트룸’은 2017년 8월 일반의약품에서 건기식으로 전환됐다. 당시 센트룸을 개발한 글로벌 제약사 화이자는 1994년 국내 첫 출시 당시 일반의약품으로 임상시험과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을 거친 뒤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의 의약품 ‘허가’를 받았지만 23년 후인 2017년 동일 성분의 약제를 식약처에서 정하고 있는 사항에 맞춰 다시 ‘신고’해 건기식으로 바꿨다.
일반의약품에서 건기식으로 전환되면서 일부 소비자들은 세밀한 복약지도를 받지 못하는 데서 오는 고충을 느끼고 있다. A 씨(56세·여)는 “센트룸은 보편적인 비타민이지만 요즘은 약국에서 복약 설명을 들을 수 없어 아쉽다”며 “‘실버 우먼’과 ‘우먼’ 중에 고민하느라 번갈아 가며 구입한다”고 말했다.
흔히 발포비타민으로 알고 있는 바이엘코리아의 ‘베로카’도 2019년 일반의약품에서 건기식으로 전환됐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베로카의 건기식 전환에 대해 “멀티비타민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다양한 유통 채널에 대한 소비자들의 니즈에 따른 것 같다”고 전했다.
하지만 베로카는 물에 타 먹는 제형으로, 오남용 경각심은 현저히 낮아졌다. 회사원 B 씨(26세·여)는 “맛이 음료 같기도 해서 여러 번 먹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없어 피곤할 때는 하루에 2~3정을 먹기도 한다”며 “부작용에 대한 언급을 어렴풋이 듣기는 했지만 인터넷에서 사먹다보니 큰 위험이 있겠냐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해당 비타민의 권장 섭취량은 1일 정제 한 알이다.
일반의약품은 질병의 치료, 경감, 처치 또는 예방이라는 확실한 목적성이 인정된 의약품으로서 약국에서만 살 수 있고 약사의 복약지도를 받아야 한다. 건기식은 인체의 건강증진 또는 보건 용도에 유용한 영양소나 기능 성분을 가진 식품이다. 의약품이 충족하는 질병의 치료, 경감, 처치 또는 예방적 목적이 없는 것이다. 다만 식약처에서 진행하는 건기식의 기능 및 안전성 검사는 이루어지는데 인체적용시험, 동물실험 등을 거친다.
제약업계 다른 관계자는 "건기식은 식약처에 신고 절차 이후 허가 유통되는 식품이다 보니 의약품과는 효능과 위험성에서 명확한 차이가 있다"며 "의약품이 건기식이 됐을 경우 식품으로 오인해 과다복용할 수 있고, 효능과 다른 제품을 투여하는 등 위험도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의약품의 입지가 낮아지는 문제가 있다"며 "식약처가 인정한 ‘약’의 효능은 확실히 전문 및 일반의약품에서 투약 횟수나 일자를 맞춰 정하한다. 건기식 시장이 확장된다고 해서 의약품으로 인정받은 ‘약’마저 식품으로 바꾸는 건 오히려 약의 효능을 저평가해 건강에 위협을 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앞의 제약업계 관계자는 “최근엔 건기식 시장 확대로 파생된 다른 문제도 많다. HACCP(위해요소중점관리) 마크와 건기식 마크가 혼동돼 소비자 불만이 속출하고 있고, 건기식 소분 및 맞춤형 건기식 법제화도 논의가 한창”이라며 “건기식 시장 확장은 이익 창출과 유통 채널의 변화로 어쩔 수 없다고 해도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의 건강”이라고 강조했다.
양보연 기자 bye@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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