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비슷한 시기 민주당은 전국 16개 시도에 대한 시정지지도를 조사했다. 서울시가 전체 2위로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고 한다. 박원순 시장 지지가 여전히 견고하다는 결과여서 부쩍 자신감이 붙었다. 20%대인 당 지지율과 박원순 시장 지지가 연결되지 않는다는 점에서도 낙관하고 있다.
그만큼 내년 서울시장 선거에서 여권은 공격적인 전략을, 민주당은 집 지키기 전략을 예고하고 있다. 현재 새누리당이 박 시장 대항마로 점치고 있는 유력 후보는 김황식 전 국무총리를 비롯해 정몽준 의원, 지난해 박근혜 대선캠프 정치쇄신특별위원장을 맡았던 안대희 전 대법관, 박근혜 정부 초대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낸 진영 의원, 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 홍정욱 전 의원이다. 여기에 최근 출마 쪽으로 가닥을 잡은 이혜훈 최고위원과 나경원 전 의원, 원희룡 전 의원, 오세훈 전 시장까지 가세한다면 크게 10명 정도다.
이 중에서도 가장 많이 거론되는 ‘빅2’는 김황식 전 총리와 정몽준 의원이다. 실제 두 사람은 주변과 의논하며 출마를 최종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새누리당 전략을 담당하는 한 당직자는 “김황식 전 총리는 총리 시절 평가가 좋았고 호남 출신이라는 것을 장점으로 꼽는 것 같다”며 “민주당의 정권 심판론도 잘 안 먹힐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또 “안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건 정몽준 의원 쪽인데 바깥에 비공식 캠프까지 띄웠다고 들었다. 개인적으로도 정몽준 의원은 안 나올 수 없는 상황이라고 본다”며 “정 의원은 국회의원 활동이 더 이상 의미가 없고 지난 대선에서도 활약이 없었다. 내년 지방선거가 승부수를 띄우기 적절한 타이밍이다. 이기면 크게 먹는 거고 만일 지더라도 당장 타격은 있을지 몰라도 대선주자로 입지가 굳는다. 청와대 입장에서 정몽준 의원이 친박 주류가 아니니 크게 흠집날 일도 없다”고 내다봤다.
박원순 시장 ‘대항마’로 정몽준 의원(왼쪽)과 김황식 전 국무총리가 급부상하고 있다.
윈지코리아 출신의 정치컨설턴트는 “당선예측모델은 투표율 대비 시뮬레이션을 한 것이다. 투표율이 낮으면 여당이 유리하고 높으면 야당이 유리한 것은 공식에 가까운데 문제는 실제 투표율 예측이 신의 영역에 가깝다는 것”이라며 “자동응답방식(ARS)으로 이뤄졌다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여전히 대선이나 서울시장 같은 큰 선거에서는 ARS가 아닌 전화면접 방식을 더 신뢰하는 편”이라고 전했다.
그는 또 “ARS 방식이 젊은 세대의 숨은 표심을 보여주는 장점이 있지만 문제는 이 사람들이 실제 투표장에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치 컨설턴트들이 똑같이 이야기하는 것 중에 대학생은 진짜 못 믿을 집단이라는 말이 있다”면서 “결국 야권이 이들을 투표장에 나오게 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여권에서는 보수 세력을 결집시킬 이슈를 다듬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2011년 재·보궐 선거 당시 무상급식 이슈가 승패를 갈랐다면 2014년 지방선거는 통합진보당 해산심판청구 문제가 최대 화두로 부각될 가능성이 높다. 통합진보당이 후보를 냈을 경우 야권이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릴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박원순 캠프 구성에 관여하는 한 야권 관계자는 “박 시장도 이제 정치 9단이다. 시민사회 운동가 색깔을 빼고 보수 진영 인사 영입에 공을 들이고 있다. 최근 몇몇 보수 성향의 기자들과 접촉해 자문을 구하고 도움도 요청했다”라며 “안철수 의원 쪽과도 알려진 것과 달리 파트너십이 구축되고 있다”라고 전했다.
그러나 최근 창당 깃발을 올린 ‘안철수 신당’에서 독자후보를 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안 의원 측 핵심 관계자는 최근 사석에서 “서울시장 선거가 ‘일대일(민주 대 새누리)’로 갈 것이라고 확신하지 말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렇게 된다면 박 시장에겐 크나큰 악재가 아닐 수 없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내년 서울시장 선거는 여야 모두 숙제를 안고 있는 상황”이라며 “박원순 시장이 인물로 앞서고 있는 것은 맞다. 하지만 지금 세대 간 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있다. 국정원 국면이 이를 잘 보여준다. 국정원 사건과 관련해 보수 쪽에서는 ‘나는 국정원 댓글에 상관없이 새누리당과 박근혜 대통령을 찍었다’는 분위기가 같이 나오고 있다. 국정원 특검이나 정권 심판 자체를 지방선거까지 끌고 나가는 것은 세대 격차를 더 벌이고 보수 진영 결집만 불러일으킬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이어 홍 소장은 “새누리당은 승패를 쥔 40대를 장악하지 못하고 있다. 수도권 40대들은 합리적인 성향을 갖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념 공세에 휘둘리지 않고 선심성 공약에 마음을 주지도 않는다”라며 “지금 여권은 박근혜 대통령 이후 이념이나 국가관을 내세워 선거에서 성공할 인물이 없다. 다시 말해 시장에 나와 손 한 번 잡아준다고 영광이라고 생각할 만한 정치인이 없다는 것이다. 내년 선거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만들었던 그 전략을 반복한다면 어려울 수 있다”고 전했다.
김임수 기자 imsu@ilyo.co.kr